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인 황규철 목사는 재판장에게 한 번 더 복음 증거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예장합동 100회 총회 당시 모습. 뉴스앤조이 최승현

"저는 30년 목회해 왔습니다. 이번 이 사건은 정말 하나님 앞에 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제 심장에 칼이 1cm만 더 들어갔더라도 죽는다고 했는데, 수감 생활하면서 차라리 그때 죽을 걸 하고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나이 먹었지만, 기회를 주신다면 예수님의 복음과 사랑을 전하는 주의 종으로서 하나님 말씀 전하며 여생을 보람되게 살겠습니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푸른 수의를 입고 휠체어에 앉은 황규철 목사는 눈물을 흘리며 최후진술을 했다. 12월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황 목사 살인미수 사건 결심공판이 열렸다. 그간 항소심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던 황규철 목사는 재판장에게 한 번 더 복음 증거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황규철 목사는 감옥에서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 전 총무로서 죽어도 마땅한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 것 같아 하나님과 사람 앞에 면목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에서 날마다 "하나님, 용서해 주세요"라고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측근 목사 증인 출석 "황규철은 선한 사람"
변호인 "박 목사에 1억+부동산 넘기기로 합의"

1심 재판부는 황규철 목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죄를 달게 받겠다던 황규철 목사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황 목사는 박석구 목사와의 관계나 범행 당시 정황을 볼 때 억울한 점이 많다고 항변했다. 평소 교단 총무와 목회자로서 성실하게 살아왔다고도 했다.

황규철 목사는 재판장에게 "저는 날 때부터 왼손잡이인데, 수사 과정에서는 내가 오른손으로 칼을 쑤신 것으로 되어 있다. 제가 어떻게 하나님을 속이겠느냐. 억울할 뿐이다. 제가 찌른 행동은 벌받아 마땅하지만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황주용 목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황주용 목사는 예장합동 소속 목사로, 총회 본부에서 총회장 의전과 세례교인 헌금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기자에게 황규철 목사가 총무를 맡을 당시 지근거리에서 봐 왔다며 황 목사를 위해 증인으로 자원했다고 말했다.

황주용 목사는 박석구 목사가 황규철 목사의 총무 지위를 이용해 이권을 챙기려다 두 사람 간에 갈등이 생겨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황규철 목사 변호인의 질문에 따라 진술했다. 박석구 목사가 울산에 있는 한 교회의 수십억 원대 부동산을 강탈하려다가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직인을 위조해 법원에 제출하는 등 평소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황규철 목사와 박석구 목사가 이 지점에서 갈등했다고 했다. 황 목사는 자신이 박석구 목사에게 "너를 20년 이상 끌어온 사람에게 앞뒤 안 가리고 그러면 안 된다"고 책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황주용 목사는 황규철 목사가 예장합동 총회의 200억 원대 재산을 지키도록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공로금 명목으로 2억 7,0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모두 거부한 적이 있다고 했다. 황규철 목사가 20년 동안 노숙자와 노인을 매년 50명씩 보살피는 목회를 해 왔고, 지금도 황규철 목사를 기다리는 이들이 100명이 넘는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황규철 목사는 이 발언이 나오자 눈물을 흘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증인신문이 끝난 후, 황규철 목사 변호인은 이날 오전 박석구 목사 측과 구두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황 목사에게 남은 재산이라곤 서산에 있는 땅 1필지다. 황 목사 자녀들이 각출해 현금 1억 원과 서산 땅을 넘기는 것으로 일단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공판을 지켜보던 박석구 목사 누나는 "합의는 무슨 합의야! 내가 친누나인데 그런 걸 모르겠어!"라며 합의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는 합의 여부를 묻기 위해 박석구 목사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판사는 피해자와 피고, 증인 모두 목사이지 않느냐면서 "칼 든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까?"라고 질문했다. 황규철 목사와 황주용 목사 모두 목사로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황규철 목사 살인미수 사건 2심 선고 공판은 1월 13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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