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오사카 예수전도단(오사카YWAM·김정환 선교사)에서 20년 넘게 사역했지만 지금은 이혼 위기에 몰린 A. 남편과 아이들은 그녀가 이상해졌다고 주장한다.

오사카YWAM 스태프(사역자)들은 A가 김정환 선교사에게 앙심을 품고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20년간 매일 얼굴 보며 같이 생활했는데, A는 정말 거짓말을 일삼는 정신이상자가 된 걸까?

오사카YWAM의 불투명한 재정에 대한 문제 제기는 A 주장만이 아니다. <뉴스앤조이>가 취재한 관계자 중 이 문제를 언급한 사람이 많았다. 기자가 만난 제보자들은 오사카YWAM을 그만둔 뒤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고 평소 서로 가깝게 연락하고 지낸 사이도 아니었다. 마음속에 삭였던 일들인데, 이번에 A 사정을 듣고 더 이상 감출 수 없겠다 생각해 기자에게 이야기한 것이다.

▲ 오사카YWAM에서 도망쳤다는 사람들이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20년. 오사카YWAM 스태프를 했던 사람들은 재정 문제만 이야기한 게 아니다. 어떤 문제는 일본 실정법 위반 소지도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제보자들이 이야기한 오사카YWAM에서 일어났던 비상식적인 일들을 소개한다.

여권 한 데 모아 보관, 도망치면 쫓아가

"도망치듯 나가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제보자들은 입을 모았다. 오사카YWAM에서 스태프로 헌신했던 사람 중 아무도 모르게 베이스(공동생활 숙소)를 떠나 한국으로 가거나 일본이나 해외 다른 지역으로 피신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십수 년 전부터 최근 몇 년 전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기자가 취재한 사람 중에는 "슬리퍼를 신고 여권만 챙긴 채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증언한 사람도 있었다. 짐을 챙기는 건 고사하고 여벌 옷 하나 가져오지 못했다. 왜 그랬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보내 줄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사카YWAM의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에 숨이 막혔다고 덧붙였다.

사역자를 그만두지 못하게 한다는 증언은 또 있다. 오사카YWAM에서는 리더급 스태프들이 다른 스태프들의 여권을 걷어 한 곳에 모아 놓는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여권을 잘 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역을 그만두기 위해 몇 달, 혹은 1년 넘게 김정환 선교사에게 빌다시피 해야 했으며, 어떤 스태프는 가족 결혼으로 한국에 다녀온 뒤 여권을 주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가 도망치듯 나왔다고 했다.

만약 스태프 한 명이 도망치면 다른 스태프들은 그를 잡으러 다녔다. 오사카YWAM에서 리더급 스태프로 사역했던 B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그런 스태프를 찾으러 다녔던 사람이었다. 공항까지 쫓아간 적도 있었다. 그땐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후회된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여권을 걷어서 보관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일본 입관법(入管法) 제23조에 따르면,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여권 또는 각종 허가증을 항상 휴대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도피를 막기 위해 여권을 빼앗는 것은 일본 노동기준법(労働基準法) 제5조 강제 노동에 해당한다. 고용 관계에서는, 고용인이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 혹은 고용인이 맡아 달라고 해서 고용주가 여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된다. 고용인의 비자 문제로 여권을 걷는 것도 일시적으로만 허용된다.

▲ 오사카YWAM에서는 여권을 한곳에 모아 놓고 잘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여권을 모아 두고 내주지 않는 모습은 김규동 목사 체제에 있던 요한동경교회를 연상하게 한다. 요한동경교회에서도 김규동 목사 측근이 사역자들 여권을 모아 놓고, 사역을 그만두고 싶어도 주지 않았다는 증언이 많았다. 거기서도 사역자들은 몰래 자기 여권을 훔쳐(?) 한국으로 도망쳐야 했다.

모든 것은 김정환 선교사 뜻대로?

