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헌정사 두 번째로 탄핵을 맞았다. 국회는 12월 9일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앞서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도 탄핵을 맞은 적 있지만, 모양새는 180도 다르다. 탄핵 반대 집회가 매주 열렸던 12년 전과 달리 지금은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12년 만의 탄핵 정국 가운데 대형 교회 목사들은 교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했을까. <뉴스앤조이>는 탄핵 이후 처음 맞은 일요일, 사랑의교회·새에덴교회·선한목자교회·인천순복음교회·온누리교회·여의도순복음교회 등 대형 교회 목회자들 설교를 들었다. 목회자들은 혼란한 시국 속 교인들에게 '기도'를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일부 목회자는 참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강석 목사 "박 대통령, 결자해지했어야"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12월 11일 일요일 설교 시간, 박 대통령이 조기에 진솔한 사과를 하고 결자해지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연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를 경영하다 보면 대통령도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기에 진솔한 고백과 눈물 어린 사과를 하며 소통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지경까지 안 왔을 것이다. 야당과 의논하며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여러 경로를 통해 대통령에게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

소 목사는 박 대통령에 대해 연민을 느낀다고 했다. 또, 제대로 된 종교 지도자를 만났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한 인간으로 본다면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총탄으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어서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할 때 사술과 사교를 행하는 사이비 거짓 교주가 접근했다. 그리고 잘못된 만남은 끊을 수 없는 고리로 연결돼 여기까지 왔다. 아픈 시대에 태어나 자란 인간으로 볼 때 너무나 큰 상처를 받고 피해자가 된 거다.

정상적 종교적 지도자를 만나 상처를 치유받고 올바른 길로 인도받았다면, 그가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를 믿었다면 결코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만약 한경직 목사나 조용기 목사를 만나 상처를 치유받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직후 명성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 출처 청와대
오정현 목사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사회 걱정할 때"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도 교인들에게 시국 관련 메시지를 전했다. 오정현 목사는 평소 사회가 교회를 걱정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는데,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사회를 걱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치적 성향이 아닌 순전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사회에 악한 프레임이 있었다. 우리 같은 대형 교회 막 공격하면서 사회가 교회를 걱정한다고 몰아넣고, 거기 부화뇌동하는 사람 많았다. 가장 악한 프레임 중 하나다. 이제는 교회가 사회를 위해 기도해야 할 때가 왔다. 마음에 너무 간절함을 가지고 말씀드린다.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순전함을 가지고 (기도해야 한다.) 정치적 성향은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과거 '강철 서신' 쓴 주사파 사람들도 생각 달라졌지 않나. 생각이란 건 나중에 바뀔 수 있는 거 아니냐."

오정현 목사는 시편 23편의 주어 '나'를 대한민국으로 바꿔 교인들과 함께 합독했다. "여호와는 대한민국의 목자시니 대한민국에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부터 "대한민국이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까지 읽었다. 5절 "주께서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차려 주신다"는 구절에서 오 목사는 "5절의 원수는 북쪽 세력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기도를 매일, 오후 1시, 1분씩 하자며 '1·1·1' 기도를 제안했다.

오 목사는 12년 전 고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도 시국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당시 오 목사 메시지는 사회 약자들과 소외당한 사람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사랑의교회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교회로서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을 때 많은 사람이 세상적 소망을 끊어 버리는 것 같은 어려움을 당한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 기회가 하나님만 전적으로 의뢰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특별히 우리는 강남에 있고 우리 가운데 기득권층에 많은 분들이 계시는데 기득권층이 소외당한 사람들, 없는 사람들, 가슴앓이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사회는 시스템 자체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삶을 안정적으로 일구어 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못 가진 사람들이 가진 분들에 대해서 한을 품거나 심령에 상처를 가지고, 분노를 가지고 사회를 향해 삿대질할 수 있다. 우리가 이 기회에 오히려 어려운 분들 생각하고 그분들 서러움을 이해하는 하나님께서 주신 하나의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직후 명성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 출처 청와대
"기도하면 깜짝 놀랄 만한 일 주실 것"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된 최성규 원로목사(인천순복음교회)는 10월 11일부터 연말까지 진행 중인 '82일 릴레이 금식기도문'을 교인들과 함께 읽었다. 여기에는 대통령을 위한 기도도 포함돼 있다.

최 목사는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어도 대통령권한대행이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안 바뀌었다. 믿음으로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깜짝 놀랄 만한 일 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5,000만 남한뿐 아니라 북한과 재외동포까지 합쳐 8,000만 명이 함께 회개하고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탄핵 전 최성규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임명한 바 있다. 최 목사는 "나는 인천순복음교회 원로목사다. 장관하러 간 게 아니라 그 사업이 우리 교회 사업과 같아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맡은 것이다. 그 일을 이제 정부 차원에서 한다니까 기꺼이 간 것이다. 하나님 주신 기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성규 목사는 최순실 사태 직후 기도문을 발표했다. 교인들에게 이 기도문을 놓고 연말까지 금식 기도를 하자고 제안했다. 인천순복음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영훈·이재훈·유기성 목사 "나라 회복 위해 기도하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자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인 이영훈 목사는 설교 시작 전 나라를 위해 통성기도했다. 이 목사는 "탄핵 정국이 속히 마무리되게 해 달라. 대한민국이 새롭게 하나 된 모습으로 재출발하게 해 달라. 구조적 모순 해결하고, 주님 앞에 바로 서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는 설교 시작 전 나라와 민족이 더 큰 위기에 빠지지 않고 속히 회복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 목사는 12일부터 시작되는 특별 새벽 기도를 언급하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위기 속에 하나님 앞에 통곡하며 회개하고 하나님의 회복을 경험하게 해 달라. 세상을 더 사랑했던 저희를 용서하시고 이 나라 이 민족을 버려두지 마시고 긍휼로 새롭게, 일어서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면 기도가 절로 나온다며, "지금 대통령 문제로 큰 어려움에 처했다. 우리가 교회적으로 40일 금식 기도를 작정하고 이번 주간 내내 했고, 이제 마무리한다. 나라가 어려움이 생기니까 금식하며 기도가 일어난다. 나라를 위한 기도를 멈추면 안 된다. (중략) 그러나 나라보다도 더 심각한 기도가 있다. 하나님의 심판, 주님의 재림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때 가서야 기도하면 고통밖에 없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설교가 끝나고, 유 목사는 "우리나라를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결정했다. 우리나라 정치가 어떻게 가야 할지 주님 손에 특별히 부탁드린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는 모든 과정을 간섭하고 이끄시되 성도와 교회의 기도를 통해 이 일이 이루어져서 우리 민족에 십자가 영광이 나타나기 원한다"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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