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임성빈 총장) 한 교수가 최순실 씨를 두둔하고 언론과 시민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학생들 비난을 사고 있다.

글을 쓴 사람은 김철홍 교수(신약학)다. 그는 11월 10일 "주술에 빠져 악령에 빙의된 사람은 누구인가? 박근혜 대통령인가 아니면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장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김철홍 교수는 "최순실 집사야말로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추구하는 신학에 가장 근접한 훌륭한 신앙인이다"고 치켜세웠다. 최순실 씨는 강남에 있는 대형 교회를 전전하고, 압구정 A교회를 오랫동안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최 씨가) 특정 교파만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교파를 두루 섭렵하는 것은 WCC의 교회연합주의와 잘 부합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순실 집사와 그의 가족들은 다양한 기독교 교파, 로마 가톨릭 교회, 점집과 같은 민속 종교, 불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교적 경험을 융합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에큐메니컬 신학 입장에서 종교 간의 대화를 시도한 보기 드문 기독교인이다"고 했다.

임성빈 총장을 포함해 일부 기독교인이 최순실 씨를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같은 정치적 사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서 기독교인들이) 그녀의 에큐메니컬한 신앙생활을 신앙이 아닌 것으로 정죄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래야 박근혜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벌써 범좌파들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전교조 해체, 개성공단 철수 무효 등을 덤으로 얹어 몽땅 다 무효화해야 한다고 아우성치고 있다"고 했다.

악령이 빙의된 사람은 바로 시민들

김철홍 교수는 악령에 빙의된 사람은 바로 "최순실 씨가 무당이라고 믿고 박근혜 대통령이 악령에 빙의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짜 원조 무당은 엉터리 언론들"이라며 시민이 사실을 보지 못하게 하고 거짓된 환상을 진실로 믿게 만든다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최순실 집사가 검찰 수사 결과 현행법에 저촉되는 범죄 사실이 있다면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그 처벌은 언론이 아닌 법에 의해 받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철홍 교수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하려는 이들에게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11월 12일 토요일에 광화문 집회에 나갈 학생들은 시위 도중 주변에 마스크와 모자를 쓴 건장한 아저씨들이 있는지 잘 살피길 바란다. 특히 시위 도중 넘어지지 않도록 하고 넘어질 때 그 아저씨들이 다가오면 최대한 웅크려서 자신을 보호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광대뼈가 함몰되어 병원에 실려가 장기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제대로 하나님의 일 한번 해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하직하는 수도 있으니 주의하도록."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이는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을 비꼰 것으로 보인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 대포가 아니라, '빨간 우의' 입은 남자가 얼굴을 가격해서 죽음에 이른 것이라는 한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발 루머를 빗대어 쓴 것이다.

학생들, 항의 및 공식 사과 요구

김철홍 교수 글에는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학생들은 오류를 지적하며 불쾌감을 표했다. 한 학생은 "교수님 글은 사실에 기인한 글입니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교수님이 가지고 계신 정치적 사안을 가지고 쓰신 글로 보입니다. 지금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들은 제가 보기에는 가능한 사실을 근거로 하는 의심으로 보입니다"라고 했다.

협박성 내용에 사과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학생들은 "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이게 지금 무슨 말씀인가",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을 놓고 비꼬는 인간이 무슨 신학을 가르치려 하는가", "협박의 내용을 정식으로 사과 하십시오!"라고 글을 남겼다.

기자는 김철홍 교수에게 글을 쓴 의도와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김 교수는 <뉴스앤조이>와는 인터뷰하지 않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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