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어둠이 내려앉은 광화문에 촛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100만 명의 시민은 촛불을 든 채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쳤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 농단에 분노한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1월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100만 인파가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집회라 한다.

'백남기·한상균과 함께 민중의 대반격을! 박근혜 정권 퇴진! 2016 민중총궐기'(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100만 명(경찰 추산 26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는 이날 집회에 동참하며 그리스도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역사적인 집회에 나선 이들은 어떤 심경이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시위에 참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국가권력이 오용·남용·악용될 때 그리스도인은 당연히 저항해야 한다. 그리스도는 한자로 '기독'이다. 선지자, 왕, 제사장 역할을 담당하신 예수의 길을 가야 한다. 왕과 제사장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 선지자 사명도 담당해야 한다. 직무 유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 기독인들은 국가 폭력에 저항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저항해야 한다. 구교, 신교 모든 그리스도교인은 국가 폭력 저항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이다." -박근혜퇴진5대종단운동본부 소속 목사

"박근혜는 당연히 빨리 물러나야 하고, 감옥에 처박아야 한다. 박근혜 자체가 국정 공백 원인이다. 감옥에 넣어야 한다. 박근혜가 가톨릭 신앙을 가졌는데, 우리가 제대로 못 가르쳐 미안하게 생각한다. 교리와 성서를 가르쳐야 했는데 세례만 줬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오늘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제주에서 2,000명이 비행기 타고 왔다." -김근수 소장(해방신학연구소 /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

그리스도인들도 집회에 가세했다. 이들은 신앙인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되찾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정의·평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하나님 뜻에 맞지 않나 생각한다. 신앙인인 우리가 이럴 때일수록 잘해야 한다." -오세요 전도사(한백교회 / 예수살기 간사)

"박근혜는 더 이상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 온갖 만인의 조롱거리가 된 사람이 청와대에 남아 있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하루속히 모든 일을 중단하고 하야하라. 국민 앞에 심판받고 퇴진하기를 바란다."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

"오늘이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아 양평에서 달려왔다. 기독인이 기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민 의식을 가지고 거리로 나와서 시민들과 함께 (시국을) 이끌고 가야 한다. 하나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갑주 간사(SFC)

"교회는 사회 구성원이기도 하다. 자신의 위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마땅히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본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 역할이 컸다. 오늘은 보수 기독교인도 그런 부채감을 가지고 집회에 많이 참가한 것 같다." -김애희 사무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

이웃 종교인들도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를 함께 외쳤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공회 신자, 성직자들이 토요일인데도 참여했다. 일요일 설교는 미리 다 준비해 놨다.(웃음)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면 국민이 행복하지 못한다. 진정한 평화와 행복은 우리 영혼에 기쁨이 있어야 가능하다. 정의롭지 않고, 불의한 세력이 세상을 지배하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건 하늘의 뜻이 아닌 것 같다." -장기용 신부(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회장)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참여 안 할 수 없다.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서 구현되고 실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독인이 앞장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행동해야 한다. (시위하는 사람들은 5만 원씩 받고 참가한다는 유언비어에) 오히려 (돈) 내면서 한다." -김수산나 부목사(강남향린교회)

"종교인이자 시민으로서 참여했다. 지난 4년간 국정 운영을 보면, 국민이 저항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박근혜에게) 맡길 수 없다. 반드시 퇴진시키고, 우리나라가 생명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 -최헌국 목사(박근혜퇴진기독교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

"신학생들은 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하나님 말씀을 배운다. 성경이 말하는 중요한 모토 중 하나는 정의 실현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국민과 함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고상환 사무처장(기독연구원느헤미야)

종로 일대에서 행진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모습.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근혜는 퇴진하라! 대통령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 신학 교수로서 (집회 참가는) 하나도 부담되지 않는다. 눈앞에 수십만의 국민이 있다. 이번 국정 농단 사태에 필요한 것은 신학이 아니라 상식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

"나봇의 포도원 사건을 떠올려 보자. 포도원을 갈취하기 위해 아합과 이세벨은 나봇을 무참히 살해했다. 그때 하나님께서 예언자 엘리야를 불러 나봇의 피가 채 마르기 전에 아합과 이세벨 즉 폭력 정권에 피가 뿌려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엘리야에게는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는 7,000명을 남겨 놓았다고 하셨다. 고 백남기 농민의 피가 채 마르지 않은 이곳에서 진리와 하나님의 뜻을 세워서 이 정권을 반드시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굳건히 세워야 한다. 새 민주주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이 자리에 왔다." -박경철 교수(한신대)

