[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2016년, 유명 목사 두 명이 성범죄로 면직 처리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 소속 이동현 목사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김해성 목사다. 둘 다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은 청소년 선교 차세대 리더로, 한 사람은 이주 노동자의 대부로 불렸다.

두 목사가 소속된 노회는 발 빠르게 이들을 면직 처리했다. 교단 차원의 사과문도 발표했다. 성범죄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하고 목회자 관리 소홀을 인정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그로부터 짧게는 두 달, 길게는 네 달이 지났다.

기장 양성평등위원회는 교회 안팎 성차별 문화를 털어놓는 이야기 마당을 준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예장고신과 기장은 두 목사를 면직으로 처리하기까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 뒤에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두 교단 모두 9월 101회 총회를 개최했다. 예장고신은 총회에서 이동현 씨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교단 소속 고려신학대학원에서 한 차례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한 것이 전부다.

기장은 조금 달랐다. 기장 양성평등위원회(이문숙 위원장)는 김해성 목사 사건이 보도된 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김해성 목사를 만나 자진 사임하도록 설득하고, 배태진 전 총무를 만나 김 목사 옹호 설교를 그만두라고 부탁했다. 김 목사가 소속된 노회 관계자들에게는 그의 거취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요청했다.

김해성 목사는 면직됐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양성평등위원회는 교단 차원에서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101회 총회에서 앞으로 교단이 사용할 '성 윤리 강령 신설안'을 현장 발의했고 이는 총대의 만장일치를 받아 통과됐다. 양성평등위원회가 강령 초안을 작성할 예정이다.

다양한 층위에서 행해지는 #교회_내_성폭력

12월 22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장 양성평등위원회가 주관하는 '성 정의 실현을 위한 이야기 마당'이 열렸다. 올해 양성평등위원회 활동을 돌아보고 격려함과 동시에 교회 안팎에 만연한 성차별 문화를 소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먼저 김해성 목사 사건 해결을 주도한 이명순 장로(여신도회 전국연합회 회장)가 발언을 시작했다. 이 장로는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발생 후 오랜 시간이 지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목사가 성적으로 잘못해도 성경 구절을 내세우는 방법으로 자기 행동을 포장한다. 피해자가 처음에는 성희롱·성폭력이라고 깨닫지 못하는 이유다. 피해자가 나중에 깨닫게 되더라도 시간이 오래 지났기 때문에 흐지부지된다"고 말했다.

이명순 장로(기장 여신도회 전국연합회 회장)는 교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교단 소속 한신대학교 신학과에서도 올해 성희롱 문제가 대두됐다. 군대를 다녀온 고학년 남성이 후배 학생을 상대로 성희롱과 폭력성을 띤 발언을 자주 한 것이 드러났다. 박해린 전도사(한신대학교 신학과)는 10월 14일 한신대 신학과 여학생회 폭력대책위원회가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이 문제를 어떻게 조사하기 시작했는지, 문제 발언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일단락됐는지 소개했다.

가해 학생은 "20대 남는 건 섹스밖에 없다", "너는 여자를 몇 명이나 만났는데 아직도 섹스도 못해 봤냐", "이 새끼 병신이네", "후배인 네가 참았어야 해. 남자였으면 벌써 맞았을 거야" 등 후배 여학생에게는 성희롱 발언을, 남학생에게는 폭력적인 발언을 주로 했다. 박해린 전도사가 놀란 부분은 가해자 주변인의 반응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걔 원래 그런 애다", "터질 것이 터졌다", "언제 한번 사고 칠 줄 알았다"며 별일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데이트 폭력 사건도 있었다. 오래 알고 지낸 커플 사이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이 일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박해린 전도사는 "가해자가 휴학하고 교회 사역을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현재까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그는 내년부터 다른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가해자도 치료받아야

패널 중 한 명이었던 김희은 소장(여성사회교육원)은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회 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성 문제만 전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희은 소장은 피해자가 어디에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은 소장(여성사회교육원)은 교회에서 성 문제 전담 담당자를 두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희은 소장은 성폭력 피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 심리 치료도 중요한 것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 김 소장은 가해자가 제대로 된 치료 없이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가 10회 정도 심리 치료를 받으면 진정성 있는 사과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이야기 마당 패널 중 유일한 남성이었던 허준혁 목사(들꽃향린교회)는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성폭력이 정말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성별·직분 등 권위 차이에서 이 문제가 시작되는 것 같다며 교단이 성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를 통해 차별을 최소화하고 인권 감수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교육을 지속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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