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가족들의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이 10월 22일 안산시청소년수련관에서 첫 선을 보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우리 예진이가 너무 서 보고 싶었던 무대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딸 대신한다고 생각하고 용기를 냈고요. 예진이 엄마이기 때문에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예진 엄마는 눈물을 참으려 안간힘을 썼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딸의 꿈은 뮤지컬 배우였다. 예진이는 중학생 때부터 보고 싶은 공연이 있으면 혼자 서울까지 왔다 갔다 했던 아이였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학원도 다녔다. 예진이 꿈은 엄마 가슴속에 남았다.

세월호 가족 엄마들이 연극을 선보였다. 제목은 '그와 그녀의 옷장'. 영만 엄마 이미경 씨, 수인 엄마 김명임 씨, 동수 엄마 김춘자 씨, 예진 엄마 박유신 씨, 애진 엄마 김순덕 씨, 동혁 엄마 김성실 씨, 주현 엄마 김정애 씨 총 7명이 만든 연극이다. 맹연습을 거듭한 뒤 10월 22일 안산시청소년수련관에서 첫 무대를 선보였다.

▲ 세월호 엄마들이 '코믹' 연기를 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그와 그녀의 옷장'은 80분짜리 코믹 옴니버스 장막극이다. 평범한 노동자 집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풍자와 해학을 담았다. 이날 모인 관객 80여 명은 세월호 엄마들 코믹 연기에 물개 박수를 치며 웃었다.

1인 5역을 맡은 동혁 엄마와 1인 6역 예진 엄마가 극의 감초였다. 무대 뒤로 사라졌다 급하게 옷과 가발을 바꿔 입고 들어오는 모습에 관객들은 자지러졌다. "어휴 1인 5역 하기 힘드네." 애드리브도 제대로였다.

정신없이 웃다가도 눈물을 참을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관객들은 연극 속에 몰두하면서 울다가, 저들이 '세월호 엄마'라는 생각이 나면 또 울었다.

연극이 끝나고 무대 인사가 이어졌다. 동수 엄마는 극 중 주인공 부부 아들 '수일' 역을 맡았다. "본의 아니게 아들 역할을 하게 됐는데요. 휴…." 말을 잇지 못하는 동수 엄마에게 관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준비했어요." 짧은 소감에 담을 수 없는 묵직함이 관객들에게 와 닿았다.

▲ 연극이 끝나고 엄마들과 관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뉴스앤조이 구권효

엄마들에게 연극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세월호 선체 인양과 특조위 활동 기간 보장, 진실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이라는 과제를 이루기 위해 대처해야 할 현안이 너무 많았다. 이 와중에 연극을 한다는 것을 외부에서나 내부에서나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엄마들은 이것 또한 세월호를 알리고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2015년 9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만들어졌다. 그전까지 연극이라고는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엄마들이었다. 함께 모여 대본이라도 읽어 보자고 한 게 여기까지 왔다. 이왕 하는 거 어설프게 하지 말자는 마음에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메모가 빼곡한 영만 엄마 대본이 적지 않은 연습량을 보여 준다.

극을 연출한 김태현 감독은 "세월호 참사를 겪고 큰 고통과 아픔 속에서 힘들어하셨는데, 그 기간 많은 시민이 가족들을 위로해 주고 따뜻하게 손잡아 주셔서 굉장히 감사해 하셨다. 이번에는 가족들이 시민 여러분을 위로하는 의미로 공연을 준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그와 그녀의 옷장'은 이제 대학로로 진출한다. 11월 4일 금요일 저녁 8시, 5일 토요일 오후 3시, 저녁 7시, 6일 일요일 오후 3시, 대학로아트홀 마리카 3관(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1길 23)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 영만 엄마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본. (사진 제공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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