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 학생들은 채플이 있는 날마다 김철홍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장신대 학생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혼란한 시국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신학대 교수가 있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임성빈 총장) 김철홍 교수(신약학)다.

그는 11월 10일, 학교 홈페이지에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비꼬며 12일 민중총궐기 참가를 경고하는 글을 올려 비난을 샀다. 학생 수십 명이 김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해당 글이 징계 대상이라는 댓글, 답글을 달며 항의했다.

다음 날, 김 교수는 토론을 제안하며 맞대응했다. 자신이 왜 사과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득해 보라며 일명 '끝장 토론'을 제시했다. 방법도 구체적이었다. 교수 둘, 학생 둘을 대표로 선정해 자신과 4:1로 토론해 잘잘못을 따지자고 했다.

이 제안은 김 교수를 비난하는 여론에 기름을 붓는 역효과를 낳았다. 김 교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글 두 편을 더 올렸다. '내가 백남기교를 믿지 않는 이유'(11월 11일), '중간 평가와 제언'(11월 14일)이다.

첫 번째 글에서 김 교수는 고인의 죽음을 비꼰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갔다.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물대포로 보는 주장을 미신으로 여기고,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을 '백남기교 신도'라고 매도했다.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에게는 좀비 목사, 좀비 전도사,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라고 표현하며 적대감을 나타냈다. 김철홍 교수는, 민주 사회에서는 개인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며 일부 집단과 자신의 의견이 다르더라도 같은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죄가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직 법정에서 죄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무조건 하야하라고 말하는 건 법 정신에 어긋나다는 주장이다. 그는 검찰 수사를 신뢰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제안한 토론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토론 제안을 총장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이번 토론으로 장신 공동체가 서로를 더 이해하고 복음과 하나님나라 관점으로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철홍 교수는 고인의 사인을 물대포라고 말하는 이들을 '백남기교 신도'라고 매도했다. 장신대 홈페이지 게시판 갈무리
학생들 "교수 자격 없다"

11월 15일 장신대 학생 179명은 임성빈 총장에게 김철홍 교수를 징계하라고 공식 청원했다.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전횡을 일삼으며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김 교수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철홍 교수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조작된 사건으로 묘사하고 '세상 하직' 운운하며 학생들을 겁박"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교회 연합 정신을 비하하고 학생들 시국 선언문을 마치 이교의 신앙고백문으로 여겨 학생을 모독"한 점도 문제 삼았다.

학생들은 "생명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기는커녕 논리를 빙자한 공격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김 교수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겠느냐며 교수 자격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토론을 제안한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김 교수가) 학생들이 무엇 때문에 분노하는지 자신의 과오가 무엇인지 전혀 자기반성이 되지 않았다. 생명에 대한 감수성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한 그의 비인간적인 모습은 학자로서, 목회자로서, 교수로서 자격뿐 아니라 그의 사람으로서 됨됨이를 의심하게 한다"고 했다.

장신대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신대가 실제로 김철홍 교수를 징계할지는 미지수다. 장신대 학칙을 보면 교원을 징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행위가 인정돼야 한다.

1)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조와 헌법에 위배된 언동을 할 때 
2) 본 대학교에 불리한 언동을 외부에서 했을 때 
3) 학생을 선동하여 학교 질서를 문란케 할 때 
4) 직무에 태만하여 직책을 완수하지 않을 때 
5) 이력 및 경력을 기만했을 때 
6) 고의 또는 과실로 학교에 중대한 피해를 입혔을 때 
7) 신분을 망각한 행위로 학교에 불명예와 영향을 주었을 때 
8) 파당을 조성하기 위해 분규를 야기했을 때 
9)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거나 또는 부정당하다고 인정될 때

징계 행위가 인정되면 총장은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징계위원회는 5인 위원으로 조직된다. 위원은 교원과 학교법인 이사 중에서 선출된다. 이사장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명한다.

