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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장벽이 허물어지다

[대담] 김홍일·나성권 신부에게 듣는 '선교적 교회'…"주일성수 안 하는 교회도 가능해"

강도현   기사승인 2016.11.18  18: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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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 17호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 주

선교적 교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관련 컨퍼런스는 물론이고, 관련 서적들도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습니다. 선교적 교회 담론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된 배경과 진행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홍일 신부(브랜든선교연구소)와 나성권 신부(교회선교회)를 만났습니다.

'선교적 교회'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의문들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화를 통해 한국교회가 처해 있는 현실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선교적 교회가 예수님이 취하셨던 운동 방식이라는 말에도 공감이 갔습니다. 기로에 놓여 있는 '선교적 교회'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김홍일 신부와 나성권 신부에게서 '선교적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강도현: 선교적 교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분위기인데요. 선교적 교회를 이야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나성권: '선교적 교회'는 서방 선교사들이 선교지에 갔을 때 본국에서 했던 방식으로는 전혀 선교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시작된 개념입니다. 영국이나 미국은 소위 크리스텐덤(Christendom, 기독교 국가)이잖아요? 교회가 확고한 자기 영역을 가지고 있으면서 국가적 권위로 사람들을 교회로 동원했죠.

그런데 선교지에서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아요. 크리스텐덤에서는 성직자가 국가 시스템의 한 부분이고 성직자 위주로 교회가 운영되지만 선교지에서는 성직자보다 회중 역할이 훨씬 중요하죠. 그 지역 사람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선교할 수가 없으니까요. 성직자 중심에서 회중 중심으로 교회가 이뤄집니다. 그런데 선교지뿐 아니라 원래 교회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레슬리 뉴비긴도 그중 한 사람이었죠.

뉴비긴은 스코틀랜드 교회에서 안수를 받은 인도 선교사였어요. 인도에서 선교사들이 물러나면서 여러 교파로 나뉘어 있던 것이 (성공회 주도로)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뉴비긴이 주교제(主敎制)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고요. 본인도 한 도시의 주교를 맡았죠.

뉴비긴이 선교적 교회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요. 뉴비긴이 '복음과 우리 사회의 네트워크'라는 단체를 시작했고요. 그 운동이 미국으로 확대되면서 참여했던 학자들이 '미셔널'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어요. 그래서 선교적 교회 담론이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모티브는 뉴비긴이 맞죠. 실제로 그런 생각이 일어난 과정은 그보다 훨씬 넓습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선교적'이라는 개념이 퍼진 것은 크리스텐덤이 해체됐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국가적 권위로 사람들을 교회로 동원하는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된 거죠. 오히려 선교지에서 선교사들이 맞닥뜨렸던 상황이 영국이나 미국 교회 현실이 된 거예요.

강도현: 크리스텐덤이라는 국가 교회 기능이 해체되면서 자연스럽게 문제의식이 생겼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한편으로는 신약성서에 나오는 교회 본래 모습을 회복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성권: 그렇죠. 선교적 교회 담론에 큰 영향을 미친 대럴 구더(Darrell L. Guder)는 '선교적'이라는 단어를 남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어요. 새로운 게 아니거든요. 서방 교회가 선교지에 들어갔던 방식에도 제국주의적인 측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미션', '미셔널'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부류도 있지요.

나 신부는 영국과 미국에서 크리스텐덤이 해체되면서 '선교적' 개념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선교지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이 영국과 미국 교회 현실이 된 것이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강도현: 저도 선교적 교회 컨퍼런스 가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원래 교회가 그렇지 않나?'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거든요. 서방 교회 맥락을 보니까 왜 그런 질문이 생겼는지 알겠습니다.

나성권: 그렇다고 한국교회 상황과 전혀 동떨어진 담론은 아니에요. 크리스텐덤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한국교회에는 크리스텐덤의 특성이 많이 있어요. '우리가 짜 놓은 영역 안으로 들어와 우리 방식대로 신앙생활하라'는 것이거든요. 크리스텐덤 해체 과정을 겪은 서방 교회처럼 지금 한국교회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어요. 교회 영역 안으로 들어오라는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아요. 젊은 세대는 들어오기는커녕 엄청 빠져나가잖아요. 그래서 선교적 교회 이야기가 도전이 되는 것 같아요.