근본적인 문제는 김정환 선교사에게 있다고 제보자들은 말했다. 김 선교사는 1989년 오사카YWAM을 개척해 지금까지 27년간 그곳에서 사역하고 있다. 제보자들은 모든 사역이 김 선교사 뜻대로 돌아가고 있으며 아무도 그의 뜻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사역자들 '결혼'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보자들은 김정환 선교사와 그의 남편 목사가 혼기가 찬 스태프들을 짝지어 준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한국인 스태프와 일본인을 연결해 주는데, 이는 한국인이 영주권을 얻어 오사카YWAM 사역에 더 전념하기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 제보자들은 김 선교사와 남편 목사의 뜻대로 결혼하기 싫어하는 한국 스태프나 일본 멤버가 어느 날 잠적해 버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제보자들은 김정환 선교사가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다른 스태프에게 수시로 안마를 받았는데, 안마를 받으면서 다른 사람 험담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사카YWAM에서 사역하다 떠난 사람들에 대해 "성격에 문제가 있었다", "과대망상증 환자다", "결혼을 목적으로 사역한 것이다", "돈 욕심 때문에 나갔다"며 비난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떠난 사람들과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스마트폰이나 SNS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리더급 스태프 정도 돼야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스태프들은 한국에서 쓰던 스마트폰으로 무선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만 외부와 연락할 수 있었다. 인터넷은 베이스 1층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오사카YWAM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쉽게 허용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했다.

물론 선교 훈련을 위해 외부와의 연락을 절제하는 정도를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보자들은 이런 것들이 김정환 선교사의 독재와 폐쇄적인 문화를 더욱 강고하게 한다고 말했다.

오사카YWAM을 떠나면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역자들도 있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사실상 신앙을 빌미로 신도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리는 '마인드 컨트롤'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여권 보관은 지진 때문에…강제 결혼이라니, 우리가 통일교냐

기자가 만난 김정환 선교사와 남편 목사, 오사카YWAM 리더급 스태프들은 이 같은 내용을 전부 부인했다. 이들은 기자의 질문에 조목조목 해명했다. 결론적으로 김정환 선교사는 독재를 한 적이 없으며, 모두 제보자들이 왜곡하고 과장한 이야기라고 했다.

여권을 한 데 보관한 것은 인정했다. 김정환 선교사는 "지진이 일어나면 여권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띄는 빨간 가방에 여권을 보관한다. 만약 지진이 나면 다른 건 못 챙기더라도 여권만은 챙기자는 의도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태프들이 개인적인 일로 한국에 가고 싶을 때는 사역에 방해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여권을 내주었다고 했다.

여권을 내주지 않았다는 제보자들 주장은 왜곡이라고 했다.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간혹 스태프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데, 격앙된 스태프들이 사역을 그만둔다고 할 때가 있다고 했다.

김정환 선교사는 "그럴 때마다 여권을 주고 가라고 해야 하느냐. 리더로서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만두려고 하는 걸 말리는 것인데, 그걸 두고 여권을 내주지 않았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몇몇 스태프가 도망치듯 떠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정환 선교사가 보내 주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총무 일을 하고 있는 한 스태프는 "가족같이 지내던 사역자인데 그만두고 싶다고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않나. 나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중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어느 날 떠나 버린 것이다. 그것은 사실 우리에게도 상처다"라고 말했다.

▲ 김정환 선교사와 리더급 스태프들은 의혹들을 모두 부인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강제 결혼'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정환 선교사는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우리가 무슨 통일교도 아니고"라며 펄쩍 뛰었다. 그는 "공동체 안에서 어떤 사람을 여러 명이 좋아할 때도 있고, 한 사람은 저 사람이 좋은데 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나는 리더로서 그런 부분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총무 스태프는 김정환 선교사가 병이 있고 몸이 안 좋아 스태프들이 자발적으로 주물러 주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험담이 아니라 그 사람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그걸 험담이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저질은 아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오히려 험담은 제보자들이 하고 있다고 했다.

