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신대 21대 총장으로 선출된 임성빈 신임 총장을 만났다. 임 총장은 1994년부터 장신대에서 기독교윤리를 가르쳐 왔다. 한국교회 위기 요인부터 신학교 교육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몇몇 기독교계 단체는 500주년을 기화로 한국교회 위기 극복 운동을 전개 중이다. '위기'라고 진단했는데, 내놓은 처방전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회개‧성령 운동'을 강조하며 한국교회가 하나 돼야 한다는 빤한 레퍼토리에 시선이 가다 멈춘다.

주요 교단들은 감소세로 돌아선 지 오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 시선은 차갑다.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전문가는 어떻게 진단할까.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말에 임성빈 신임 총장(장로회신학대학교)은 "지금까지 지향해 온 목회 패턴, 신앙 유형을 전폭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회 성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윤리와 신앙 문제를 따로 떼어 놓고 고민해선 안 된다고 강변했다.

10월 21일 장신대에서 임성빈 총장을 만났다. 임 총장은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성희 총회장) 101회 총회에서 인준을 받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임 총장은 1994년부터 장신대에서 기독교윤리를 가르쳐 왔다.

한국교회 위기와 대응 방안을 포함, 문화·윤리·교육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뉴스앤조이> 강도현 대표가 진행했다.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진단에는 임 총장도 같은 생각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종말론적 기회'로 이해한 그는 "이번에야말로 거품을 걷어 내고, 본질로 승부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교회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 총장은 "(교회 성장 패러다임은) 극소수 승자와 대다수 패자를 낳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윤리를 신앙과 별개로 생각하는 풍토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총장은 "신앙인들의 악행이 노출되는 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일 수도 있다. 더는 봐주지 않겠다. 깨어 있어라. 계속 선을 행하라는 마지막 시대의 경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임성빈 총장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 종교개혁 500주년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교회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 제일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부문도 대단한 위기다. 그 위기는 어찌 보면 전환적 위기다. 다만 한국만 겪는 위기는 아니고, 글로벌적으로 발생했다.

아무리 위기라 해도 희망이 되어야 할 상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를 위해 하나님이 교회를 세웠다고 믿는다. 그런데 정작 교회가 희망이 안 된다, 빛과 소금 역할을 못해서 소망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이야말로 진짜 위기다. 그게 제일 절박한 위기라고 생각한다.

- 지난 수십 년간 한국교회가 성장의 시대를 살았다면, 포스트 처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는가.

서구에서는 후기 기독교 사회를 이야기 중인데, 그보다 치명적인 것은 후기 종교 사회인 것 같다. 안 믿는 사람들이 (종교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커지는데 우리에게도 상당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향하던 목회 패턴과 신앙 유형을 전폭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마지막 기회라는 말은 과장일 수 있지만, 하여튼 굉장히 종말론적인 기회라고 본다. 이 기회에 본질로 돌아가고, 오직 믿음으로, 그러니까 거품을 걷어 내고, 본질로 승부해야 한다.

- 기존 교회에서 신앙을 충족하지 못하고 떠난 사람들을 다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교회가 교회다워지려면 일단 남녀노유를 다 포용하고, 빈부 격차를 포용해야 한다. 진짜 차별 없는 갈라디아서에 나오는 그런 교회. 교회는 그래야 한다.

제도적 교회가 싫어 바깥으로 나가는 이른바 가나안 교인들도 있다. 여전히 교회에 대한 애정이 있고, 그 안에서 살고 싶은데 안 되니까 대안적 몸부림을 치고 있다. 가나안 교인 현상은 앞으로 다가올 진짜 위기에 대한 하나님의 예제라고 생각한다.

마치 탈북 이주민 문제를 잘 풀어야 통일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당장 눈에 보이는 몇 만 명도 제대로 못 섬기면서, 몇 천만 명은 어떻게 섬기겠는가. 가나안 교인 이슈는 이런 점에서 예제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본다.

▲ 9월 101회 총회에서 총장 인준을 받기 위해 단상에 선 임성빈 총장의 모습. 총대들은 이견 없이 박수로 추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교회 구성원이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교회를 외면하고 있다. 기성세대 문화가 녹아 있는 교회 문화를 젊은 세대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평가가 높다.

문화적 소통을 통해서 서로 간 눈높이를 조절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동안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현실로 보니 쉽지 않더라. 많은 교회가 젊은이들이 찾아오기를 원한다. 그런데 막상 몰려오면, 교회가 행복해지고 평안해질까. 그렇지 않더라.

젊은이들이 많이 오면 일단 어른들이 불편해진다. 예전보다 번잡스럽고 시끄러워진다. 헌금도 별로 안 하면서 요구는 많이 한다. 쉽지 않다. 이들을 품어 낼 수 있는 여유와 신앙이 있지 않으면, (젊은 세대를) 보내 줘도 감당하기 힘들다. 일례로 청년이 갑자기 부흥한 교회들의 경우, 목회자와 당회원 사이에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성세대를 향한 불만과 비판이 높아졌다. '왜 목회자들은 젊은 세대를 못 품나',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는 왜 안 하나', '왜 어른들은 그렇게 행동할까' 말들이 많다. 그런데 나중에 자세히 보니 기성세대도 버거워 하더라. 그들 역시 신앙인답게 살기 어렵다.