박상진 신대원장은 11월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생들 의견을 진지하게 듣고 있다.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논의 중이다"고 답했다. 임성빈 총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음은 장신대 학생들 청원서 전문.

김철홍 교수 징계에 관한 공동 청원

존경하는 임성빈 총장님

지난 금요일 채플 전후로 많은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피켓을 들고서 김철홍 교수의 공개 사과를 요구한 일을 총장님께서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무려 백 명 가까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침묵 시위는 지난 11월 10일부터 이어진 김철홍 교수의 게시판 글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그의 행동이 불러온 여파는 지금도 장신대를 크게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본교의 김철홍 교수는 11월 10일 목요일 오전에 작성된 학교의 일반 게시판 글(#29232)을 통해 많은 이들이 동의하기 힘든 자신의 개인 사견을 매우 무례한 어투로 주장하였습니다. 이는 장신대 교수로서 부적합하고 경솔한 행위였습니다. 그는 본교에서 학생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가르치는 교사의 신분을 망각하고, 최순실의 실패한 신앙생활을 빗대어 장신대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교회 연합의 정신을 비하하였습니다. 그는 민족의 고통스런 역사 속에서 함께 호흡해 온 광나루의 역사를 무시한 채 김정은의 서울 핵 공격으로 인한 참화를 거리낌 없이 기술하였고, 나라를 위한 고민을 담은 학생들의 시국 선언문을 마치 이교의 신앙고백문처럼 받아들여 신학생들의 사회 실천을 모독하였으며, 심지어는 동료 교수들에게까지 근거 없는 비난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또한 김철홍 교수는 공권력의 희생자인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마치 정부와의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사건인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는 현재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충분한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기정사실화하였습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서 김철홍 교수는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시위에 나갈 학생들의 실천을 가볍게 여기고, 백남기 농민의 폭행 당시 상황을 빗대어 '세상 하직'을 운운하며 겁박하기까지 했습니다. 특별히 백남기 농민과 관련하여 기록한 자신의 덧붙임 글에 대하여 그는 (학생들이) '정말 염려되어서 하는 말'이라고 둘러댔지만, 이것은 그가 나중에 직접 작성한 게시글에 따라 결국 허위였음이 드러났습니다. 김 교수는 사실 학생들을 염려하지 않았고, 소위 학생들의 이성적 사고 능력이 부족함을 경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김철홍 교수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하여, 소중한 한 생명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그의 기행이 결국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면서 학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기에, 자발적으로 모인 80여 명의 재학생들은 더 이상 그의 안하무인격의 오만과 전횡을 도저히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진리를 전하는 신학교의 교수의 신분으로, 한 생명의 소중함을 가볍게 여기고 조롱과 풍자의 도구로 삼는 잔인함을 보여 학교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것은 장신 공동체 모두에게 깊이 사죄할만한 일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침묵 시위가 있었던 그날 오전, 본교의 역사신학 교수님 일동은 학생들을 위한 글을 게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김철홍 교수는 소위 '끝장 토론'이라는 새로운 제안을 공개적으로 게시하였습니다. 학생들이 지금 무엇 때문에 분노한 것인지, 자신의 과오가 무엇이었는지 전혀 자기반성이 되지 않는 그의 제안은 그 글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연실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철홍 교수의 독선이 현재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생명에 대한 감수성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한 그의 비인간적인 모습은 학자로서, 목회자로서, 교수로서의 자격뿐 아니라 그의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를 의심하게 했습니다. 결국 그날 채플을 전후로 수많은 학생들이 시위에 참가하여 김 교수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청하였습니다. 스승이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랐으므로, 지난 금요일 학생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고통스러운 침묵으로 시위하였습니다. 이날 교내의 상당수의 학생 및 교원이 학생들의 침묵 시위에 공감하였고, 동조를 표시하였습니다. 게시판 글(#29275)을 통하여서도 50명 이상의 학우들과 졸업생들이 연명에 동참하였습니다.

