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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대신 대체 복무를 허하라

'양심적 병역거부자 즉각 석방' 권고 후 1년…변한 것 없는 한국 정부에 각성 촉구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6.11.03  15: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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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쟁없는세상·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UN자유권규약위원회가 지난해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즉각 석방하라고 권고한 사안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은 의무 복무제를 시행 국가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가 가장 많다. 다른 나라들은 병역을 거부할 경우 대체 복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방법이 없다.

한국 상황을 주시하던 UN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 Committee)는 지난해 대한민국 시민사회 전반을 관찰한 뒤 권고문을 발표했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과한 국제 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자유권규약) 18조에 따라 한국 정부는 성소수자 차별을 철폐하고 평화로운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 전원을 즉각 석방하라는 내용이었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1년 뒤에 한국 정부에 권고 사항을 이행했는지 여부를 보고하라고 명시했다.

   
▲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죄수복을 입고 감옥에 갇힌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구속 수감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11월 3일 권고 사항 이행 여부를 보고해야 하는 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모였다. 전쟁없는세상·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구속 수감돼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석방하고 하루빨리 대체 복무제 대입을 논의하라며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이유로 구치소에서 1년을 보내고 나온 임재성 씨는 현직 변호사다. 그는 2006년에 출소했는데 10년 뒤인 2016년에도 똑같은 이야기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전향적인 판결이 여러 차례 있었고 최근 광주지방법원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하라는 입장이었다며 한국 사회가 변화 임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고 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박승호 간사는 UN이 한국 정부에 이렇게 강력한 권고문을 보낸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시정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한국 정부는 '국민 공감대 부족, 국민 안보 위험'이라는 10년 전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간사는 "한국이 국제사회 일원으로 살려면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정부는 국민 여론이 좋지 않고 대체 복무는 시기 상조며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대체복무제 도입을 미루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대체 복무 도입 망치'로 정부가 제시한 이유를 하나하나 무너뜨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한국 상황을 알리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병역을 거부했다 실제로 구속됐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정부가 하루속히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하고 거부자들이 택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내용을 연기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1년 전 11월 5일 UN 자유권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가 대한민국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 전반을 심의한 후 최종 권고문을 발표했습니다. 자유권위원회는 여러 권고 내용 중에서도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 평화로운 집회 결사의 자유 보장, 양심적 병역거부자 전원 즉각 석방과 대체복무제도 도입 등 세 가지 권고에 대해 한국 정부가 1년 이내로 그 이행 여부를 보고할 것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자유권 위원회는 구체적으로 병역거부자의 전과 기록 말소 및 배상 제공, 신상공개 자제, 대체복무제 도입,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 전부를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병역거부자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UN이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굉장히 이례적이고 강력한 권고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늘 11월 3일은 한국 정부가 자유권위원회의 이 같은 권고에 대한 이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날입니다.

올해에 들어서만 벌써 1심 재판부에서 두 번, 그리고 항소심 재판부에서 최초로 병역거부자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판결은 예전에도 드문드문 있었지만 작년부터 무죄판결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항소심 합의부에서 무죄판결이 나왔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으로 보내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법부 내 큰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80.5%가 찬성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이 법조계에서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의 무죄판결문들을 보면 병역거부권 인정이 더더욱 시대의 상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6월 14일 무죄 선고를 내린 류준구 판사는 "군인들이 복무 기간 매우 적극적인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 장애인, 노인, 청소년, 군 면제자, 군 전역자 등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체복무제가 헌법상의 국방의 의무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무죄 선고를 내린 광주지법 항소부는 판결문을 통해서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다소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소수자의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사회 통합을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고, 이러한 성숙한 민주주의 역량을 토대로 도덕적, 정치적 우위를 점함으로써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자유가 충돌하지 않는다는 의견에서 더 나아가, 대체복무제가 사회 통합에 기여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통해 국가 안보에 오히려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권고는 거듭 강해지고, 한국 사회도 병역거부 이슈가 처음 제기된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참 많이 변했지만 한국 정부는 고장 난 녹음기처럼 똑같은 말만 계속 늘어놓고 있습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안보 불안 상황 때문에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없으며 대체 복무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고 악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도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2007년 대체복무제를 골자로 한 사회 복무제 도입을 추진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자기 기만적인 변명이며, 하나하나 따져 보면 사실관계도 맞지 않습니다.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대체복무를 도입할 경우 국가 안보에 어떤 특별한 불이익이 있을 것인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해 왔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국제사회를 납득시킬 만한 적절한 대답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또한 위에서 소개한 무죄판결문에서도 지적했듯이 대체복무제가 오히려 국가 안보에 기여한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국민 여론이 대체 복무제에 부정적이라는 말도 사실과 다릅니다. 일례로 올해 5월 국제앰네스티의 의뢰로 수행된 여론조사에서는 70%가 대체 복무제 도입에 찬성했습니다.

물론 병역거부권의 인정은 여론에 따라 정할 수 없는 인권의 문제입니다. 혹 여론을 고려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반대가 많이 나오지는 않고 있으며 조사에 따라서는 찬성 의견이 더 높은 여론조사도 많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국민 여론 때문에 도입을 못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의지가 없어서 도입을 하지 않는 것이며 국민 여론은 정부가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뽑아서 핑계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UN 인권이사회의 의장국입니다. 인권을 보호, 존중, 실현하는 데 있어 모범을 보여야 하는 인권이사회의 의장국이 UN 인권이사회, 자유권위원회 등 다수 UN 인권기구에서 반복적으로 권고했고 세계적으로는 이미 상식으로 여겨지는 권리와 제도에 대해 변명으로만 일관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이어지는 무죄 판결의 의미를 되새기고, 병격거부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2016년 11월 3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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