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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사는 청년을 위한 교회는 없다

복교연, 교회 등지는 청년들 진단…"봉사 강조하면서 이야기에는 침묵"

최유리 기자   기사승인 2016.12.06  17: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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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청년은 공존할 수 있을까. 교회를 떠나가는 청년 문제를 짚는 포럼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헬조선', '탈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노오오오오오력', '흙수저'…. 청년들이 한국 사회 민낯을 설명할 때 쓰는 단어들이다. 실제 청년들 생활은 밝지 못하다.

당장 대학생 때부터 '빚'을 떠안는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자는 150만 명이 넘는다. 평균 대출액은 704만 원(2014년 기준)에 이른다. '빚'으로 다닌 학교를 졸업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 청년실업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2월, 실업률은 12.5%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실업자는 56만 명에 이른다.

청년들은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안식처'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떨까. 12월 5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복교연·강경민 상임대표)은 '교회를 버린 청년, 청년을 버린 교회'를 주제로 서울영동교회에서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는 청년 문제에 관심 있는 40여 명이 참석했다. <공부하는 그리스도인>(두란노서원) 저자 이원석 작가가 청년이 떠나는 교회 현상을 짚었다.

이원석 작가는 교회가 청년을 사랑의 대상이 아닌 착취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포럼 제목처럼 교회도 청년의 안식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봉사라는 미명 아래 착취하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이원석 작가는 교회 안에서 '착취'당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비판했다. 이 작가는 자신이 만난 청년 A 이야기를 들려줬다.

A는 교회 노동자다. 교회에서 50만 원을 받고 일한다. 대신 주말을 헌납한다. 금요 철야 예배 찬양 사역부터 시작해, 토요일 청소년부 교사 모임, 청년부 찬양 연습, 청년부 예배를 드린다. 주일에는 성가대 연습, 예배 찬양 연습, 예배 사역에 참여한다.

이 작가는 "교회 청년들은 열심히 착취당한다. 교회에서 주보 누가 접을까? 장로님이 접을까? 아니다. 예배 인도는 누가 할까? 장로님이 할까? 아니다. 왜 청년이 다 해야 할까? 어른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은 돈을 내지만 청년은 '몸빵'을 한다. 이런 모습은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봉사를 강조하지만, 정작 그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문화도 지적했다. 이 작가는 청년이 교회를 버렸다기보다 교회가 청년을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양육의 대상, 사랑의 대상, 보호의 대상, 관심의 대상보다는 착취의 대상이다. 교회 미래는 당연히 청년인데, 아직 주체는 아닌 거 같다. 주된 발언권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만 있다. 시각이 바뀌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바라기는 (청년들이) 큰 교회나 작은 교회를 가도 되고, 따로 모여도 되고, 쉬어도 되니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이 작가는 청년들에게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삶을 나눌 수 있는 책 모임을 추천했다. 이 작가는 "이 방법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공동체가 동일한 책을 읽으면서 같은 문제를 고민할 수 있고,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했다.

교회 안에서 작은 모임을 시도한 청년 세 명이 나왔다.  왼쪽부터 최한솔, 강도영, 박제민 씨. 뉴스앤조이 최유리
"하고 싶은 것 해야 지치지 않아"

발제가 끝나고, 교회에서 작은 모임을 이끈 경험이 있는 세 청년의 집담회가 이어졌다. 박제민 씨(서문교회·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간사), 최한솔 씨(가향공동체교회·성서한국 간사), 강도영 전도사(주날개그늘교회·빅퍼즐문화연구소 기획자)가 교회와 모임 이야기를 꺼냈다.

박제민 / 응암에 있는 교회에 출석 중이다. 청년들과 교회·동네·청년을 키워드로 모임을 하나 만들었다. 청년들이 '동네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시작했다. 교회 반응은 좋지 않았다. 협조적이지 않아서 교회 밖에서 모임을 운영했다.

주로 교육 활동을 했다.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 소소하게 세미나를 열었다. 청년부에서 한국교회사를 공부하는 형이 있었다. 형을 강사로 불러 '한국교회 흑역사'에 대해 들었다. 지난해에는 국정교과서 추진을 기념하는 뜻에서 한국 현대사를 함께 공부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동네분들이 꾸준히 왔다. 처음에는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지만 파할 때는 또 모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촛불 기도회도 했다. 광화문에 수많은 사람이 나오는데, 기독교인으로서 청년들이 시국 예배를 드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의와 하나님나라가 실현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전기를 끄고 각자 초를 점화했다. 청년들의 말을 한마디씩 받아 입장문도 만들었다. 어설프고 서툴러 보이지만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최한솔 / 주일예배에는 90명이 모인다. 50명은 청년, 20명은 장년, 20명은 어린아이이다. 예배는 딱 한 번 다 같이 드린다. 이 중 70명은 교회가 위치한 동네에 살고 있다. 가정은 가정끼리, 싱글은 싱글들끼리 모여 산다. 마을을 이루고 사는 형태다. 멀어야 20분 거리다. 대부분 가까운 거리 안에서 산다. 고등 과정까지 수료 가능한 대안 학교를 하고 있다. 총 50명이 공부 중이다.

