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셨습니다."

불이 난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박근혜 대통령이 울었다는 전갈은 청와대에 의해 전해져 뉴스가 되었다. 눈물, 도대체 그의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통령의 눈물' 보도가 나를 눈물에 대해 생각하도록 이끌었다.

노오랗게 변한 종이 위로 아주 작은 글씨가 세로로 인쇄된 1,000원짜리 책, 내 책장에 그나마 남은 책들 중에는 가장 연로한 1976년판 김소운의 <물 한 그릇의 행복>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어쩌다 이 책을 다시 손에 잡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리 잘 읽힐 책이 아니어서 한 도막 이야기만 읽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눈물 이야기다. 이런 걸 천우신조라 하던가. 대통령의 눈물 이야기에 눈물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한 줄기 눈물을 흘리는 게 그리 쉽지 않다. 그리고 그 값어치 또한 결코 적지 않다. 한 줄기 눈물만 흘리게 할 수 있다면 죽은 사람이 살아난다면 어떨까. 그런 이야기다. '살아 있는 모레아'란 영화 내용이다.

서점 주인 모레아는 냉혈한이다. 누구도 믿지 않고 누구도 돕지 않는다. 중년이 되도록 사랑 한 번 못 해 본 남자다. 물론 부자이고 센티멘털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 현실주의자다. 돈 문제로 곤경에 빠진 노철학자가 작은 도움을 구할 때도 매몰차다.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학식과 궁핍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노철학자는 자살한다. 모레아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이기 위한 에피소드다. 그런 그에게 사랑이 찾아온다. 사랑하는 여인은 옛 애인이 어려움에 처했으니 도와 달라고 한다. 역시 모레아는 냉혹하게 말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너다. 너의 옛 애인과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

여인의 옛 애인은 모레아를 찾아와 권총을 겨눈다. 총에 맞은 모레아는 여인이 선물로 준 담배케이스 때문에 살아난다. 여인은 상처를 입고 옛 애인과 함께 떠난다. 얼마 후 여객기 사고로 모레아가 정말 죽는다. 영화는 환상으로 바뀐다. 죽은 모레아는 갈 곳이 없어 떠도는 영혼이 된다.

한 달 동안 살 기회를 얻은 모레아가 신으로부터 요구받은 건 한 줄기의 눈물. 모레아를 위해 울어 주는 이가 있으면 생명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 천신만고 끝에 여인과 옛 애인이 요양원에 누워 있는 걸 발견하지만 그 청년은 다시 나타난 모레아에게 권총을 겨눈다. 모레아가 죽으면서 이렇게 기도한다.

"주여, 결국 나를 위한 눈물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지켜 주십시오. 내가 지옥에 가더라도 이들은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

모레아의 마지막 기도를 들은 여인은 한 줄기 눈물을 흘린다. 결국 한 줄기 눈물을 모레아를 위해 흘려 주는 이를 찾은 것이다. 자기반성과 타인을 위한 기도, 자신의 희생을 담은 기도가 기적을 낳는다. '대통령의 눈물' 기사를 읽으며 모레아의 기도와 뜻이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너무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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