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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사역 11년 차 목사가 목회하는 법

[인터뷰] 말통커피 안대정 목사…커피, 그 영성 넘치는 음료에 관하여

강도현   기사승인 2016.11.19  10: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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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 16호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 주

보령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분이 많다. 원래는 대천이었는데 1995년 대천시와 보령군이 통합하면서 지금은 보령시로 불린다. 노는 것에 조금 관심 있는 분이라면 '머드 축제'가 열리는 도시로 알고 계실 듯하다.

그 외에는 딱히 기억할 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보령은 인구가 10만 명 조금 넘는 작은 도시다. 시내를 가도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도심 모습이 아니다. 건물들이 대체로 많이 낡았다. 거리도 다소 비좁다. 그러나 아주 맛있는 커피집이 있다.

말통커피는 보령에서는 꽤 유명한 테이크 아웃 전문 카페다. 벌써 네 개 지점이 있다. 유기농 디저트를 전문으로 취급할 매장도 준비 중이다. 이름이 특이해서 물어봤더니 엄청 많은 양을 준다고 해서 '말통커피'라고 한다. 큰 컵에 준다고.

말통커피 전경. 뉴스앤조이 강도현

말통커피 총책임자는 원산도에 위치한 원의교회를 담임하는 안대정 목사다. 안 목사뿐 아니라 앞서 소개한 김영진 목사(들꽃마당시온교회)를 포함하여 몇 분의 목사님이 연결되어 있다. 안 목사는 '커피와 우유 축제'에서 커피 분야를 책임지기도 했다. 목회자 간 네트워크로 서로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았다.

안대정 목사가 커피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생계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 보면 목회자가 직업을 선택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참고가 된다. 안 목사와 나눈 대화를 풀었다.

"처음 커피를 만난 건 군목 생활을 할 때였어요. 사무실로 심방을 가면 어딜 가나 똑같이 봉지 커피를 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맛있게 마셨는데 너무 같은 커피만 마시니까 나중에는 오히려 커피 마시는 것이 힘들어졌어요. 혼자 마실 때는 커피보다는 녹차를 마셨죠.

하도 마시다 보니까 좀 알고 마셔야겠다 싶어서 차와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커피와 관련된 내용이 재미있더라고요. 당시에 시중에 나온 커피 관련 책은 거의 다 읽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커피의 역사가 참 매력 있었어요. 커피를 처음 마시기 시작한 계기가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커피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유력한 전설이 있어요.

하나는 칼디라는 소년이 양을 치다가 양들이 밤에 잠에 들지 않는 것을 보고 원인을 찾게 된 거죠. 그랬더니 낮에 양들이 빨간 열매를 먹더라는 거죠. 칼디 자신도 먹어 보고 수도원에 갖다 줬다는 거예요. 그래서 수도사들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것이 가장 유명한 전설이고요.

또 다른 설은 오마르의 전설이라고 하는데요. 신비한 치료 능력을 지니고 있던 오마르가 이런저런 사건으로 인해서 사막으로 추방당했는데 빨간 열매를 먹고 살아나서 그 열매로 힘든 사람들을 도와줬다는 내용이거든요. 이런 이야기에 종교적인 맥락이 들어 있어요.

특별히 신비주의자들이 커피를 좋아했다고 하거든요. 밤새 기도하기 위해 커피를 마셨나 봐요. 말하자면 기도의 도구였던 거죠. 사람을 깨어 있게 하고 정신을 차리게 해 주는 음료라는 점이 저는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대하고 나서도 계속 커피를 좋아하고 책도 읽고 그랬죠. 그러다가 커피 공방을 하나 차리게 됐어요. 그때만 해도 커피로 뭘 하려는 생각은 아니었고요. 그냥 작업실로 차린 거였어요. 그런데 주변에 계신 분들이 커피를 좀 알려 달라고 하셔서 취미반 비슷하게 시작했어요. 그 분위기가 참 좋더라고요. 그렇게 하다가 말통커피까지 오게 된 거예요."

원의교회 안대정 목사. 말통커피 총책임자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안대정 목사가 커피를 만나고 말통커피를 창업하기까지 과정은 흥미롭다. 자영업자와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이 왜 그 업에 들어갔는지 잘 아는 사람을 만나기기 쉽지 않다. '최근 트렌드라서', '지인이 하고 있어서', '쉬울 것 같아서' 같은 이유는 많이 들어 봤지만 '그 업이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맞았기 때문'이라는 답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영업 실패의 첫 단추가 바로 여기다. 목회자 이중직도 마찬가지 아닐까? 분명한 목적의식이 없이 시작하면 이유도 모른 채 고생만 할 가능성이 높다.

"섬에서 사역한 지 11년 됐어요. 우리 교회와 섬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해요. 아무래도 섬에는 부족한 게 많으니까 교회가 채워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요양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교인분들이 생산 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사업 기획도 하게 되고요. 사실 커피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저는 솔직히 커피가 제 사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필요하니까 하는 거죠."

필요로 시작했다는 말씀에 많은 공감이 갔다. 중요한 것은 그 필요가 생계는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생계가 중요하지 않다거나 부차적인 문제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창업 생태계를 연구하면서 보게 된 것 하나는 생계 해결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면서도 그 해결책은 언제나 사업을 영위하면서 파생적으로 얻게 되는 유익이지 사업을 하는 목적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가 사역하는 섬이 요즘 정말 많이 바뀌고 있어요.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를 세운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대형 리조트도 들어오고요. 이름만 섬이지 육지의 일반적인 도시와 다를 바가 없어요. 저는 우리 교회가 있는 동네만큼은 섬의 특성을 간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요양이라는 콘셉트도 그래서 생각하게 된 거고요.

사람들이 '섬에 왔다'는 느낌을 간직했으면 합니다. 일반적인 관광지보다는 조용히 사색하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커피가 그런 공간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시작한 것이기도 하죠.

사람들은 그래요. '안 목사 그러다가 섬 목회 그만두고 사업하는 거 아니야?' 저에게 커피는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목사잖아요. 우리 교인들이 지금 스무 명이 조금 넘거든요. 도시 목회와 다른 점은 연령대가 아무래도 높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교인 수가 줄어들어요. 주님 곁으로 가는 분들이 아무래도 도시 교회보다는 더 많을 것이고요.

얼마 전에 권사님 한 분이 기도하시면서 교인 수가 줄어들지 않도록 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예배 끝나고 말씀드렸어요. 11년 전에 제가 처음 왔을 때 스물한 분이 계셨는데 오늘도 스물한 분이 오셨다고. 그것은 우리 교회가 부흥한 것이라고요.(웃음) 저는 우리 성도님들이 신앙생활 잘하시다가 주님 부르실 때까지 옆에서 잘 지켜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목회를 하지요."

원의교회 안대정 목사와 들꽃마당시온교회 김영진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 대표로 와서 여러 목사님을 만났지만 작은 교회를 목회하면서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가진 목사님들과 가장 오랜 대화를 나눴다. 작지만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려고 고군분투하시는 분들이었다.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2015년에는 목회자 직업학교에 대한 논의도 한 차례 있었다. 필요는 분명하고 대안은 부족해서 답답한 마음이었는데 안대정 목사 이야기를 듣고 복잡한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첫 실마리를 찾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영업과 창업 분야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고 <뉴스앤조이> 대표로 온 것도 어쩌면 소명의 한 부분일지 모르겠다.

<뉴스앤조이>는 목회자 이중직과 관련된 다양한 담론을 소개하고 대안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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