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학교에는 다른 대학에서 찾아 보기 힘든 학생 준칙이 있다. 학생들은 정당이나 정치성을 띤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활동할 수 없다. 전광식 총장은 학교의 오랜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국정 농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시민단체뿐 아니라 대학생, 중·고등학생까지 나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한다. 각계각층에서 시국 선언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고, 보수 기독교계 역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전국 곳곳에 시국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 영도에 있는 고신대학교(전광식 총장)에서도 시국 선언을 위한 움직임이 일었다. 일부 학생은 11월 1일 학교 정문에서 시국 선언 참가 서명을 받았다. 학생 7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을 때쯤, 학생처 직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교칙에 어긋나니 서명운동을 중단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더는 서명을 받을 수 없었다.

실제로 고신대에는 학생들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준칙이 있다.

"교내외를 막론하고 본교 학생의 모든 집회 및 결사는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집회 및 결사는 반드시 학과장 또는 지도교수의 승낙과 지도를 받아야 한다." (학사행정편 제5조)

"학생은 정당이나 정치성을 띤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활동함을 불허한다." (학사행정편 제11조)

학생 준칙은 1975년 9월 1일 제정, 시행해 오고 있다. 서명운동을 주도했던 학생들은 헌법에 보장된 정치적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학생은 "사실상 정치에 관심을 두지 말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불의가 넘쳐나는 시대인데, 정의와 사랑을 가르치는 신학교에서는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신대학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 소속이다. 예장고신은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반대한 이력이 있지만, 다른 교단에 비해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다. 특히 정치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자제해 왔다.

전광식 총장은 11월 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단과 학교 전통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전 총장은 "우로나 좌로나 치우칠 염려가 있기에 우리 학교는 초창기부터 정치 활동을 금지해 왔다. 전두환 시절 때에도 학교에서는 (시국 선언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학풍과 정서가 '보수적'이어서 정치 현안에 침묵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박정희나 전두환 시절에는 지금보다 나라가 더 시끄러웠다. 그때도 우리 학교와 교단은 신앙 공동체로서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았다. 만일 지금 시국에 편승하면 앞으로 모든 시사에 입장을 내놔야 한다. 세월호나 국정교과서 등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되면 학교가 (정치 문제 때문에)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학생 개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건 자유다. 다만 학교 안에서 정치화된 주제를 나눈다거나, 정치 활동을 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

"국정 농단, 우리 자신의 참담한 자화상"

학교 당국 제재에도 학생들은 서명운동에 이어,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고신대 신학과·신대원 재학생 및 졸업생 30명은 11월 5일 선언문에서 "사회의 근간을 이뤄야 할 공평과 정직, 긍휼의 법을 세우는 일과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것에 무관심했다"고 자백했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교회가 거룩의 능력을 상실했다며 예장고신 교회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국정 농단 가해자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했다. "더 이상 완악한 마음으로 죄악을 축소하지 말고 국민들 앞에서 그동안 행한 모든 악행을 시인하고 하야하라.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몇몇 학생들은 학생 준칙을 어긴 이유로 징계를 받지 않을까 우려했다. 전광식 총장은 "개인적인 정치 의사 표현은 제재할 생각은 없다. 징계도 당연히 없다. 앞서 말했듯, 우리 학교는 정치 문제에 나서지 않았다. 그게 전통이다. 다만, 하나님나라와 복음에 반하는 일이라고 판단이 서면 당연히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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