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오늘날 사회가 청년들을 부채 세대로 내몬다고 주장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천주희 씨는 지난해 대학원을 졸업했다. 학부 과정을 포함해 11년 동안 등록금으로 약 5,000만 원을 학교에 갖다 바쳤다. 그중 2,200만 원은 학자금 대출금이다. 이제 졸업했으니 빚을 갚아야 한다. 공부만 했을 뿐인데 부채 인생이 시작됐다.

천 씨는 자신의 부채 인생을 책으로 정리했다. 지난 10월 출간한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사이행성)다.

학자금 부채는 천주희 씨 개인만의 일이 아니다. 대학생들은 한 학기 300~500만 원 하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을 빌린다. 두세 번만 빌려도 1,000만 원이 넘는다. 책에는 학자금 대출금을 받은 이삼십 대 청년 25명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 사례를 전하며 오늘날 청년들을 '부채 세대'로 내모는 사회를 지적한다.

"4년제 대학 나오니 남는 건 졸업장과 빚뿐이다." 졸업생들 푸념이다. 얼른 취업해서 대출금을 갚으면 좋겠지만 취직마저 쉽지 않다. 그나마 얻은 일자리는 비정규직에, 월급 100만 원 안팎. 대출금 상환은 고사하고 주거비, 생활비도 빠듯하다.

'연애', '결혼', '출산'은 포기한 지 오래다. 3포 세대는 옛말이 됐다.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등등, 포기하는 게 많아지니 이제 이삼십 대는 'N'포 세대라 불린다.

"'N포 세대'라는 말은 이제 너무 익숙해서, 무언가를 꿈꾸고 희망하기보다 포기하는 삶이 하나의 정서로 자리 잡았다. 꿈을 꾸고 시도하다 절망할 바에야 애초에 꿈을 꾸지 않고, 시도를 하지 않고, 아무것도 나아질 것 없는 이 사회에서 목숨 부지하며 사는 것. 'N포 세대' 출현은 열심히 해도 더 이상 나아질 것 없는 사회에 대한 개인의 체념에서 시작한다." (242쪽)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한국 사회는 대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내가 수능을 앞두고 부모님께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 들은 대답이다. 사회는 학생들을 대학교로 내몬다. 졸업장 없이 번듯한 직장 하나 갖기가 어렵다. 그런데 정작 학비는 개인이 빚져서 스스로 해결하란다. 저자가 책에서 일관되게 지적하는 부분이다.

"학생 부채는 단순히 개인이 가난해서, 집이 가난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20~30대들에게 '대학 밖에는 길이 없다'고 강요하고, '빚을 내서라도 대학에 가야 한다'고 지시하기 때문에 모두가 대학에 가야 한다고 믿는다. 대학밖에 모르는 이 사회가 청년들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채무자로 만들고 있다. 대학을 갔다는 이유만으로 빚을 지게 하는 것이 문제다." (21쪽)

부채 문제는 한국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청년들이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1년 미국 젊은이들은 학생 부채 문제를 고발하며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를 일으켰다. 이 시위는 학자금 대출 상환 거부 운동으로 이어졌다.

등록금 인상 반대, 학자금 대출 상환 거부 운동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2010), 캐나다(2012), 칠레(2011~2013), 독일(2015)에서도 일어났다.

기성세대는 젊은이에게 '노력'만을 강조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말로 지금 겪는 어려움은 어른이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는 '노오오오력'이라는 말로 현실을 풍자하고 체념한다.

노력은 충분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사회가 보상할 때다.

"이미, 충분히, 노력했다. '버티자니 이 생활이 끝나지 않을' 것을 간파한 이에게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개인의 노력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 안정적인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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