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누구 못지 않게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 성향 목사들도 이번 국정 농단 사태로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대통령과 정부가 수세에 몰릴 때마다 설교와 단체 성명으로 옹호해 오던 목사들이 비판의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영훈 목사는 개성공단을 폐쇄한 박근혜 정부를 뒤늦게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훈 목사. 이 목사는 11월 1일 평화와통일을위한연대(평통연대)가 주최한 공개 포럼에서, 보수 정권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이영훈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추진해 온 북한 평양 심장 전문 병원 건립이 이명박 정부 이후 8년 동안 중단됐다고 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고 이념이 달라도 민간 차원의 교류는 완전히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2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개성공단 폐쇄로 응수했다. 이 목사는 정부가 강행한 개성공단 폐쇄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폐쇄가 아닌 10배로 확장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기총은 개성공단 폐쇄 당시 논평에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복되는 도발에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추가 제재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사드 배치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조속히 배치를 완료해야 한다는 지지 성명을 냈다.

박근혜 대통령을 전폭 지지해 온 전광훈 목사는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과 사랑제일교회 당회장을 맡고 있는 전광훈 목사. 전 목사는 "종북 좌파가 집권해서는 안 된다"며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전폭 지지했다. 각종 정책에도 찬성·지지 의사를 표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 폐쇄됐던 개성공단이 재개됐을 때, 전 목사는 "그간 박 대통령이 견지해 온 원칙과 소신이 개성공단을 통해 첫 열매로 드러났다. 앞으로 이 자세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2월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 정부를 향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전 목사는 박 대통령을 적극 두둔했다.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전 목사는 예배 시간 교인들에게 영상을 보여 주면서 "대통령 혼자 사과할 일이 아니다. 노무현·김대중 때 다 진행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연설 듣고 안 우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 참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종북 선동'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는 국정 농단 이후 박근혜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 목사는 10월 30일 설교에서 "선거할 때마다 목사들에게 기도해 달라 빌어 놓고, (청와대) 들어가서는 딴짓하고, 내가 열 받아서 죽겠다. 앞으로 악령과 가까이 하는 사람은 절대로 청와대에 들어가면 안 된다. 무조건 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을 이끌었던 전광훈 목사는 내년 19대 대선에도 뛰어들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믿었던 박 대통령마저 저리 됐다.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차세대 지도자를 기독교인들 손으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교연을 내방한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사진 왼쪽)과 조일래 목사의 모습. 사진 출처 한교연.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조일래 목사도 박근혜 대통령을 꾸준히 지지해 왔다.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박근혜 정부가 주도한 정책에 힘을 실어 주는 성명을 냈다.
특히 임기 4년 동안 개헌에 침묵해 왔던 박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했다고 하자 쌍수 들고 환영했다. 비선 실세 의혹이 일던 시기, 한교연은 개헌을 언급한 대통령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국정 농단 파문이 일자 조 목사와 한교연의 태도는 바뀌었다. 한교연은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다던 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믿음을 저버렸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한교연은 박 대통령을 향해 "평생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정치적 둥지인 친박도 자진 해산하고, 자청해서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과 결단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회개·반성은 없고, 이제 와서 비판만…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국정 농단으로 나라가 들끓을 때 목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기도하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지지해 온 행동에 대한 반성과 회개는 없었다. 누리꾼들은 목사들을 향해 "자기가 좋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비판만 하느냐", "목소리 낮추고 회개부터 하라", "분별력을 잃은 것을 반성하라"고 지적했다.

기독교계 단체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청하듯, 박 대통령을 지지해 온 목사들도 진정으로 반성·회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백종국 교수(경상대)는 목회자들의 반성이 없으면 한국교회가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목사 다수는 공평·정직을 조금 더 실천하려는 성경적인 사람보다 자신의 정치적 기호에 맞는 사람을 지지해 왔다. 지금까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반공주의·반동성애 운동에 몰두했다. 그러니 (대통령에게) 해야 할 이야기도 못 했다.

지금과 같이 대단히 부도덕한 결과가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고, 바람이 다르게 분다고 얼른 다른 곳에 편승해 비판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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