가향공동체에서 살면서 좋은 점은 긴밀하고 촘촘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교회 지체들과 함께 공유하는 일상이 많다. 토요일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축구를 한다. 남성, 여성 구분 없이 모두 모인다. 축구 전술을 보면서, 이렇게 교회 한 몸을 이뤄야겠다는 묵상이 절로 나온다. 일주일에 한 번 밥상을 나눈다. 서로 교제하는 의미로 시간을 정하고 같이 밥을 먹는다.

특히 자본에 대항하는 힘을 기를 수 있어 좋다. 여기서 산 지 3년 정도 됐다. 처음에는 모아 둔 돈이 얼마 없었다. 일단 내 여건 안에서 낼 수 있는 돈을 지불했다. 부족한 부분은 더 낼 수 있는 사람이 책임져 줬다. 혼자라면 힘들었을 것이다.

결혼할 때도 재미난 풍경이 펼쳐진다. '결혼위원회'가 꾸려진다. 이번에 결혼하는 커플이 있어서 같이 신혼집 청소도 해 줬다. 신부 화장은 내가 맡았다.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며 준비할 수 있는 게 유쾌한 경험이다.

강도영 / 지금까지 청년부 두 곳을 경험했다. 현재 주날개그늘교회에서 청년부 전도사를 하기 전까지, 일산은혜교회에서 12년간 청년부를 섬겼다. 청년부가 나이로 나뉘는데, 청년 1부와 청년 2부가 있다. 청년 1부는 찾아가는 예배를 드렸다. 철거민과 함께 예배드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예배도 있었다. 환경문제도 생각하고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이었다. 재밌게 했다.

청년 2부는 '노답'이었다. 리틀 헬조선 같은 느낌이었다. 결혼하려면 빠져나가야 한다는 개념이 짙었다. 사회에서 치이며 일해도 200만 원도 못 받는 청년도 많았다. 리틀 헬조선에서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교회를 이끌어 나갈 것인지 실질적인 고민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왜 듣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었고, 삶을 직접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 지점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가향공동체교회에 출석 중인 최한솔 씨. 그는 교회 안에서 청년의 삶과 맞붙어 있는 사회,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할 것을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세 사람은 교회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꺼냈다.

최한솔 / 지금까지 청년 담론을 기성세대가 많이 이야기해 왔다. 이제는 그 주체가 바뀐 거 같다.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교회에 가면 너무도 조용하다. 마치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과 아무 관계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다. 교회에서 시국에 대해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사회는 우리의 일상과 맞붙어 있다. 이 일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결국 '묵상'이라는 이름하에 우리가 지금까지 해 왔던 추상적인 이야기밖에 할 게 없다.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교회도 이 일에 함께 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도영 / 홍대에 있는 빅퍼즐문화연구소는 질문과 의심이 없는 교회에서 문화로 한번 소통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영화계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보니, 사람들이 영화를 매개로 한 강의를 종종 부탁한다. 이야기해 보면 교회 사람들은 꼭 기독교 영화나 성서적 내용이 들어간 것만 보여 달라고 요청한다. 현장에서 이야기하면서 교회가 해석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생명수'라는 영화가 있다. 거기에 성기 노출과 흉기가 나온다. 비기독교인은 감독의 의미를 파악하고 자기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설명한다. 교회는 딱 한 가지를 먼저 말한다. "너무 선정적이다"와 "너무 폭력적이다"이다. 왜 그런 것일까. 일단 교회가 이런 문화를 용인하지 않았다. 반기독교적이라는 이야기만 들리면 일단 차단하고 보호하려고만 한다. 그러나 청소년, 청년이 스스로 충분히 보고 생각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색이 짙지 않은 영화 속에서도 삶의 메시지와 종교적 메시지를 충분히 꺼낼 수 있다.

박제민 / 청년들이 권위를 의도적으로 부정했으면 좋겠다. 세월호 1주기 때 내가 동의하지 않는 말을 하는 목사에게 굳이 권위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교회 안에만 들어가면 왠지 모를 것에 압도당했다. 존중은 하지만 아닌 말에는 힘을 내서 거부하기로 했다. 권사님들이 등짝을 때리며 언제 결혼할 거냐고 물었다. 언젠가부터 이런 물음들에게 귀 기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좋을 거 같다. 청소년들에게 교회 대신 마을 안에 있는 청소년 모임 나가라고 말하고 싶었고, 교회 안에서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또 이 점을 동의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모임을 시작한 지 오래됐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거 같다.

앞에서 이원석 작가가 책 모임을 권해 줬는데, 굳이 책이 아니어도 될 거 같다. 주말에 광화문광장에 나왔는데, 거기서 교회 친구들을 만났다. 끝나고 나서 서로 모였다. 서로 웃고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종교적인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하나님이 함께하셨다고 고백하고 싶다. 함께 모일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함께 모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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