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임성빈 총장) 학생들이 11월 11일,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비꼰 김철홍 교수(신약학)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학생 80여 명은 '김철홍 교수는 공개 사과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교내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김철홍 교수는 전날 장신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최순실 씨가 에큐메니컬 신학에 근접한 훌륭한 신앙인이라며 장신대 신학을 풍자했다.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하려는 학생을 향해서는 '광대뼈 함몰', '혼수상태', '세상 하직' 운운하며 백남기 농민 죽음을 비꼬았다.

글이 SNS에 퍼지면서 김 교수를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한 학생은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가 결여됐고 고인의 죽음을 평가절하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학생은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을 놓고 비꼬는 인간이 무슨 신학을 가르치려 하는가?"하고 지적했다.

동료 교수들도 김철홍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임희국·서원모·박경수 등 장신대 교수 7명은 "대부분 교수도 참담하고 당혹스런 심정이다"며 "김철홍 교수가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공격적이고 파괴적이다"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김 교수에게 "장신 공동체 구성원에게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라. 그리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했다.

학교가 김 교수를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신대를 졸업한 이재용 목사는 문제의 글이 "개인적인 차원의 비행이나 탈선이 아니라, 의도적이며 악의적이고 사회적 정치적인 범죄행위"라며 "교수직 사퇴뿐만 아니라 교단 목사직 박탈, 또는 출교 차원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논리로 굴복되면 사과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김철홍 교수는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교수·학생들이 자신에게 왜 사과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굴복되면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제안 내용도 구체적이다. 김철홍 교수는 교수 둘, 학생 둘을 선발해 자신과 4대 1로 공개 토론을 하자고 했다. 토론 시간은 4시간. 진행은 전국에서 볼 수 있도록 생중계로 하자고 요청했다. 만약 자신의 질문에 이들이 답하지 못하면 자신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조건도 남겼다. 토론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질문을 받겠다고 했다.

김철홍 교수의 제안은, 한 목사가 학교 게시판에 남긴 글에서 비롯됐다. 장신대 출신인 이 목사는,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김 교수와 다른 교수, 학생들이 의견을 나누는 데 한계가 있다며 차라리 토론회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바 있다.

김철홍 교수는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장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학생들 "토론은 무슨 토론…"

김철홍 교수의 토론회 제안에 학생들 의견은 부정적이다. 서 아무개 씨는 "생명을 조롱하고도 이토록 뻔뻔스러운 태도에 놀랍다.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은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다"고 토론을 반대했다. 고영준 씨도 "토론은 정상적 이성 체계를 갖춘 사람들끼리 하는 거다. 이미 갈 길이 정해진 부도덕하고 완고한 인격과는 정상적 토론이 불가능하다. 김철홍 교수는 신앙적 인성을 기초부터 검증받아야 할 해고 대상자이자 청문 대상자이다"라고 비판했다.

11일 장신대 학생 81명은 토론에 반대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김철홍 교수는 자신의 편향된 주장만 내세운 가벼운 글로 의로운 농민의 죽음을 희화화했을 뿐 아니라, 하나님나라와 그의 의를 추구하고자 한 학생들의 실천을 모독했다"며 공개적인 사과와 교수로서 신분을 망각하고 학교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교수의 토론 제안에 찬성하는 이들도 있었다. 몇몇 학생은 "교수님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토론회에서 여러 의견을 들으면서 우리 장신대가 영혼을 사랑하는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로 거듭났으면 합니다"는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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