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F는 한 해 평균적으로 700명의 유학생을 만난다. 한국 생활에 가장 필요한 언어를 가르쳐 준다. 사진은 연세대 한국어 교실. (사진 제공 ISF)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외국인 유학생 10만 시대다. 점차 줄고 있는 국내 학생 수를 채우기 위해 대학교마다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정부는 2023년까지 총 20만 명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은 선교 단체와 교회의 관심 분야기도 하다. 유학생이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복음을 받아들여 본국에서 기독인으로 살게 한다는 구상이다. <뉴스앤조이>가 캠퍼스 선교 단체 관계자들을 인터뷰할 때도, 외국인 유학생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

선교 단체마다 외국인 유학생 사역에 관심은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사역 대부분은 여전히 국내 학생에게 집중되어 있다. 단체 안에 자원이 부족해 수도권 학교에서 영어·중국어권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10월 19일, 17년간 외국인 유학생을 만나 온 ISF(국제학생회· International Student Fellowship) 지문선 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학생들을 만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사역에서 극복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 ISF 지문선 본부장. 그는 유학생 사역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국내 유학생 10만 시대…20년간 현장에 있던 ISF

ISF는 1997년 처음 시작했다. 당시 서울대에서 공부하던 이상일 교수(총신대) 눈에 유독 유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한국 학생과 섞이지 못하고 외롭게 생활하는 듯했다. 이 교수는 기독 청년들이 유학생 정착을 도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립 목적을 따라 ISF는 지난 20년간 외국인 유학생을 만나 왔다. 현재 서울 13곳, 경기 2곳, 인천 3곳을 포함해 전국에 20개 캠퍼스에서 활동한다. 크게 두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국어 교실과 성경 공부 모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실을 열고, 성경 공부는 원하는 사람 중심으로 한다.

ISF는 무작정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 유학생들의 실질적 필요를 먼저 채운다. 그 이유에서 한국어 교실도 시작했다. 유학생에게 언어 습득은 중요한 문제다. 타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3개월만 공부하는 경우에는 언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석·박사과정은 보통 6년을 머무르기 때문에 언어 습득이 필수적이다. 1년에 700명가량이 한국어 교실에 참여한다.

한국어 교실에 오는 학생 중 80%는 기독교와 무관하다. 베트남, 중국에서 온 학생 비율이 높다. 최근에는 무슬림 수도 많이 늘었다.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 학생들이 많다. 한양대, 국민대 경우는 무슬림이 대다수다.

외국인 유학생 부인 모임도 있다. 서울대 부근 교회에서 취미 교실을 연다. 자녀를 포함해 총 20명 정도가 온다. 모임 참석자들은 교회 프로그램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찾아온다. 무슬림인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 간사, 봉사자에게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 한국어 교실 외에 유학생 부인 모임도 진행하고 있다. 구성원은 대부분 무슬림이다. (사진 제공 ISF)

기독교 단어는 빼고 정체성은 드러내고

ISF는 기독교 단체지만, 기존 선교 단체와는 조금 다르다. 전면에 기독교를 내세우지 않는다. 단체명에도 기독, 교회, 예수 등 기독교 어휘가 없다. 왜일까.

지문선 본부장은 단체 이름에서 교회 색깔이 나면 비기독교인 유학생이 아예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학생들은 ISF가 기독교 단체인지 모른다. 첫 모임에서 간사가 정체성을 밝힌다. 기독교 정신과 사랑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기독교라 소개하면 여러 반응이 나온다. 일부 일본 학생은 간사가 말을 꺼내자마자 교실을 나갔다. 어떤 학생은 "교회 데려가려고 잘해 주는 거냐?"고 물었다. 지 본부장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그냥 웃는다. 이들이 예수를 믿으면 좋지만 교회 등록하라고 잘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ISF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복음을 제시하지 않는다. 학생이 기독교, 교회에 궁금증이 생기면 그때 지역 교회와 연결하고 복음을 설명한다. 기독교를 궁금해하는 학생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무조건 선포하는 식의 전도는 피한다.

"관계를 통한 복음 제시다. 1년에 유학생 700명 정도를 만난다. 그중 예수를 믿겠다고 하는 사람은 25~30명에 불과하다. 아예 없는 캠퍼스도 있다. (사역하는 입장에서) 그게 가장 힘든 일이다. 그래도 강요하진 않는다. 구원은 강요로 되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이런 방식으로 사역해 보기도 했다. 그랬더니 학생 중 80%가 안티로 돌아섰다. 오히려 소수로 관계 맺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다."

▲ ISF는 무작정 전도하지 않는다. 관계를 기반으로 학생이 기독교에 관심이 생기면, 복음을 전하고 교회로 인도한다. 한 캠퍼스는 따로 예배하기도 한다. (사진 제공 ISF)

이벤트보다는 깊이 있는 관계

지문선 본부장은 유학생 사역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그는 깊이 있는 관계를 강조했다. 실제 많은 사역자들이 '타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은 외로우니까, 단체에 등록하겠지' 단순하게 생각한다. 그런 판단에 단순히 행사에 초대해서 선물과 음식을 준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마음 문을 열지 않는다. 필요한 도움만 받고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 본부장은 유학생에 대한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학생을 '도움과 케어가 필요한 사람'으로 간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ISF에서 만난 유학생들은 자신에게 있는 달란트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걸 즐겨 했다.

서울대 ISF 경우, 청소년들에게 다문화 교육을 하고 중창팀을 만들어 공연도 했다. 유학생이 또 다른 유학생을 가르쳤다.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한국인과 함께 지역 교회 리더로 섬겼다. 그는 학생들이 받는 것에만 익숙해지지 않고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유학생 사역에 더 관심이 있다면, 현지어로 양육할 수 있는 과정과 예배를 준비해 두면 좋겠다고 했다. 관계 전도로 교회에 왔지만 정착하는 유학생 수는 많지 않다. 언어가 안 통하다 보니, 설교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청년들과 교류하는 것도 어렵다. ISF가 운영하는 한국어 교실에 봉사자를 파송하는 것도 유학생 사역에 동참하는 방법이다.

지문선 본부장은 유학생 사역을 할 때 너무 많은 결과물을 바라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짧은 기간 머무는 이에게서 당장 결실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낙담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오히려 이 사역은 씨를 뿌리는 사역이다.

"5년 정도 함께했던 중국인 친구가 있었다. 한국에 있으면서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친구가 떠날 때 아쉬운 마음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그 친구가 미국에서 세례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에게 세례증 사진도 보내 줬다. 그런 케이스가 몇몇 있다. 하나님은 늘 한 영혼을 보고 계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기대감으로 사역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