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이자 사회운동가인 그는 일본 협동조합의 아버지로 불린다.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한 협동조합을 설립해 거대 자본이라는 '사회적 악'에 대항했다. 사회적 기업 설립으로 빈곤한 이들의 자립을 도왔다.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온 그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취약 계층의 필요를 채우는 경제 시스템은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으로 빈민이 스스로의 삶을 꾸리게 할 수 있을까. 이런 비전을 꿈꾸는 교회를 돕는 NGO가 있다.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이준모 본부장)다. 교회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을 하고 싶은 목사·기독교인에게 상담을 해 주고, 설립 단계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11월 9일 인천 계양구에 있는 해인교회에서 이준모 본부장을 만났다. 그 역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목사로서, 교회 안에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이 본부장에게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가 하는 일, 교회가 사회적 기업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교회가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도록 돕는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이준모 본부장. 뉴스앤조이 최유리

-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교회가 '사회적 경제 시스템'으로 불리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적 경제 시스템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등장하는 개념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이 중요한 요소라면 사회적 경제 시스템에서는 사람을 중시한다.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를 목표로 삼는다.

우리는 어느 교단이든 상관없이 이 분야에 관심 있는 교회에 컨설팅을 하고 어떤 아이템이 좋을지 사업 모델도 발굴해 준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사회적 기업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도록 옆에서 서포트한다..

또 교회가 사회적 기업에 관심 갖도록 직접 교육한다. 우리 목표는 '한 교회가 하나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자'다. 그게 어려우면 사회적 기업 한 곳과 연결해서 생산한 물품을 사자고 독려한다. 그래서 전국 교회에 방문해 사회적 기업 설립 방법, 아이템 발굴 방법, 매출 증대하는 법을 알리는 세미나도 열고 그들이 만든 제품도 광고한다. 지난주에는 사회적 기업과 함께하는 교회 바자회를 진행했다.

- 교회가 사회적 경제 시스템에 관심 둬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한국은 부동의 OECD 회원국 자살률 1위다. 한국 사회의 아주 심각한 문제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신자유주의 병폐다. 자본주의에서 도태돼 빈곤해지면서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양극화 사회에서는 많이 배우지 못하거나 기술이 없는 취약 계층은 사회 변두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공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교회는 사회 테두리에서 벗어난 이들을 돌봐야 한다. 일자리가 필요하면 일자리를 제공하고, 생활할 곳이 필요하면 쉼터를 제공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를 해결할 기독교 기관, 전담 목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교단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되는 곳은 없다. 

교회가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심적으로 희망을 줘야 한다. 그게 바로 진정한 '돌봄 목회'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직접 교회에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사회적 경제 시스템이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루트였다.

- 어떤 사람은 정권이 바뀌면 사회적 기업이 유지되기 어려울 거란 말도 한다.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가 담당하는 사회적 기업을 보면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센터와 연결된 단체들은 지금까지 꾸준히 판로를 개척해 왔다. 교회라는 네트워크도 있고 스스로 자생할 방법을 모색해 두었다. 또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됐고, 이미 고용노동부에서 하고 있는 핵심 일자리 정책이 됐다. 큰 변동은 없어 보인다.

- 한국에 설립된 기독교 사회적 기업은 어떤 유형이 있는가.

현재 우리와 연결된 기독교 사회적 기업이 100개가 넘는다. 종류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한국교회가 전통적으로 해 오던 아나바다 운동을 계승한 부류다. 옷이나 가구, 가전제품 등을 파는 재활용 센터가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문화 선교 유형이다. 교회 카페를 운영하거나 교회에서 인문학이나 자격증 강의를 한다.

마지막으로는 도시와 농촌을 잇는 도농 직거래 사업이다. 농촌 교회에서 생산한 물건을 도시 교회에서 판매하는 일을 한다. 주기적으로 친환경으로 기른 먹거리를 꾸러미 형태로 배달한다. 농촌은 판로가 생겨 좋고, 도시는 건강한 먹거리를 먹어 좋다. 현재 이 사업을 진행하는 교회는 배달 업무를 노숙인에게 맡겼다. 노숙인의 일자리도 창출했다.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는 교회 곳곳을 다니며 사회적 기업을 홍보하고 있다. 가운데가 이준모 본부장. 사진 제공 이준모.

