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장로의 죽음으로 시작한 잉여금 소문은 2년째 밝혀지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명성교회 잉여금 800억 원의 실체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2년째 진행 중이다. 11월 25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는 김삼환 원로목사 800억대 잉여금 관련 9차 공판이 열렸다.

김삼환 목사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예장뉴스> 발행인 유재무 목사와 명성교회 전 교인 윤재석 씨는 2014년 김 목사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날 법원은 김삼환 목사를 포함해 증인 5명을 소환했다. 하지만 명성교회 김 아무개 장로와 백 아무개 씨 2명만 출석하고, 다른 세 사람은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김삼환 목사를 비자금 의혹 핵심 인물로 보고 증인으로 지목했다. 김 목사는 1년 넘게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증인에게 쏟아진 질문은 800억대 잉여금 실체와 관련한 사안들이다. 김 아무개 장로는 잉여금이 적립 이월금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래 발전을 위한 적립금으로 큰 금액이 필요한 교회 건축, 병원 건립 등을 위해 마련한 기금이라 진술했다. 이월금은 당회 결의를 거쳐 집행되기 때문에 담임목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피고 유재무 목사와 윤재석 씨 변호를 맡은 엄상익 변호사는 잉여금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며 800억 원의 실체를 따졌다. 엄 변호사는,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잉여금을 관리하던 박 아무개 장로가 1997년 한 개인에게 30억 원을 빌려준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 장로는 박 장로가 목숨을 끊은 이후 해당 사실을 알게 됐으며 어떤 절차를 거쳐 빌려줬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엄 변호사는 박 장로가 증인 백 아무개 씨에게 800억 투자처를 구해 달라 의뢰했으며, 김 목사가 가족이나 다른 사람 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잉여금을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장로는 "모른다"고 답했다.

판사는 김 장로에게 수백 억에 달하는 잉여금을 교회가 어떻게 관리했는지 물었다. 누적 총액이 당회원들에게 보고됐는지, 누적 금액에 대한 감사는 이뤄졌는지 질문했다. 김 장로는 박 장로가 목숨을 끊은 이후 재정위원회가 누적 총액을 모든 당회원에게 보고하고 있지만, 그 전에는 보고했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감사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공판은 1시간 30분 넘게 진행됐지만 잉여금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엄상익 변호사는 "변호인으로서 답답하다. 다음 공판에도 김삼환 목사 소환을 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김 목사 증인 자격을 유지하기로 하고 다음 공판 출석을 통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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