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아침에 일어나면 꼭 하는 일이 있다. 휴대폰으로 전날 뉴스를 훑어보는 일이다. 1시간 정도 읽다가 세상 돌아가는 걸 파악하면 사무실에 도착한다.

방송에서 앵커가 "개헌은 블랙홀이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개헌이라는 이슈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정치·경제·사회·문화계 모든 뉴스가 죽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개헌보다 더 큰 블랙홀이 터졌다. 일명 '최순실 게이트'. TV를 틀거나 인터넷에 접속하면 온통 최순실 관련 소식 뿐이다.

이런 시국에 10월 25일 경기도가 주최한 사회적 기업 국제 컨퍼런스를 이틀간 다녀왔다. 해외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이 각 사례를 발표하는 행사다. 스페인 몬드라곤그룹이나 이탈리아 레가코프 등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는 내로라하는 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해외에서 협동조합이 대기업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정부 지원이 크다. 국가에서 저리로 자금을 빌려 주거나 사회적 기업을 위한 기금이나 펀드를 운용한다. 세금을 감면하거나 협동조합에서 사업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으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한 곳도 있다.

사회적 기업은 회사의 이익뿐 아니라 공익적 가치를 창출한다. 사람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해외 사회적 기업 관계자들 얘기를 들으면서 정부가 이러한 사회적 기업의 활동을 인정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한 예로, 사회적 기업에 최대 500만 달러(한화 57억 3,000만 원)를 지원하는 미국 CDFI 기금은 지원금을 'award(賞)'로 표현한다.

한국은 그리 좋은 여건이 못 된다. 정부 지원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고,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 있다. 조합원에게 차입하거나, 증권·채권 등을 발행할 수 있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국내는 정부 지원금이나 은행 (신용) 대출에만 의존해야 한다.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외친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중 교회나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웃을 사랑하고 약한 이들을 돌본다는 기독교 정신이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과 같은 맥락에 있기 때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CBS·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해 2011년 기독교사회적기업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들 역시 일반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처럼 사업 자금이 넉넉하지 않다. 대부분 교회나 기독교인의 후원으로 자금을 확보한다. 이제는 헌금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부 지원과 제도 개선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싶어, 한 주 동안 컨퍼런스 기사를 네 개 썼다. 하지만 기사들 조회 수를 모두 합친 게 '최순실이 교회 다녔다'는 단신의 절반도 못 미친다. 이럴 때는 시국 관련 기사가 아니면 대중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그런 줄 알면서도 꾸역꾸역 써 냈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 언론의 역할이 빛을 발했다. 보수 진보 언론 할 것 없이 달려들었다. 우리는 그만큼 진실에 가까워졌다. 국민은 분노하고, 박근혜 정부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성난 군중은 부패한 정권을 끌어내리자고 외친다.

무너질 건 무너지더라도, 세울 건 세워야 한다. 이번 컨퍼런스 기사에는 세계 저편에서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와 약탈적인 금융기관에 대항하며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 사례가 등장한다. 이러한 사례가 하나씩 독자들에게 전달돼, 대한민국을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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