왜냐, 주일날 은혜 받지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접하는 정치‧사회‧경제‧문화 구조가 너무 반복음적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젊은이들만 힘든 게 아니다. 장로님, 집사님은 더 힘들다. 최근 장로님 두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치‧경제계에서 실력자였고, 신앙적으로 살려 애쓴 분들이다. 그런데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이 세상과 삶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기성세대 중에는 예언자적 메시지를 원하는 이도 있다. 다만 막상 교회에 오면 그런 설교를 피곤해 한다. 위로받고 싶고, 뭔가 노력한 것보다 더 나은 축복을 받고 싶어 한다. 요새는 기성 교회와 목회자를 비판하고 몰아붙이는 마음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말씀을 듣다 보니,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다 품을 수는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건강한 중소형 교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젊은 중소형 교회들이 가나안 교인이나, 젊은 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다. 다만 옛날 같이 대형 집회가 아니라 맞춤식 접근, 대화와 인격적 만남을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교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학생들에게 이런 점을 강조하지만, 사실 대형 교회 하는 것만큼 힘들다. 큰 교회는 역할 분담이 되니까 나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회는 목회자 역량이 훨씬 더 멀티가 돼야 한다. 평신도들과 동역이 필요하고, 동시에 큰 교회에 대한 열등감도 없어야 한다. 중대형 교회가 이런 교회들을 지원했으면 좋겠다. 교회는 유기체적 연대니까.

- 하지만 여전히 많은 목회자가 교회 부흥, 성장을 좇는다.

정작 신학교에서는 성장을 가르친 적 없다. 그런데 '교회 성장학'이란 게 워낙 실용적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은 영향을 받는다. 교회 성장은 고성장 시대에 선교학적 관점에서 당장 확산이 필요할 때 유용했던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신학적으로 점검해 보면 자칫 극소수 승자와 대다수 패자를 낳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 그러려면 신학 교육 방식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시스템 대전환과 관련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가.

제일 중요하고, 필요하면서 어려운 게 신학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다. 고정된 신학 교육은 없을 것이다. 항상 시대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텍스트와 컨텍스트 사이에 순환적인 프락시스적 순환도 이뤄져야 한다. 주의할 점은 신학 교육은 자칫 신앙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인본주의적일 수 있다. 인간이 하나님을 시스템 안에 가둘 수 있기 때문이다.

- 목회자 수급 문제와 관련해 101회 총회에서 신대원 4% 감축을 결의했다.

신학생은 더 많아질 수도 없고, 앞으로 많이 줄 거라고 본다. 그게 그렇게 나쁜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신학생 감축과 관련해, 정확한 연구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교회 미래를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어느 곳에서는 빈자리가 있다고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갈 데가 없다고 한다. 뭔가 정확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

공급 문제와 별개로 밖에서 듣는 비판 중 하나가 장신대는 나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건 좋은데 야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왜 이리 야성이 부족하냐는 이야기를 듣냐"고 말하면, 오히려 "교수님들이 그런데 왜 저희한테 그럽니까"라고 반문한다.

학생들뿐 아니라 교수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강사를 초빙할 수 없는 교회를 찾아가 자원봉사를 할 수 있게 논의 중이다. 학생들에게 뭐라 하기 전에 교수부터 최선을 다해 보자는 취지다.

▲ 신학 교육 패러다임 전환에 관한 이야기도 꺼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교육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신앙과 윤리를 별개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목회자나 교인이 사회에서 죄를 저질러도 '그럴 수 있지' 하고 받아들이는데, 기독교윤리 학자로서 어떻게 바라보는가.

윤리 문제를 신앙과 별개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사실 신앙의 문제다. 왜 예수님은 다시 오실 때 믿음이 있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고 하셨을까. 이 말씀은 곧 우리에게 해당된다는 생각이다. 세월호 참사를 놓고 이야기해 보자. 당시 배가 침몰하는 걸 TV로 봤다. 볼 수 있는 기술은 있었지만, 정작 한 사람도 건지지 못했다.

물론 구조적 책임이 있지만 대통령과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 전에, 우리가 만들어 놓은 문명을 돌아보자. 하나님이 어디 계셨냐고 묻기 전에, 우리에게 준 힘과 기술을 가지고 뭘 이뤘는지 생각해 보자. 오히려 관음증만 늘지 않았는가. 이런 문화 속에서 기독교인이 전체 인구 1/5이라고 한다면 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믿음 있는 자가 누구인가.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충성 그리고 물질보다 귀중한 하나님나라와 생명을 생각해 봤나. 이건 윤리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다.

하나님은 신앙인들 잘못을 더 노출시키고 있다. 이건 골고루 악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우리에게 주는 경고다. 봐주지 않겠다는 것, 깨어 있으라는 것, 계속 선을 행하라는 마지막 시대의 경고이자 하나님 은혜라고 생각한다.

- 한국교회 위기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이들이 있다. 반동성애, 반이슬람 운동을 펼친다. 세상에 영향력을 확대해야 할 교회가 세상과 대립하는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참 어려운 주제다. 이상적으로 추구해야 할 건 신앙 정체성을 담보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어찌 보면 보수적인 신앙인은 정체성 측면에 방점을 찍고, 진보적인 신앙인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우리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독교 국가가 아니고, 우리가 결정했다고 모든 게 이뤄지는 체제가 아니다. 좀 더 깊이 숙고해야 한다.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기 전에 우리 안에서 보수와 진보가 성경적‧신학적 차원에서 치열한 논의를 하면 좋겠다.

세상에 기독교인들만 있는 게 아닌데, 선교 대상이 지켜보는데, 우리끼리 난전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서로에게 계몽적인 입장이 있는데, 대화로 풀어 가야 한다고 본다.

▲ 최근 신앙인이 윤리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도 지적했다. 임 총장은 윤리와 신앙은 따로 떼어 놓고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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