강도현: 영국에서는 선교적 교회 담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잖아요. 영국이야말로 성공회가 국가 종교로서 가장 강력하게 작동했던 사회라 할 수도 있을 텐데,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홍일: 영국에서는 '미셔널'보다 '프레시 익스프레션(Fresh Expression)'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죠. '선교적 교회'라고 하면 마치 교회가 이래야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거든요. '익스프레션'이라는 것은, 이것도 교회의 한 표현이라는 말이에요. 기존 교회를 부정하지 않고, 그것도 교회고 이것도 교회라는 뜻입니다.

성공회 상황을 보자면, 과거에는 한 교회가 한 지역을 책임지는 형태였어요. 지역 분류를 '패리시(parish)'라고 부르는데, 그런 구분이 자꾸 깨지는 거예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이 그런 구역으로 나눠지지 않거든요. 노동 유연화로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도 다양해졌고요. 주일에 일해야 하는 사람도 많고, 주 5일 근무로 사람들이 주말에 멀리 떠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사회현상이 다양하게 일어나는데 교회는 여전히 지역과 시간을 나누는 방식을 고수하니까 사람들이 교회에서 나오는 거예요.

한국 성공회 교회 중 '길찾는교회'가 있어요. 건물이 따로 없고, 다른 교회 건물에서 별개 교회가 예배를 하거든요. 과거에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었죠. 한 지역에 교회는 하나였습니다. 이미 교회가 세워진 패리시 안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교회가 생기면 논쟁이 발생했어요. 지역 관할 사제 입장에서는 싫겠지만, 지금 시대에 그런 식으로 하면 선교가 안 되거든요.

예수님도 전혀 다른 교회를 시작하셨죠. 당시 유대인에게는 회당이라는 교회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유대교 전통 위에 계셨던 분이면서도 집에서 예배하는 새로운 교회 운동을 하셨거든요. 신학적으로 따져 봐도 교회 형태가 하나만 있지 않았어요. 예수님 모델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선교적 교회에서 많이 언급하는 '파이어니어(pioneer, 개척자)' 사역을 하신 겁니다. 당시 교회에 들어올 수 없었던 사람들 안으로 들어가서 사역을 하셨거든요.

김 신부는 선교적 교회 '파이어니어(개척자)' 사역이 예수님의 교회 운동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그런데 이 파이어니어 사역은 항상 기존 교회와 긴장 관계에 놓이게 돼요. 전통이 지켜지지 않는 교회가 생기면 기존 교회는 거부감을 느끼고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게 됩니다. 영국 성공회에서는 '프레시 익스프레션'이라는 회중 운동이 일어났고 영국 성공회가 이 새로운 운동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어요.

로언 윌리엄스(Rowan Williams) 주교 이전에는 프레시 익스프레션을 기존 교회를 보완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윌리엄스 주교는 새로운 형태의 교회를 기존 교회와 동등한 위치로 인정합니다.

강도현: 이런 생각도 해 볼 수 있을 텐데요. 주말에 예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면 그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세워야 하잖아요. '파이어니어링(pioneering)'을 해야 하는데, 기존 교회가 중요시하는 '주일성수'하지 않는 교회도 가능하겠군요?

김홍일: 실제로 주중 교회가 생겼죠. 단순히 주일에 예배를 못 하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 기존 교회에 만족 못 하는 사람들이 주중에 모였습니다. 그 모임에 소속감을 더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헌금도 그 모임에 더 많이 하고요. 이런 움직임은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어요. 주일에 교회는 나가지 않으면서 신앙인이 모여서 성경 공부도 하고 예배도 하는 모임이 상당히 있거든요.

강도현: 한국에서는 그런 분을 가나안 성도라 부르죠. 영국 성공회에서는 교회로 인정한 것이군요.

김홍일: 그런 사람이 너무 많아진 거예요. 교회가 나서서 선교적 운동을 펼친 것이 아니라, 먼저 그러한 형태의 운동이 있었고 교회가 받아들인 거죠. 영국 성공회에서도 전통적으로는 주일성수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그런데 주일이 아닌 다른 날에 예배하는 교회도 가능하다고 인정한 거죠.

영국 성공회의 장점은 새로운 현상이 일어났을 때 적극적으로 신학적인 해석 작업을 한다는 겁니다. 최근 20~30년간 일어난 회중 운동을 교회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신학 작업을 잘했어요. 우리도 그들이 정리해 놓은 신학을 토대로 현재 상황에 적절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강도현: 한국에서는 선교적 교회 담론이 여전히 목회자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회중 운동으로 전환할 것이냐가 핵심이겠네요. 앞으로 선교적 교회 담론이 평신도 사이에서 번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강력한 회중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뉴스앤조이>도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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