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선교지에서 선교사로 사역을 담당하고 있던 중 2015년 1월경 한 자매와 11개월 정도 가까이 지내면서 점점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본인은 과거 저지른 행동에 대하여 법에 위반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구하고자 합니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탄자니아YWAM 최재선 선교사가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나에게 보낸 메시지 일부다. 이 메시지는 <크리스챤연합신문>에 '최재선 선교사 부적절한 과거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송고 시간은 11월 30일 새벽 1시 53분. <뉴스앤조이>가 최재선 선교사 사건을 보도하기 9시간 전이었다.

최재선 선교사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건 30일 아침 7시 30분경이었다. <뉴스앤조이>는 25일부터 취재를 시작해 최재선 선교사의 입장을 빼고 모든 취재를 마친 상태였다. 28일, 수화기 너머 최 선교사는 "탄자니아에서 있던 일을 인정한다. 필요하면 직접 만나 이야기하겠다"며 29일 오전 <뉴스앤조이>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당일 아침 돌연 기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그날 밤까지 연락 두절이었다.

밤 9시 30분경, 최재선 선교사는 "부산에 다녀오느라 몸이 힘들었다. 내일 오후 입장을 밝히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뉴스앤조이>는 더 이상 보도를 미룰 수 없어 30일 오전 9시에 기사를 내보내겠다고 했다. 기사를 보고 할 말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했다. 그날 밤 사이 <크리스챤연합신문>은 최재선 선교사의 메시지 내용을 기사화했다.

피해자 두 번 짓밟는 가해자와 언론

기사가 어디서 먼저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최 선교사가 <뉴스앤조이>가 아닌 다른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 해도 상관없다. 문제는 기사 내용이다. <크리스챤연합신문>은 최재선 선교사의 메시지를 기사화하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표현했다. "최 선교사의 과오가 한국교회 선교에 큰 손실을 가져왔지만 당사자가 직접 허물을 고백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썼다.

기사는 최재선 선교사가 경찰에게 자백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최 선교사는 스스로 경찰서까지 찾아가 자신이 저지른 불륜에 대한 처벌을 구했으나 고양경찰서 형사과 여성청소년계 형사들은 형사 사건이 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한 것으로 전했다"고 보도했다. 성폭행이 아니라 불륜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썼다. 불륜은 한국에서 더 이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

물론 최 선교사의 메시지 자체가 그런 내용이기는 하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 A에게 사랑하는 감정을 느꼈고 성관계를 맺은 점을 시인했다. 자신이 이 모든 문제를 책임지고 사역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법을 위반했을 경우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다짐도 담겨 있었다. 다만, 최 선교사는 A와의 성관계가 '합의하에' 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피해자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교사 성범죄라는 엄중한 사안을 다루면서 <크리스챤연합신문>은 피해자에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분명 성폭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피해자 입장은 없다. 가해자 입장만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그가 마치 큰 결단이라도 한 것처럼 기사를 썼다.

최재선 선교사 고백에 피해자는 없다. 그의 고백을 그대로 적는 교계 신문 보도에도 피해자는 없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경찰에 자백했는데 반려됐다는 표현도 그렇다. 나는 30일 아침 최재선 선교사의 메시지를 받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최 선교사는 전날 법적 책임을 받겠다며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갔다고 했다. "성폭행했다고 말했느냐"고 묻자 아니라고 답했다. 기혼인 자신과 A가 성관계를 맺었다는 점을 경찰에게 이야기했고 경찰이 성범죄가 아니라며 반려했다고 했다.

고양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확인해 봤다. 소속 경찰관은 "(성관계 시) 합의한 것은 죄가 아니다. (선교사가 와서 성관계만을 언급했으면) 반려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피해자 말처럼 혐의가 성폭행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하거나 가해자가 직접 자수하면 반려가 아닌 수사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죄를 자백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다. 자기 죄를 제대로 인식하고 말했을 경우에 말이다. 그러나 최재선 선교사는 자기 죄를 인정한다고 하면서 절대 강제로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던, 자신이 '딸'이라고 부르던 40년 차이 나는 20대 여성과 연인 관계였다는 소리다. 피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도 분명 자신이 '성폭행'했다고 표현했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경찰서에 가서는 자신이 받아야 할 처벌을 받기 위해 갔다고 한다. 언론은 그걸 그대로 받아쓴다. 최 선교사와 <크리스챤연합신문>의 대처 속에 피해자 목소리는 없다. 그 대처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피해자는 또다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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