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감정적이라고 비하하지 말고, 이제 교회에 여성의 하나님을 돌려주세요. 여성이 갖고 있는 직감, 위로와 격려가 넘치는 문화, 사랑으로 포용하는 분위기가 넘치게 해 주세요. 하나님이 여성에게 준 은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지난 6월 열린 '여성 목사 안수' 세미나. 패널로 나선 강호숙 박사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발제문을 든 손도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교회 안에서 무시되는 여성만 생각하면 가슴이 무겁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했다.

강호숙 박사는 여성 신학자다. 40년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교단에서 신앙생활했다. 지난해까지는 총신대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돌연 배정된 강의가 취소됐다. 학교는 전임교원 비율을 늘리기 위해 해고한 거라 해명했지만 강 박사 생각은 달랐다. 평소 여성 목사 안수를 주장했던 것에 대한 보복 인사라 생각했다. 강 박사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에게 교회는 참 아프고 서러운 곳이다. 그곳엔 늘 남성 중심 설교가 선포된다. 여성의 목소리는 강제 음소거된다. 교단에서는 여성 목사 안수를 불허해 만년 전도사만 해야 한다. 고린도전서 "여자는 잠잠하라"는 문구를 근거로 여성은 늘 조용하고 헌신해야 하는 존재가 됐다.

▲ 강호숙 박사가 여성 관점에서 한국교회를 살펴보는 책을 냈다. 일상어로 여성신학의 얼개를 풀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소외되고 내쳐진 교회 여성을 위한 책

10월 초, 강호숙 박사가 <여성이 만난 하나님>(넥서스CROSS)을 발간했다. 그간 부각되지 않던 여성 시각으로 하나님, 성경, 교회, 기독교인의 삶을 톺아봤다.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교회 내에 여성성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하나님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가득하다고 할지라도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바른 영성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하나님에 대한 열정과 헌신으로 가득 찬 영성이라 할지라도 여성을 차별하고 여성에 대해 폭력적이며 심지어 여성을 죽이려는 영성이라면 과연 올바른 영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독교 영성이 지나치게 남성 위주로 획일화, 극단화, 계급화되어 여성, 사회적 약자, 가난한 자를 포용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상식도 인간성도 없는 위험한 영성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기독교 영성(spirituality)은 반드시 성(sexuality)과 연결되어야 한다." (49~50쪽)

강호숙 박사는 275쪽에 걸쳐 광범위하게 여성신학을 살핀다. 주제는 이렇다. △여성이 기독교 신앙을 말하다 △신학의 렌즈로 성을 보다 △여성의 눈으로 구약성경 읽기 △여성의 눈으로 신약성경 읽기 △기독 신앙과 성 윤리 △기독 여성의 인생과 사랑 △미래 교회를 위한 여성 리더십.

<여성이 만난 하나님>은 이론과 실천으로 나누어 여성신학을 균형 있게 다룬다. 이론으로는 '성경 속에 나타난 여성', '남녀평등', '하나님 안에 나타난 여성성'을 설명한다. 실천 영역으로는 '한국교회 성 윤리 문제', '성 윤리 교육 제언', '교회 내 여성 리더십, '여성 배려한 상담', '사랑과 결혼' 등을 언급한다.

그는 <여성이 만난 하나님>을 엮으며, 교회에서 소외되고 내쳐져 홀로 남겨졌을지 모를 여성에게 '하나님은 여성의 편'이라는 희망의 편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 <여성이 만난 하나님> / 강호숙 지음 / 넥서스CROSS 펴냄 / 276쪽 / 1만 3,000원. ⓒ뉴스앤조이 최유리

성 윤리 빈약한 한국교회, 여성 목소리 필요

<여성이 만난 하나님>은 한국교회에 팽배한 남성 목회자 성 문제도 지적한다. 여성 신학자 눈으로 본 목회자 성 문제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강 박사는 보수 교단일수록 성 윤리가 빈약하고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성 윤리 담론이라고 해 봤자 '동성애'에 불과하고, 교회 헌법에도 성 윤리 규범과 성 문제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

또 성경은 성추행·간통이 심각한 죄라고 지적하지만, 현장에서는 교회 성장과 유지를 명목으로 성범죄를 감싸고 있다고 비판한다. 설교에서도 성 비하, 성희롱, 성 역할 분업 등 성차별적인 내용이 넘쳐 난다. 이 때문에 침묵을 요구받는 여성들은 보호받기는커녕 '성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고 설명한다(187쪽).

그는 목회자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를 조언했다. △남성 목사에게 여성이 정신적·영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유의할 것 △낮은 자존감이 있는 목사는 자신을 추앙하는 교인과 성적 문제를 조심할 것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진 교회, 노회, 총회는 구조적인 장치를 만들 것.

<여성이 만난 하나님>은 쉽게 읽힌다. 딱딱한 종교·철학 언어를 쓰는 대신 40년간 교회 안팎에서 겪은 일을 일상어로 풀어낸다. 자신이 체험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여성신학을 처음 접한 독자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체계적인 신학 담론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일상어로 풀이된 책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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