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최 씨와 함께 그의 부친 고 최태민 씨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은 1975년 6월 21일 서울 배재고등학교 교정에서 열린 구국십자국 창군식. 구국선교단 명예총재인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모습(빨간 원). 박 대통령 왼쪽이 최태민 씨다. (대한뉴스 영상 갈무리)

"최태민 씨는 '목사'가 맞다. 그러나 목사 안수나 신학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당시 총회장이 목사 호칭을 부여한 게 전부다. 최 씨는 스스로 하늘에 있는 여러 신(神) 중 한 신으로부터 지시를 받는다고 말하곤 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고 최태민 씨 측근 전기영 목사(충성교회)가 힘주어 말했다. 올해 79살인 전기영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예장종합총회) 총회장을 맡고 있다. 예장종합총회는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주인공인 최순실 씨 부친 최태민 씨에게 목사 호칭을 부여한 교단이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최태민 씨도 덩달아 언론에 오르내렸다. 그는 목사, 무당, 교주로 소개됐다. 후에는 여러 종파를 두루 섭렵(?)한 사이비로 불렸다. 기독교계와 무속인들은 각각 '목사'나 '무당' 호칭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성명을 냈다.

나라를 들썩이게 한 장본인의 아버지가 언론에 오르내린 까닭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를 여의고 최태민 씨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한다. 최 씨는 어떻게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을까. 11월 2일 충남 서산 예장종합총회 회관에서 만난 전기영 목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최태민 씨는 범인(凡人)이 아니다. 독립운동가 집안 출신이다. 일제강점기 황해도 안악경찰서에서 순사를 했다. 평범한 순사가 아니었다. 정보를 빼내 독립군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해방 이후 남쪽으로 내려왔다.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산에 칩거하며 20년 가까이 도를 닦았다. 쌀독이 바닥을 보일 때마다 한 청년이 나타나 채워 주곤 했는데, 알고 보니 '산신령'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청년이 나타나 국상(國喪)이 났다고 했단다. 동굴에서 나온 최 씨 눈에 흰 소복을 입은 육영수 여사가 보였다. 육 여사가 '내 딸 근혜와 나만 아는 비밀이 있소. 편지를 써서 보내면 딸이 당신을 만자고 할 것이오. 우리 딸을 많이 도와주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 씨는 그 길로 내려가 청와대에 편지를 보냈고, 박근혜를 만나게 됐다. 최태민을 만난 박 대통령은 이야기를 듣고 기절했다고 한다. 최 씨 운명이 바뀌게 된 계기다."

▲ 전기영 목사는 고 최태민 씨 측근 중 한 명이다. 전 목사는 최 씨와 딸 순실 씨가 주술로 박근혜 대통령을 홀렸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기영 목사는 "전부 최태민 씨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강변했다. 변변치 않았던 최 씨는 군 출신 대통령 딸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다. 부와 권력이 뒤따랐다. 이때 그를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다. 예장종합총회 1대 총회장을 지낸 故 조 아무개 목사다. 조 목사는 과거 최 씨와 함께 경찰서에서 근무한 적 있다. 그는 최 씨에게 '목사'가 되라고 설득했다.

"민수기를 보면 발락 왕이 발람을 이용하는 대목이 나온다. 발람은 주술가였다. 조 목사는 이 구절을 인용하며, 최 씨에게 주술가 신분으로 한계가 있으니 '목사'를 하라고 권유했다. 신학 교육, 안수 등 절차는 생략됐다. 최태민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목사가 됐다'고 하자, 박정희가 '잘됐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유신 체제를 옹호하는 '구국선교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실제 최 씨는 대한구국선교단을 창립했다. 1975년 "반공 기치 아래 자유 대한을 수호하자"는 내용을 담은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를 맡았다. 주요 교단 목사들도 이 단체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언론은 최 씨를 목사로 소개했지만, 정작 최 씨는 성경을 포함 기독교 예식 등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목사 하라고 해서 한 거니까, (성경을) 알 길이 있겠는가. 명색이 목사인데 축도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축도문을 미리 써 주고 그대로 읽으면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두 손을 번쩍 들더니, '축.도'하고 내려오더라."

일부 교계 언론은 최 씨가 돈을 내고 목사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 목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대가는 없었다고 했다. 당시 목사가 부족해 최 씨처럼 하루아침 목사가 된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언어, 최 씨 표현과 유사

전기영 목사가 최 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1993년 10월경이다. 당시 최 씨는 전 목사에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면서 근화봉사단 총재를 맡아 박근혜를 도와 달라 했다. 13억 9,000만 원이 든 통장도 제시했다. 전 목사는 제안을 뿌리쳤다.

"이전까지는 몰랐는데, (최 씨) 눈을 보니까, 귀신 들린 자 눈이었다."

전 목사가 다시 최태민 씨를 떠올린 건 박근혜 대통령의 언어를 듣고 난 후였다. "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 "정말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 도와준다"는 등의 발언은 자신의 귀를 의심케 했다고 말했다.

"왜 놀랬냐고? 그 사람(최 씨)이 하던 이야기였으니까.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주로 4차원적 말을 많이 섞어서 했다. '온 우주의 기운이 온다', '내 영이, 내 신이 이렇게 하라고 했다' 등 이런 표현을 주로 했다. 하지만 하나님이란 표현은 일절 안 썼다."

최태민 씨는 살아생전 목사로 불렸다. 그러나 전 목사에게 최 씨는 주술가, 신에 의지해 점치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전 목사는 가족들도 주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위 정윤회 씨나 딸 최순실 씨도 주술을 한다고 주장했다.

"정윤회 눈을 보니, 귀신 들린 자였다. 영안으로 보니까. 정윤회가 주술로다가 대통령을 지배하고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가 나면서 들통이 났다. 그 길로 떨어져 나갔다. 내가 볼 때, 최순실이도 주술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귀신에 홀려 있었고. 최순실이 교회에 다녔다, 귀의했다고 하는데, 주술에서 벗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주술 판치게 만든 한국교회 회개해야

▲ 전 목사에 따르면, 최 씨는 신학 교육과 목사 안수를 받은 적 없다. 하나님이란 표현을 입 밖으로 꺼낸 적도 없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기영 목사는 목사가 되기 전 교사, <경향신문> 특파원, 김대중 유세지원단장 등을 지냈다. 본인 스스로 '야당'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목사는 이번 일로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잘못보다 대통령의 '영'을 돌보지 못한 목사들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하나님 영이 가득해야 할 나라에 주술가가 그것도 청와대에 들어갔다. 귀신의 존재가 들어간 것이다. 기독교는 뭘 했는가. 목사는 수두룩한데 성령의 역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일찍이 감투와 재물에 눈이 어두워졌기에 주님이 응답하지 않았다. 그 연약한 여자가 대통령이 돼서 의지할 데가 없어서 주술가를 멘토로 삼았다.

국정 농단 사태로 기진맥진해져서 자기 손을 들 수조차 없다. 이럴 때일수록 기독교가 도와야 한다. 예배를 해도, 권력자가 아닌 하나님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주술가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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