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이 추운 겨울날, 무엇하러 이 광장에 나왔습니까. 하필이면 예배당이 아닌 광장과 거리에서 왜 예배를 드려야 합니까. 우리가 여기 모여 예배하는 이유는 하나님께 탄원하기 위해서입니다. 분노를 감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의 간구와 부르짖음을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응답해 주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탄핵 표결 하루 전인 12월 8일 기독교인이 광장에 모였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보라색 스톨을 두른 기독교인 600여 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 하루 전인 12월 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대책회의(대책회의)가 주최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국민주권 시대를 여는 시국 기도회'가 열렸다.

대책회의 공동의장 신경하 목사는 '묵은 땅을 갈아엎으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신 목사는 "하나님은 역사와 국민을 무시해 온 오만한 박근혜 대통령, 그와 함께한 사람들을 심판하실 겁니다. 기독교인이 이 시대에 행동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뜻에 눈감아 버리는 겁니다. 지금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역사의 묵은 밭을 가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에 목소리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말씀을 전한 대책회의 공동의장 신경하 목사. 뉴스앤조이 최유리
"그날까지 함께해 주세요"

설교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십자가, 현수막, 손팻말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일본 대사관 앞,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은 르미에르 종로타운, 세월호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광장을 순례했다.

사람들은 '썩은 정치 갈아엎고 가자 국민주권 시대로', '박근혜는 더 이상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시민은 길거리 행진을 하는 기독교인들이 신기한 듯 사진을 찍었다. 한 시민은 직접 구매한 장갑 여러 개를 십자가 든 목회자 손에 쥐어 주기도 했다.

안국동과 종각 일대를 순례한 참가자들은 마지막 순례지인 세월호 농성장에 모였다.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이었던 최윤민 학생의 어머니인 박혜영 씨가 발언자로 나섰다. 박 씨는 지난 6차 촛불 집회 때 처음으로 청와대 100m 앞까지 갔다면서 운을 뗐다. 지금까지 청운동에서 피켓 시위를 꾸준히 했지만, 노란 리본을 달고 노란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 안에 들어가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했다.

순례 행진 때 참가자들은 평화의 소녀상,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은 종로타운, 세월호 농성장을 방문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저희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서럽고 아픈, 힘든 3년을 보냈습니다. 왜 우리 아이들을 한 명도 구하지 못했는지 알기 위해 전국을 다녔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저희를 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선동 세력, 불온 세력으로 몰았습니다. 자식 팔아 돈 챙기려는 사람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박근혜 탄핵을 외쳐 주고 세월호 7시간을 밝혀 달라고 외쳐 주고 있습니다. 저희는 빠르면 10년, 오래 걸리면 평생 동안 진상 규명이 밝혀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3년이 걸려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저희와 같은 유가족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분이 기도해 주시고 거리에 나와서 행동해 주세요. 정치인들 끝까지 지켜보고 세월호의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함께해 주세요."

광화문광장에 모인 기독교인들은 박 씨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기도회는 기독인 1만 1,584명이 참여한 시국 선언문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정재동 목사(대구NCC 회장)와 최소영 목사(감리교 여성지도력개발원 총무)는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국회는 탄핵을 즉각 결의하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지체 없이 인용하라, 지금의 위기를 국민주권 시대를 향한 대전환의 기회로 삼으라"며 대책회의의 요구 사항을 선포했다.

현장에서는 성만찬도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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