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도 분명히 회개하셨을 겁니다. 하나님이 용서하신 죄를 더 이상 인간이 묻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윗도 여자에 약했지만 결론적으로 위대한 이름이 되었고, 하나님께서 그분의 마음에 합한 자라 칭하셨습니다! 진정으로 하나님 앞에서 신앙을 가졌고 회개했기 때문입니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라이즈업무브먼트 이동현 전 대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목회자 성범죄를 다룬 기사를 보도하면, 누군가 꼭 이런 식의 댓글을 단다. 다수가 탄식하고 피해자를 걱정할 때, 가해 목사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낸다. 특히 "사람이니까 한 번은 실수할 수 있다"며 용서하자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마치 목회자가 성욕을 '한 번' 다스리지 못해 성범죄를 저질렀으니 회개하면 받아 주자는 것이다. 

정말 목회자 성범죄는 딱 '한순간'의 실수로 일어나는 걸까. 아니다. 2016년 <뉴스앤조이> 보도 기사만 봐도 목회자 성범죄는 한 차례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명을 번갈아가며 추행했거나, 한 사람에게 여러 번 범죄를 저질렀다.

최재선부터 이동현까지

최근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탄자니아YWAM 최재선 선교사 성폭행 의혹 사건을 보자. 최 선교사는 "하나님 앞에 죄를 범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피해를 입은 사람은 한 명이 아니다. 최 선교사가 탄자니아 여성 두 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도 있다. 피해자 A는 최 선교사로부터 자신이 현지인 몸을 더듬고 관계를 맺으려 시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주 노동자의 대부'로 불렸던 김해성 목사. 김 목사는 지난해 교인 B를 두 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 차 안에서 껴안은 채 입을 맞추려 했다. 교회 사무실에서 B 엉덩이를 만지기도 했다. 김 목사는 올해 9월 "교회 성도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한 사실이 있다. 성적 수치심을 느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용서를 빈다"며 교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간 사역해 오던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 대표와 중국동포교회 담임목사직도 내려놓았다.

김해성 목사 성추행 보도 이후 <뉴스앤조이>에 또 다른 제보가 들어왔다. 최 아무개 씨는 11월 8일 기자를 만나 자신도 B처럼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2008년 8월, 김해성 목사 요청으로 중국동포교회에서 충무로까지 데려다준 적이 있는데, 김 목사가 운전 중이던 자신의 손을 두세 차례 만지고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껴안았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8년이 지났지만 그 상황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껴안을 때 그 사람 얼굴이 뺨에 닿았는데 말할 수 없을 만큼 불쾌했다. 죽을힘을 다해 밀친 다음 차에서 내렸다. 토할 것 같았다. 공적으로 두 번 만났을 뿐이고, 내게 남편과 자녀가 있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그분(B)이 당했던 방식과 똑같아 소름 끼쳤다."

<뉴스앤조이>는 김해성 목사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목회자 성범죄는 단순 '실수'가 아니다. 반복적인 성범죄는 곧 중독이다. 여성들을 마주칠 수 있는 교회를 그만두고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올해 8월 보도한 라이즈업무브먼트 이동현 사건도 그렇다. 이동현 씨는 자신이 보살피던 C와 4년간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 왔다. 함께 공부하자며 고등학생이던 C를 모텔에 데려갔다. C가 대학에 들어간 후에도 성관계를 강요했다.

C와의 관계가 끊긴 이후에도 이동현 씨는 늘 다른 여성과 함께했다. 여학생들만 차에 태우고 밥 먹으러 가는 '목차모임(목사님 차 타는 모임)'을 즐겼다. 비서는 꼭 여학생으로만 두었다. 리더십이 지목한 학생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가서 외로움의 영이 느껴진다며 여학생들과 한방에서 잤다.

징계 수위 강화와 전문가 치료 필요

상담 전문가들은 목회자들의 반복적인 성범죄를 우려하고 있다. 기독교여성상담소 김선희 상담가는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 가해자는 여교인들을 대면할 수 있는 교회 사역을 그만두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반복되는 성범죄는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라는 곳이 여성과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곳이니 교회와 목사가 분리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선희 상담가는 교단 내 징계 수위가 약하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사회에서는 성범죄자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한다. 한국교회는 그런 절차가 없다. 징계가 강력하지 않으니 사건이 잠잠해지면 교회를 개척하고 범죄 사실까지 부인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공동대표 김혜숙·김신아·이난희) 사무총장 이은주 목사는 "목회자 성범죄는 단순히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제2,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해 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목사는 교회 내 성폭력은 목사와 교인의 수직 관계에서 비롯한 힘의 오·남용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건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성폭력은 목회자와 교인이 놓여 있는 위계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일이다. 여러 교인에게 다발적으로 일어나거나 한 여성에게 장기적으로 발생한다. 목회자가 다른 핑계를 대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게 문제다."

이은주 목사는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니라고 했다. 교단 차원에서 성폭력에 관한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2003년에 여신협이 <기독교인을 위한 예방 지침서>를 발간했다. 교회에 건네주면 목사들이 책을 치워 버렸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교단이 강제적으로라도 (성)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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