- 사회적 기업을 직접 세우지는 못해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물건을 구매하는 거다. 서울영동교회(정현구 목사)가 대표적인 예다. 서울영동교회는 한 달에 한 번 공정무역 장을 연다. 예배를 드리고 나서 교인이 장터에서 필요한 물품을 산다. 1년에 한 번은 바자회를 열어 공정무역 단체를 초청해 상품을 판매한다. 

교회 카페에서 쓰는 원두도 공정무역 원두로 바꿨다.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그동안 마시던 커피를 공정무역 커피로 바꿨다. 공정무역은 원산지 생산자들에게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주는 것이다. 일종의 사회 선교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선교헌금을 모금하지 않고도 선교와 사회참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 사회적 기업을 돕는 교회가 한두 번은 가치를 생각해 물품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기존 물품보다 가격대가 높은 공정무역 물품, 친환경 먹거리를 계속 먹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사회적 기업이 만든 물품을 쓰는 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여러 번 알려 줘야 한다. 중요성은 한 번 말한다고 다 알 수 없다. 우리는 이 부분에 초점을 둔다. 공정무역 커피를 사 먹는 교회 이야기를 해 보자. 교인에게, 당신이 커피 한 봉지를 구매하면 현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교회가 커피를 구입한 후 교회에서 단기 선교로 직접 현지를 방문할 수도 있다. 커피와 선교에 관심이 있는 교인이 미리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여름 성경 학교'도 할 수 있다.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교회 안에서 접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 교회가 사회적 기업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 목회자가 잘 운영할 수 있겠나.

목회자에게 유리한 게 많다. 사회적 기업의 성공은 '마인드'와 '네트워크'에 있다. 사회적 기업은 공익을 추구하면서 이익을 창출하는 곳이다. 하지만 돈을 벌기 시작하면 경영자에 따라 언제든지 사기업처럼 변할 수 있다.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목사는 그래도 믿을 만하다. 공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과 가치를 갖고 있다.

또 목회자만큼 네트워크가 잘돼 있는 사람이 없다. 교회나 노회에서 늘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기 때문에, 판로 개척도 다른 사람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잘한다.

이준모 목사는 지역사회를 돕고 사회 선교를 꿈꾸는 목회자들에게 사회적 기업을 하자고 권유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최근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예전부터 이중직 이야기가 있긴 했지만, 최근에는 생계 문제를 풀어 가기 위한 해결책으로 이중직이 논의되고 있다. 생계를 위한 이중직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만 목회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케이스마다 다르겠지만 목회에 집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가 교리와장정(헌법)으로 이중직을 허용했다. 미자립 교회 목사들이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목회자 이중직을 허락한 것이다.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인가' 의문이 들었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인 수는 계속 줄고 있는데 교단은 끊임없이 계속 목사를 양산하고 있다. 사역지가 부족한데 목회자는 많으니 경쟁이 심해진다. 배출하는 목사 수를 줄이면 되는데, 그건 안 한다.

목회자의 생계는 기본적으로 교단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장에는 생활보장제가 있다. 적은 금액이지만 총회가 목사에게 생활비를 지원한다. 월급이 최저생계비 90만 원에 도달하지 못하는 목사에게 최대 30만 원을 제공한다. 총회와 노회는 목사가 목회에 집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시스템을 만들지 않고 생계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면 안 된다.

- 목회자들이 이중직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오직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갖는 건 지양하는 게 좋겠다. 대신 선교적 관점으로 이중직을 하는 건 좋다. 이중직에 뛰어든 목사들은 대부분 사역지와 생계를 위해 일하는 곳이 분리돼 있다. 이게 하나가 됐으면 한다. 목사들이 교회 사역의 연장선으로 사회적 기업을 하면 좋겠다. 돈은 조금 덜 벌 수도 있다. 그래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교회도 돌볼 수 있다.

주변 목회자 중 교회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주중에는 커피를 내린다. 카페에서 지역 주민과 만난다. 관계성을 만들고 복음을 제시한다.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전통적인 교회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게 다양한 교회 형태가 있다는 걸 알려 주는 역할을 한다. 적지만 이윤도 내면서 선교 역할도 감당한다.

- 이중직을 고민하는 목사, 신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렵더라도 같이 사회적 기업을 해 보자고 말하고 싶다. 사회에서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한다. 사회적 기업은 수입은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지역사회 안에서 선교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돌봄 목회를 할 수 있다.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로 연락 달라. 함께 눈물 흘려 기도하고 고민하면서 교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생각해 보자. 같이 선교적 교회를 꿈꾸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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