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삭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며칠 전 편집국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4년 전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기사를 내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어떤 기사인지 찾아보니, ㄷ교회 ㅈ 목사가 주일학교 여중생들을 성추행해 고소당했다는 기사였다. ㅈ 목사는 학생에게 억지로 입을 맞추고 학생의 브래지어 끈을 손으로 만지기도 했다.

전화를 한 사람은 ㅈ 목사 본인. 오래전 일이니 이제는 기사를 내려 달라고 했다. 왜 삭제를 요청하는지 이유를 물었다. 그는 자신이 목회에 복귀했으며 교인들도 자신을 따르고 교회가 잘되어 가고 있는 상황인데, 인터넷에서 교회 이름을 검색하면 <뉴스앤조이> 기사가 나오니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ㅈ 목사는 기사에 나오는 고소 사건에 대해, 사사건건 목사에게 시비를 걸던 한 장로가 중학생들을 추동해 만들어 낸 일이라고 했다. 그 장로는 이제 교회를 떠났으며, 교회는 안정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선교적 차원'에서 기사를 내려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기사의 골자는 법정 소송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소송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 교인 95%는 (고소인들에게) '왜 그런 걸 가지고 고소를 했느냐. 얼마든지 교회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을'이라고 했어요. 근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아주 악랄한 사람들이 끝까지 해서 (제가) 법의 저촉을 받은 거죠. 그래서 제가 힘들었고 다시 목회에 복귀했는데….

- 아니 그러니까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요. 고소된 건이.

- 그건 이제 경찰에 넘어가서 처리가 된 거죠.

- 그러니까 어떻게 처리가 됐는지를 말씀해 주셔야죠. 그 결과를.

- 결과는 이제… 아무튼 (상대방이) 취하를 해야 하는데 취하를 안 하고 끝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결국은 제가 구속이 됐었어요. 교회 전체 성도들은 '목사님이 큰 범죄한 것도 아닌데 왜 끝까지 그러느냐'고 했고요. 결국 법에서는 제가 졌는데. 제가 다시 복귀를 해서 정상 목회를 하고 있걸랑요, 지금은.

- 형이 어떻게 나왔나요? 벌금?

- 집행유예 나왔습니다.

ㅈ 목사는 소송 결과를 말하지 않고 빙빙 돌리다가 결국 실형을 받게 됐다고 실토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ㅈ 목사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목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아이들을 성추행하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ㅈ 목사는 8개월 징역살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저희 편집 원칙상 그런 정도로 기사를 내릴 수는 없습니다.

- 아니, 원칙을 떠나서요. 어쨌든 <뉴스앤조이>도 기독교 계통 신문 아닙니까. 선교적 차원에서 제가 부탁드리는 겁니다, 선교적 차원에서. 왜냐면 여기 오시는 분들이 교회 등록하려고 검색해 보면 기사가 뜨니까. 오히려 이건 하나님 영광도 가릴 뿐만 아니라 선교에 큰 지장이 있으니까 제가 담임목사 입장에서….

- 목사님,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요. 성추행이라는 건 당한 사람 입장에서 보는 겁니다. 법원에서도 성추행이 인정됐으면 스스로도 인정하시고 자숙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자숙하고 있는데, 이런 기사가 계속 있으니까….

- 이 기사를 선교적 차원에서 지워 달라고 하시니 제가 너무 황당하네요. 오히려 저희가 또 기사를 써야 하는 사건인 거 같은데요. 법원에서도 성추행이 인정됐는데, 목사님도 교인들도 그걸 인정 안 하고 다시 목회를 한다는 건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네요.

- 아니 아니 인정을 하고 있으니까 제가 자숙하고 있는 거고요.

- 자숙이 아니라 지금 목회를 하고 계시잖아요.

- 예.

- 그게 무슨 자숙이죠?

- 그만큼 제가 충분히 벌을 받았잖아요.

- 그게 무슨 벌을 받으신 거예요. 여전히 스스로 절대 인정 안 하시는데.

- 그건 아니고…. 저는 다른 거보다도, 교회적인 차원에서 좀 (기사) 삭제를 부탁드리는 거예요.

'성범죄자알림e'에서 ㅈ 목사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ㅈ 목사는 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징역까지 산 목사가 목회에 복귀할 수 있는 걸까. ㅈ 목사 에게 소속 교단이 어디냐고 물었다.

- 목사님 교단이 어디세요?

- 감리교입니다.

- 법적 처벌을 받고도 목회를 계속 하실 수가 있나요?

- 아 그럼요, 그럼요. 왜냐면 큰 중죄가 아니니까 얼마든지 교단에서 참작이 된 거죠.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 교단 헌법 '교리와 장정'에는 교역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제7편 재판법 제1장 제1절 제3조 '범과의 종류' 13항은 "부적절한 결혼 또는 부적절한 성관계(동성 간의 성관계와 결혼을 포함)를 하거나 간음하였을 때", 14항은 "그 밖에 일반 형법에 위반되는 행위로 인하여 처벌받았을 때" 징계하도록 정하고 있다.

제5조 '벌칙의 종류와 적용' 2항에는 "제3조 7항·13항은 정직, 면직 또는 출교에 처하며, 그 외의 항을 범하였을 때는 견책, 근신 또는 정직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4항에는 "일반 법정에서 징역형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자는 의회의 장이 재판위원회에 기소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교단에 확인한 결과, ㅈ 목사가 소속한 연회는 이 사건에 대해 재판을 했다. 연회 감독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ㅈ 목사는 근신 6개월 경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실형을 받았는데 너무 약한 처분 아니냐는 질문에는, "내가 직접 처리한 건 아니다. 교단 안에도 그에 따른 법과 절차가 있어서 그렇게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ㅈ 목사가 근신이 아닌 정직 6개월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8개월 징역 살고 6개월 정직됐으니 14개월간 담임목사를 하지 못한 거다. 그런데 그 후 ㅈ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그를 다시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교단이 봐 준 거다. 재판위원들이 다 ㅈ 목사 선후배들이고, ㅈ 목사 형도 연회에서 알려진 장로다. 그런 것들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ㅈ 목사 재판을 담당한 ㅊ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연회로 문의하라. 지금 운동 중이다. 사적으로 확인해 드릴 수 없다.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다시 ㅊ 목사에게 전화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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