그러나 김철홍 교수는 누구에게도 사과할 뜻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날 늦은 오후, 김철홍 교수가 다시 게시한 글(#29281)은 그가 학생들과 소통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깊은 독선과 아집에 빠져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김철홍 교수는 객관적이지 않은 정보들을 사실관계 없이 맹신하며, 그에게 정당한 사과를 요구하는 학생들을 이단자(백남기교인)로 매도하였습니다. 게다가 그는 과거에 각종 집회에 참여하였던 다수의 시민들은 물론, 자신이 섬겨야 할 학교의 학생들을 '좀비'라는 가상의 비인격적인 존재로 비하하였을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적대감마저 나타냈습니다. 그는 결국 학생들의 요구를 거절하였습니다. 학생들이 스승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내민 손을 외면했습니다. 이는 그가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스승으로서의 자격이 미달함을 자기 스스로 증명해 보인 셈이었습니다.

이렇게 최근 수일간 김철홍 교수는 자기 반성과 성찰 없이, 납득하기 힘든 자신의 주관적인 주장을 연이어 공개적으로 게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은 도저히 경건과 학문의 전당인 광나루 선지 동산에서 바울의 신학과 그리스도의 복음을 가르치고 있는 신약학 교수가 기록할 수 있는 내용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학생들과 동료 교수에 대한 혐오의 수위는 이미 관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생각됩니다.생명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이를 통해서 과연 정상적인 신학 수업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크게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기는커녕 논리를 빙자한 공격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가 과연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말할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참 교육은 단지 지식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교육자의 인격에 바탕합니다. 한 생명의 존엄함과 타인에 대한 존중을 잃어버린 김교수에게서 학생들이 배우는 예수의 복음이란 과연 어떤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김철홍 교수는 교외에서 행해진 특강에서 동료 교수님들을 무차별 비판함으로써 이미 분란을 일으킨 전례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그에 대한 사과와 반성도 전무한 상태입니다.

저희는 이런 상황을 마주하며, 장신대의 신학생으로서 깊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김철홍 교수의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소통 방식은 전혀 학자답지 못하고, 선생답지 못하고, 목사답지 못합니다. 이같은 김철홍 교수의 전횡은 이미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됨으로써 이제는 장신대는 물론 한국 교회 전체를 향한 비그리스도인들의 질타와 조소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미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일베(일간베스트 회원)들이 현재 김철홍 교수의 논리에 열광하며 그의 견해를 추종하고 있다는 점은 그가 지닌 정치적 편향성이 광나루의 학생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크게 우려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의와 경건을 추구하는 신학생으로서, 학교를 아끼고 사랑하는 학생으로서, 사회에 복음을 전해야 할 목회자 후보생으로서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김철홍 교수가 최근 표명한 그의 입장을 살펴보면, 그가 과연 장신대가 지향하는 에큐메니컬 정신에 입각하여 복음적 신학을 견지하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김교수는 지금도 장신대 교수의 신분을 망각한 경솔한 언행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학교에 큰 불명예를 끼치고 있습니다. 그의 선동적인 언행으로 인하여 학생들 간에 내분이 일어나 교내 질서가 흐트러질 뿐 아니라, 크고 작은 분규가 장신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고 있으니,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김철홍 교수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기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부자격자에게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교회를 진리 안에 세워 나가야 할 학생들의 신학 수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참담한 마음으로, 김철홍 교수의 즉각적인 징계를 청원합니다.

존경하는 총장님. 저희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못하고, 도리어 상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언과 비하로 일관하고 있는 교수 한 사람의 독단적인 전횡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습니다. 부디 제자된 이로서 스승의 과오를 고하는 참담한 심정을 깊이 헤아려 주셔서, 교수로서의 자격이 없고 학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김철홍 교수에 대한 단호하고도 엄중한 징계를 더 이상 늦추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장신대가 끝까지 우리의 자랑과 자부심으로 남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우리는 죽음에 대한 조롱이 아닌 생명에 대한 경외를 배우고 싶습니다.

재학생 179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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