"박근혜 정부는 한 개인과 몇몇 집단 이익을 대변해 왔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하며,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기독교인으로서) 기본적으로 하나님이 통치하신다는 말을 쓰는데, 동성애나 이슬람을 몰아낼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억울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게 (하나님의) 정의가 아닐까. 하나님나라를 위해서 기독교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본다." -동윤진 씨(한신대 신대원)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모인 게 맞지만, 세상에 대해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되찾자는 의미에서 나왔다. 단순히 (집회에) 가는 게 맞느냐 틀리냐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주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전도사 30명 정도가 함께 참여했다. 비록 토요일이지만, '세상 사역'도 해야 하기에 나왔다." -유한샘 씨(서울신대)

민중총궐기 주최 측은 10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고 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시위대를 가리키며) '박근혜 퇴진' 저것 때문에 나왔다. 아무튼 미안하다. 이렇게 만들게 해서. 어른들 잘못 때문에 아이들이 나와서 길거리를 헤매고 있으니까 미안하다. 온 국민이 원하는 건 대통령 하야이고, 뒤틀린 모든 것들을 바로잡아야 할 시기다. (대통령이) 하야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용호 교수(서울신대)

"한신에서 40명 정도 참여했다. (교회) 사역하는 학생이 많은데, 밤늦게라도 온다고 한다. 소설 속에나 나올 법한 말도 안 되는 일이 이미 실현됐다. 국정 농단을 일으킨 비선 실세들에 의해서. 진상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민중이 다시 일어서는, 오클로스(민중)가 부활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끝까지 함께하자!" -최성령 씨(한신대 신학과)

"집회에 참가하려 공동체 지체 12명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광주에서도 할 수 있는데, 서울에서 시민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광주 시민들도 촛불을 들고 평화롭게 퇴진 운동을 하고 있다." -박근호 목사(그루터기 공동체)

"저희는 사회참여 동아리가 있다. 정치, 사회 상황을 공부하며 행동해 왔다. 이번 시국에도 함께 나오게 됐다. 우리가 박근혜 퇴진 성명서를 제일 먼저 냈는데, 사실 여러 교수님과 목사님들이 너무 이르다고 했다. 그런데 박근혜가 해 왔던 일을 보면 충분히 퇴진해야 할 사유라고 판단했다. 세월호 7시간을 보면서 '대통령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성명이 나오자마자 최순실 사건이 터졌다.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지 않았나 생각한다.(웃음)" -유희창 씨(기독연구원느헤미야)

시민들은 질서를 유지한 채 집회에 참가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긴 말 안 하겠다. 목사로서 요즘 같은 시대에 목회해야 할 곳은 교회가 아니라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김영명 목사(안산 합동 분향소 목요 기도회)

"그냥 나왔다.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박근혜는 역사의 죄인이다. 민주주의를 30년 뒤로 돌렸다. 한국교회는 또 부화뇌동해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오늘이 민주주의를 다시 원상 복귀하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

"박근혜 정부는 국정 문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하야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온 배경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도 문제지만, 신자유주의 풍토에 대한 반감, 민중 고통이 집약돼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한국 기독교는 극우주의 동맹 세력으로서 정권과 함께 활동했다. 이제는 교회가 그 대열, 그런 문화를 타파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김진호 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뽑아) 드릴 말씀이 없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정말 죄송하다.(웃음) 신앙인으로서 양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참가하게 됐다." -김이슬기 씨(한신대 신대원)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까 신학생들의 순수한 분노가 컸다. 일각에서 우리를 전문 시위꾼이라고 하는데 맞다, 시위꾼이라는 게 나쁜 것도 아니지 않나. 오늘 끝까지 함께하겠다." -이종건 씨(감신대 / 신학생시국연석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없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나는 노래를 하는 가수다. 예술인들은 노래에 역사와 혁명들을 품어 내고 있다. 과거 실패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는 이런 노래를 못 부르게 한다. (박근혜 정부는) 계속 그런 (실패한) 역사를 반복하게 만들려고 그런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문화, 예술, 정의가 바로 서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오늘 집회에 나오게 된 이유다." -황푸하 씨(가수 / 장신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