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월리스(Jim Wallis)가 2016년 11월 9일, <소저너스>(www.sojo.net)에 올린 글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올라왔습니다. 짐 월리스는 대표적인 기독교 사회정의 구현 단체 <소저너스>(Sojouners) 창립자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종교 멘토 중 한 명입니다. 대표 저서로 <회심>·<하나님 편에 서라>(IVP), <부러진 십자가>(아바서원), <하나님의 정치>(청림출판) 등이 있습니다. (원문 바로 가기) - 기자 주

백인 선거였다. 인종 선거이기도 했다. 미국이 변화 중이라는 데이터 및 인구 통계와 다르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사회적 통념을 거역했다. 트럼프는 백인 표를 모으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분노한 백인 투표자가 다른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백인 표를 압도적으로 획득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학교에 다니지 않은 백인 표만 모은 것이 아니다. 남성 또는 나이 든 백인들만 결집한 것도 아니다. 백인 대부분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수준·계층·성별에 상관없이 백인 유권자 대다수가 도널드 트럼프를 백악관에 입성시키는 데 기여했다.

트럼프는 백인 노동자 계층의 분노와 경제적 소외감을 이용하고 오용했다. 경제 시스템은 분명히 조작되었다. 정치도 그 조작된 시스템 안에서 돈을 좇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들의 분노를 '다른 사람들'을 향한 증오로 둔갑시켰고, 경제적으로 분개하는 감정을 인종적 분개로 바꿨다. 트럼프는 자신을 잊혀진 아웃사이더들의 우두머리로 변모시켰다. 말도 안 되는 농담으로가 아니었다. 단 한 번도 가진 권력과 재산 및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헌신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을 기발하게 홍보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빨간 모자는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인종적 편견과 여성 혐오로 선거운동을 했다. 은밀하게 넌지시 암시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내며 공공연하게 해 왔다. 인구 구성과 문화가 급격하게 변하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백인 우선 정치를 택했다. 그는 미국 주류 사회에 백인 민족주의를 다시 끄집어냈다.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첫발을 내딛을 때 그 기반은 인종차별주의였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인이 아니라는 음모론을 유통하고,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이 진짜 '우리' 중 한 명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진정한' 미국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직 도전을 알리는 첫 연설에서 트럼프는 멕시칸과 이민자들을 '범죄자', '강간자'라고 부르면서 폄하했다. 그 후에는 모든 무슬림이 미국에 오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법과 질서'(미국 드라마 제목으로 마약 사범 검거 등 범죄 수사물 - 기자 주) 후보자임을 자처했다. 국경에 장벽을 세운다는 말로 불법체류자들을 쫓아다니는 경찰, 국경 경비대, 이민국 직원들에게 지지받는 후보임을 자랑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쓰인 트럼프의 유명한 빨간 모자는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는 의미임이 명백해졌다. 도널드 트럼프는 인종적 편견, 여성 혐오, 외국인 혐오에 기반해 선거에 임했다. 그리고 압도적인 미국 백인이 그에게 표를 던졌다. 매우 슬프게도 백인 기독교인 대부분도 그에게 투표했다.

가부장제도 강력한 역할을 했다. CBS 뉴스의 출구 조사는 "2012년 남성 유권자 중 오바마는 백인 35%의 표를 받았다. 2016년 선거에서 남성 유권자 63%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에 비해 힐러리는 31%의 지지를 받는 것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단순히 백인 남성만 집계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는 흑인·라티노 유권자에서도 예상치 못한 좋은 성적을 보였다. 미트 롬니(2012년 공화당 후보) 때보다 흑인 유권자에게 7%, 라티노 유권자에게 8%를 더 얻었다. 적지만 중요한 수의 유색인종 남성이 그에게 투표했기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백인 복음주의자 대부분은 자신의 영혼을 한 사람에 파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트럼프는 공인 중에 미국 문화에서 가장 나쁜 가치인 돈·섹스·권력을 부끄러운 방법으로 찬양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이번 선거처럼 종교적인 위선을 목격한 적이 없다. 백인 복음주의자 81%를 포함해 백인 기독교인이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에게 투표했다. 여기에는 백인 복음주의 여성도 75% 포함돼 있다.

이번 선거의 진정한 비극은 미국에서 유명한 대형 교회 백인 목사들의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트럼프 앞에서 침묵했고, 그들의 도덕적 신뢰성이 무너진 것을 보여 줬다. 종교적 우파 지도자들도 그동안 표현했던 모든 종교적인 가치를 넘어 정치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것은 그들이 언제나 정치적으로 오른편에 섰고 다시는 '종교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트럼프는 백인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많은 사람이 겁을 먹고 있다. 그들은 대통령 당선자가 규칙적으로 공격했던 사람이다. 내가 성경을 제대로 읽었다면, 그들은 기독교인과 양심 있는 일반인이 함께 연대하고 지지해야 할 사람들이다.

나는 가장 연약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종종 전화를 받는다. 젊은 유색인종 자녀를 둔 부모, 겁에 질린 불법체류자 가족을 교회 구성원으로 둔 히스패닉 목사, 더 이상 대통령이나 사법 체계의 조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대담해진 백인 경찰과 마주해야 하는 흑인 목사들, 이 나라가 더 이상 그들을 위한 곳인지 걱정하는 무슬림 형제자매들에게 말이다.

우리 생애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를 백악관에 보내 버린 절망적인 선거가 끝난 뒤, 기독교인과 신앙심 깊은 교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첫째, 우리는 가장 연약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즉 불법 이민자, 흑인 청년, 유색인종 미국인, 무슬림과 연대하면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공개적으로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 미국에서 인종을 주제로 정직하게, 예언자적 시각으로 진실을 말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요구되고 있다. 특별히 백인 기독교인들에게 백인우선정치를 신앙우선정치로 바꿀 것을 요구해야 한다. 백색주의는 백인 기독교인을 하나님과 분리시키는 우상이다. 모든 백인 특히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부르는 사람과 백인 교회들은 이번 선거를 휩쓴 백인 정치로부터 성경적으로 회개해야 한다.

연대는 굉장히 유용한 수단이다. 교회는 트럼프가 추방하겠다고 협박한 불법체류자를 위해 문을 열어야 한다. 대규모 시민 불복종을 일으킬 수도 있다. 연방 정부와 기관이 인종 프로파일링으로 유색인종 청년에게 폭력을 가한다면, 종교 공동체, 초교파 지도자, 지역 목사와 교회는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보안관, 법 집행관과 대화할 수 있는 만남 주선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미국 무슬림의 종교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위험하고 비용이 드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첫 번째 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신앙심 깊숙한 곳에서 나와야 하고, 행동하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하며, 공격받고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 옆에 서야 한다. 그리고 '통치자들과 권세들'(에베소서 6장 12절)과 맞서야 한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이래 내가 들은 가장 용기 있는 외침은, 내가 잘 알고 멘토링했던 모든 인종의 청년이 외친 메시지다. 그들 중 여럿은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든 나는 함께할 것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각각 알려 왔다.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에도 신앙 공동체의 신실한 역할은 꼭 필요하다. 지금 가장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그들과 함께 기도하고, 외치고,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을 지지하고 권력에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우리의 부름과 목회는 치유와 저항 둘 다일 것이다. 주님이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기를.

번역 /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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