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단독', '특종' 보도가 연일 쏟아지며 대다수 국민이 충격과 분노에 빠져 있다. 국정이 한 민간인에 의해 농단당한 상황에서 기독교인 또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 한신대학교 등 신학생들은 시국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비교적 건강한 대형 교회 목회자로 평가받는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가 내놓은 해법은 "이럴 때일수록 영성 일기를 쓰고, 더욱 주님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평소 유 목사의 목회 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10월 초 <영성 일기>(규장)라는 책을 펴냈다.

유기성 목사가 10월 27일 페이스북에 쓴 글은 "대통령의 이면의 삶이 공개된 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분노가 일어나는 것도 그렇지만 나라가 심히 걱정이 되었다"로 시작한다. 이 글은 곧 '영성 일기'를 쓰고 다른 사람과 나누라는 것으로 이어진다.

유기성 목사는 "감추어졌던 것이 드러나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우리는 생생히 보고 있다"며 하물며 하나님 앞에 섰을 때는 어떻겠느냐고 했다. 영성 일기를 쓰다 보면 우리는 마귀의 종, 죄의 종이 되지 않게 된다고 했다. 글은 영성 일기를 쓰며 마음속 감추어 뒀던 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다 보면, 주님께서 우리 마음을 바꿔 주실 것이라는 말로 끝난다.

유기성 목사는 28일 오전 또 한 편의 글을 올렸다. 유기성 목사는 이전에 올린 글이 '기-승-전-영성 일기'로 끝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전날 칼럼에 대해 '이런 상황에서도 영성 일기 타령이냐'는 분들이 계셨다. 그들이 무엇을 답답해 하는지 충분히 안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유 목사는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주님을 더욱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의 문제는 그동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살면서, 정작 주님을 바라보며 주님 인도를 받는 일에 훈련되지 못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적 중요한 문제가 생겼는데 그리스도인들이 이런저런 주장을 해 사분오열한 지난날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면 안 된다며, 주님께 귀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소에 기도하지 못하던 이들도 지금은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주님을 바라보지 못하고 살면서 함부로 판단하고 쉽게 결정했던 일들을 회개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아무 것도 판단하거나 결정할 분별력이 없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목사도 교인들도 주님이 주시는 말씀을 들어야 할 때입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가르쳤나"

팔로워가 7만 8,000명에 달하는 유 목사 페이스북의 두 글에는 댓글 180여 개가 달렸다. 유 목사 글을 공유한 사람도 250여 명이다. 유기성 목사 글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아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게 됐다는 긍정적인 댓글도 찾아볼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유 목사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상당수가 유 목사 인식이 안이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의 요지는 행함 없이 기도만 해서 무슨 소용이 있냐는 것으로, 가만히 앉아서 기도만 하면 문제가 풀리냐는 지적이다. 민족을 위해 행동에 나섰던 선지자 이사야와 예레미야 예를 든 사람도 있다.

한 네티즌은 "우상숭배 그렇게 싫어하는 하나님이신 줄 알면서 왜 현 정부 무당 정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는 교회인가? 정말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글을 남겼다. 다른 네티즌은 "가만히 기도하면 주님께서 대통령 마음을 움직이시는가? 주님은 예루살렘 성전 판을 엎으시기도 했다"며 기도뿐 아니라 행동도 해야 한다.

유기성 목사는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내 생각과 네 생각은 다르다'(사 55:8-9)하신 하나님께 귀를 기울이고 믿는 것"이라고 했지만, 한 네티즌은 이사야 선지자가 가만히 앉아서 하나님 말씀만 들으라고 한 건 아니라고 했다. "이사야서 나머지 내용들만 봐도 대사회적 행동 지침까지 나와 있다"며, "우리 역시도 헤롯 왕에게 일침을 가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한 네티즌은 "24시간 주님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24시간 주님이 바라보시는 곳을 보는 게 더더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행동에 앞서 하나님 뜻 깨닫기 위해 기도하자는 것"

유기성 목사는 28일 오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좀 더 자세한 입장을 밝혔다. 유기성 목사는 현실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기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나뉘는 지금 상황에서, 저마다 접근 방법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양쪽은 극단으로 치달아 서로 갈등하고 비난만 해 왔지 하나 되어 기도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런 시점에서 기독교인은 한 하나님을 믿는 만큼 따로 목소리를 내지 말고 함께할 수 있는 길을 기도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직접적인 참여를 안 해 온 사람은 심사숙고해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를 기도해야 하고, 현실 참여에 앞서 왔던 사람은 기도하는 자리에서 하나님의 때와 뜻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성 일기'를 강조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럴 때일수록 남을 비난하기보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지나고 보면 다 똑같아지는데, 이럴 때일수록 정말 지탄받지 않고 할 말 없지 않은 존재가 되기 위해 기독교인이 바로 세워져야 한다고 했다.

유기성 목사는 지금 우리가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는 생각에 글을 썼다고 말했다. 갈등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문제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기성 목사는 최순실 사태로 기독교인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발언이 행동에 걸림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예상도 했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근본적으로 이런 상황일수록 주님을 바라보는 믿음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나는 일관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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