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정부 주도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미국 지역개발금융기관 기금(National Federation of Community Delvelopment Credit Union·CDFI)을 설립했습니다. 기금 규모도 상당합니다. 프랑스공공투자은행(Banque publique d'investissement France·BPIfrance)은 한국과 같은 시기에 사회적 기업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기업별로 지원하는 금액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예산 규모는 월등히 큽니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미국 지역개발금융기관 기금(National Federation of Community Delvelopment Credit Union·CDFI)은 1994년 설립 당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저소득층·낙후 지역을 위한 정부 출자 기금이었다. 미국 내 1,000개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정부가 약 1,000억 달러를 출연했다. 이 기금의 목적은 저소득층과 저소득 지역개발 지원을 최우선으로 한다.

당시에는 은행들이 소외 계층을 차별하는 행위가 만연했다. 유색인종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은행은 서민들에게 필요한 소액 대출 상품도 이윤이 적다는 이유로 마련하지 않았다. 금융 혜택을 누리는 건 기업이나 자산가뿐이었다.

지역 차별도 심했다. 은행은 대도시 위주로 지점을 설치하고, 소기업과 저소득층이 밀집한 낙후 지역, 농촌, 인디언 원주민 보호구역 등은 홀대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CDFI 기금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정치권도 이에 동조했다. 클린턴 당시 대통령 후보는 1992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낙후 지역 의원들이 이를 지지했다.

이번 경기도 따복공동체 국제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했던 클리포드 로젠탈(Clifford N, Rosenthal) CDFI 전 대표는 기금 설립에 선구자라는 평을 받는다. 로젠탈 대표는 1984년부터 '전국 마을 은행 기금' 설립을 촉구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1990년부터 기금 설립을 위해 신용협동조합, 은행 등이 참여하는 금융기관 연합체를 구성했다.

연합체는 정부와 의회에 CDFI 법안 발의를 촉구했다. 몇 차례 협의 끝에 이들은 1994년 CDFI 법안을 발효했다. 이처럼 CDFI 기금은 지역 금융기관 네트워크, 연방의회, 빌 클린턴 대통령 등 여러 주체가 합작해서 만든 기금이다.

▲ 클리포드 로젠탈 CDFI 전 대표는 CDFI 기금 설립에 선구자라는 평을 받는다. 그는 1984년부터 기금 설립을 주장해 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중앙정부, 지자체, 지방 네트워크로 구성된 CDFI

CDFI 보조금을 받으려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이 지역 사회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증명해야 한다. CDFI는 목적, 상품, 정책, 주민, 파트너십, 성과 등 각 항목에 따라 지원 대상 단체를 평가한다.

경쟁률은 높은 편이다. 2016년 기준, 457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158건만 지원을 받았다. 지원금도 6억 7,500만 달러를 요청했는데, 1억 7,020만 달러만 지원했다. CDFI는 한 기관당 3년간 최대 500만 달러(한화 57억 3,000만 원)를 지원한다.

지금까지 CDFI 기금은 대안 금융기관이나 지역 신용협동조합으로 흘러가 금융 소외자를 지원하고, 낙후 지역에 주택을 마련하고 사업을 확장, 복지시설을 건설하는 데 사용됐다.

CDFI 지원은 민간투자를 불러일으키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CDFI 기금으로 구축된 인프라를 통해 일반 금융기관, 민간 투자자들이 자본을 투입하는 효과를 준다. 이는 지역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낳는다.

CDFI 기금은 정부가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도한 사업으로 이상적인 사례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완벽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집권 정당에 따라 사업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CDFI는 클린턴 정부에서 부시 정권으로 넘어가자 예산이 대거 삭감돼 존폐 위기를 맞는다. 이후 오바마 정부가 특별기금을 투입해, 설립 이래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 기욤 모르텔리에(Guillaume Mortelier) 프랑스공공투자은행 이사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자 비중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공공 은행과 지방정부가 함께 키우는 사회적 경제

2014년 7월 프랑스는 사회적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사회적 경제법을 제정했다. 정부는 인구 고령화나 실업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네트워크를 육성할 필요를 느꼈다.

프랑스 정부는 이 일을 프랑스공공투자은행(Banque publique d'investissement France·Bpifrance)에 위임했다. 비피아이프랑스(Bpifrance)는 2013년 프랑스 정부가 여러 금융기관을 통합해 만든 곳이다. 기업 투자, 기금 지원, 융자, 보증, 보험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Bpifrance는 공공 은행, 정규 은행, 신용기관 등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종합 은행이다.

Bpifrance는 사회적 경제법에 따라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에 투입하는 공공자금을 확대하고, 이 기관들이 영리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각종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 예로 △사회 혁신 기금(FISO) △사회적 경제개발 융자(PESS) △협동조합 임팩트 기금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개발했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사회 혁신 기금(FISO)과 사회적 경제개발 융자(PESS)가 있다.

FISO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 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기금으로,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을 지방 정부와 Bpifrance가 협력해서 지원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원이 필요한 기관이 계획안을 제출하면 Bpifrance가 실사하고 지방정부가 자금 공급을 결정하는 절차를 따른다. 4,000만 유로가 투입된 이 기금은 대출자 자산 총액을 한도로 최소 3만 유로(마이너스 대출) 혹은 5만 유로(대출)을 지원한다. 재정은 Bpifrance와 지방정부가 절반씩 부담한다.

PESS는 사회적 기업의 운영 및 연구 개발 비용을 위해 무담보로 지원하는 융자로, 재정 건전성과 사회 혁신성에 인정을 받으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Bpifrance는 한 기관에 5년 동안 최대 5만 유로를 제공한다. 올해 9월까지 24개 프로젝트에 120만 유로를 지원했다.

Bpifrace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경제 지원을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전체 예산 중 사회적 경제 투자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3%에 불과하다. Bpifrance는 사회적 경제에 투자하는 비율을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한국 단체들을 소개한다.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자조 금융 사례로, 희년은행·청년연대은행토닥·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공동체기금빈고·키다리은행이다. 청년들이 부채 문제와 주거 문제에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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