스태프들이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비용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일본은 휴대폰 요금이 비싸고, 베이스 예산도 넉넉지 않아 사용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요새는 저렴한 요금제가 나와 사정이 좀 나아졌다고 했다. 인터넷을 베이스 1층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은, 남자들이 몰래 야한 영상을 보다가 걸리는 일이 간혹 있었기 때문에 공개된 장소에서 사용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제보자들이 주장하는 김정환 선교사의 '마인드 컨트롤'도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매주 스태프 회의를 통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안건을 결정한다고 했다. 총무 스태프는 "나도 여기 20년 넘게 있었다. 오사카YWAM이 김정환 선교사 뜻대로만 운영됐다면 나라고 남아 있었을까. '마인드 컨트롤', '컬트'라고 얘기하는 것은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전부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 조종하는 '마인드 컨트롤'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말은 '감정 관리' 정도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복잡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

사회심리학자 니시다 키미아키 교수(릿쇼대 심리학과)는 마인드 컨트롤을 "개인의 오감에 입력되는 정보를 편파적·거짓으로 제공하거나, 의사 결정의 심리적 장치인 지식과 신념의 시스템을 변화시켜, 본인의 자각이 없는 상태에서 의사 결정이 유도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이토 이사무 교수(릿쇼대 교양학부)는 <자기 발견 심리학>(지식여행)이라는 책에서 '컬트 마인드 컨트롤'에 대해 언급한다.

"마인드 컨트롤이란 넓은 의미로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방법이다. 스포츠 선수가 행하는 이미지 트레이닝과 마음이 편해지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이런 마인드 컨트롤은 충분히 내용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지로 행하면 자기성장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옴진리교(종말론을 주장한 일본의 종교 단체) 사건과 같은 컬트 마인드 컨트롤이다. 그들은 사람의 의지를 약하게 하고 신도들의 사상·감정·행동을 컨트롤하기 위한 기술을 조직적으로 사용했다.

옴진리교에서 행해진 세뇌와 입회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됐다. 우선 참가자를 일상 세계와 떨어뜨려 격리시킨다. 다음으로 정신적인 공백 상태를 만든다. 그 뒤 교의와 교리를 철저하게 주입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잡고 벽을 뛰어넘도록 한다. 이렇게 신앙을 고백하는 것으로 자각이 생기고 내면마저 변화한다."

물론 오사카YWAM이 옴진리교같이 극단적인 집단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제보자들은 김정환 선교사와 남편 목사에게 마인드 컨트롤당했다고 주장한다. 자신들도 오사카YWAM 안에 있을 때는 김정환 선교사의 뜻대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그곳을 벗어나 바깥에서 보니 비상식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A는 아내·엄마보다 오사카YWAM을 선택하겠다는 남편과 아이들이 마인드 컨트롤당했다고 말한다. 그것이 남편·아이들의 진짜 속마음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

최근 고등학교 3학년 큰아이는 돌연 김정환 선교사 남편 목사가 졸업한 신학교에 진학하겠다고 입학 원서를 냈다. A는 "여기 있으면 미래가 뻔하다. 신학교 졸업해 다시 여기에서 일할 것 아닌가.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다.

기자는 A의 남편과 아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A의 남편은 "아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김정환 선교사가 이상하다고만 하고 구체적인 이유를 대지 못한다"고 말했다. 큰아이는 "신학교 진학은 나와 하나님의 관계에서 결정한 일이다. 엄마는 목사님이 나온 신학교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환 선교사를 비롯한 오사카YWAM 스태프들은 "우리도 가정이 깨지는 것보다 차라리 가족 모두 떠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A의 남편과 아이들이 떠나기 싫어한다. 남편은 여기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삶이 완전히 변했다. 아이들도 여기서 나고 오사카YWAM에서 하는 학교를 다녔다. 삶의 기반이 여기에 있으니 떠나기 어려울 것이다. 가정 문제라 우리가 더 깊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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