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한국 사회는 자영업자들의 밀림이다. 국민 4명 중 1명은 사장님이다. 자영업자 비율이 OECD 36개국 중 6위다. 모든 이가 승승장구하는 건 아니다. 문 닫는 경우가 태반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0월 발표한 '개인 사업자 신규·폐업 현황'에 따르면 10명 중 2명만 살아남는다. 지난해만 9만 명이 폐업했다. 전문가들은 정보 없이 필드로 뛰어든 것을 실패 원인으로 꼽는다.

자영업 문제는 단지 50대 이상 베이비부머,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년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목회자 이중직과 선교적 교회에 관심 있는 목사나 창업을 고민하는 기독교인에게는 당면한 현실이다. 과연 이들은 밀림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뉴스앤조이>와 교회2.0목회자운동이 10월 24일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시간을 마련했다. 이중직과 창업에 관심 있는 목회자 및 일반 교인 20여 명이 참가했다. 강도현 대표(<뉴스앤조이>), 박성규 대표(오픈스튜디오), 김영일 대표(전 프랜차이즈 컨설턴트)가 창업 전 알아야 하는 내용을 설명했다.

그동안 목회자 이중직과 선교적 교회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창업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곳은 얼마 없다. 이번 '창업 경영 매뉴얼 토크쇼'는 이 바닥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자리였다.

▲ 강도현 대표는 자본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발굴하라고 조언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창업하려거든, 자본과 대결할 수 없는 지점을 공략하라

강도현 대표는 방법론을 꺼내기 전, 현 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부터 설명했다. 강 대표는 회계 법인에서 경영컨설턴트로 근무했고, 창업 이야기를 다룬 책 <골목 사장 분투기>(북인더갭), <착해도 망하지 않아>(북인더갭)를 썼다.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는 말이다.

자본주의에서 일의 가치 유무는 돈에 달려 있다. 윤리 의식은 없다. 자본주의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건 '돈'이므로 돈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한다. 거대 자본이 골목 상권으로 들어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거대 자본이 자영업 영역이었던 분식집, 카페, 식당으로 침투하면서 소상공인이 설 곳을 잃고 있다. 제재는 없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자본의 비윤리성을 바로잡아야 하지만, 국가와 자본이 결탁해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척박한 현실에서 자영업자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강도현 대표는 자본이 할 수 없는 일을 선택하라고 했다. 자영업의 생산 주체는 자본주의 생산 주체와 다르다. 자영업 생산 주체는 '자본'이 아닌 '노동'이다. 노동이 자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관계, 장인 정신을 공략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현재 베이비 스튜디오와 카페를 운영 중인 박성규 대표. 주인 마인드 대신 고객이 필요한 맞춤 서비스를 중시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빈틈을 공략하되 누수는 막아라

박성규 대표도 강 대표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을 강조했다. 현재 카페 '커피프로젝트', 베이비 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박 대표. 넘쳐 나는 프랜차이즈 카페, 자본을 갖춘 스튜디오들 속에서 2년간 꿋꿋이 생존 중이다.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박 대표 생존 방식이다. 수익 창출이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도 중시한다. 스튜디오에서는 1년간 아기 성장 과정을 촬영한다. 이후 고객에게 앨범에 담지 않은 사진을 메시지로 전송한다. 카페에서는 고객 입맛을 고려해, 에스프레소·핸드 드립·더치커피 세 종류를 제공한다. 세 종류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카페는 흔치 않다. 이 점이 사람들에게 통했다.

그는 목표를 정해서 실천하라고 충고했다. 놓치고 있는 부분을 찾고 대비하는 것도 강조했다. 사업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갑자기 아르바이트생이 그만둘 수도 있고, 당장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돈이 없을 수도 있다. 이때 얼마나 발 빠르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박성규 대표는 인사·재무·유지 관리, 신상품 개발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을 일·주·월·분기 단위로 계획해 시행할 것을 권했다. 3개월에 한 번씩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재무관리할 때는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고, 매달 필요한 금액을 준비한다. 장비 상태를 유지하고 청소하는 유지 관리도 필요하다.

인사 관리에서는 인력 운영 계획을 짠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직원, 아르바이트생과 면담한다. 틈틈이 대화를 나누지만 중요 업무나 퇴사 계획, 고충을 듣고 대응책을 찾는다. 이 외 일할 때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매뉴얼로 만들어 정확한 지침을 전달하라고 말했다.

▲ 김영일 대표는 두 가지를 조언했다. 절대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 것, 식당을 차릴 때는 월세가 7% 이하인 곳을 찾을 것. ⓒ뉴스앤조이 최유리

왜 장사하려고 하세요?

김영일 대표는 창업하기 전 사람들이 많이 놓치는 지점을 지적했다. 대부분 사람은 창업을 고려할 때 프랜차이즈 창업과 개인 창업을 고민한다. 주로 자신이 보고 아는 틀 안에서 고르기 때문에, 많이 노출되고 연예인 홍보로 좋아 보이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긴 지 1~2년 안에 문 닫는 브랜드도 많다. 프랜차이즈사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잘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김 대표는 사람들에게 왜 창업하려고 하는지 '오래' 고민하고 직접 경험할 것을 권했다. 대부분 3개월 정도 고민하지만 부족하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장사를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 보거나, 프랜차이즈 직영점에서 3개월 정도 일한 뒤 선택하라고 했다.

목적의식도 강조했다. 일이 잘되든 안되든 어느 시점에 오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때 끈을 잡게 하는 것은 '내가 이 일을 왜 하려고 했는가' 하는 목적의식이다. 단순히 '돈이 남아서', '그냥 한번 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라는 막연한 생각은 지양하고 철저하게 고민하라고 당부했다.

가게 터를 정할 때는,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정하라고 했다. 뻔한 상권 대신, 사람들 필요나 소비 패턴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신촌에 위치한 약국 이야기를 꺼냈다. 상식적으로 약국은 주변에 병원이 있는 곳에 위치한다. 그러나 이 약국 주변엔 병원이 없다. 대신 저녁에 술 취한 사람들에게 숙취 해소제를 판매한다. 숙취 해소제가 필요한 사람들은 꼭 이 약국을 찾는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빈틈을 찾는 게 중요하다.

장소를 찾았다면 '7%'를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식당을 할 경우, 월 매출액 중 월세가 7%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건비, 식품비, 잡비 등 지출되는 내역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용이 높으면 창업자에게 생기는 부담이 커진다. 월세가 140만 원이라면, 월 2,000만 원을 이곳에서 벌 수 있을지 생각하고 계약해야 한다고 실질적인 조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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