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조영애 집사는 임신한 지 4개월이 됐을 때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태아의 두개골 뒤쪽 뼈가 자라지 않아 뇌 일부가 흘러내렸다는 것이다. 의사는 생존 가능성이 1%도 안 된다고 진단했다.

조 집사는 매일 밤 아이를 지켜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아이는 대뇌 90%, 소뇌 70%를 절제하는 등 여섯 차례 큰 수술을 받았다. 태어난 지 33일이 지나서야 퇴원할 수 있었지만 이후에도 고비는 계속됐다.

건강이 좋아졌다가 악화되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병원을 찾는 일이 다반사였다. 조 집사는 그저 아이가 살아서 가족들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마음 다해 보살폈다.

기적은 천천히 찾아왔다. 아이가 서고 걷기 시작하더니, 5살이 됐을 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생존 가능성이 1%도 안 된다는 의료진 예상이 뒤집혔다. 7살 때, 아이는 유치원 재롱 잔치에서 성경 구절을 암송하고 찬양도 불렀다. 듣는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아이는 자랐다. 자라서 기회가 되면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아이 이름 앞에 '희망을 노래하는 기적의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 2013년 평창 스페셜 올림픽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부른 1급 중증 장애인 박모세 씨(25) 이야기다.

▲ 박모세 씨(25)는 두개골 기형으로 태어나 대뇌 90%, 소뇌 70%를 절제하는 등 큰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 예상과 달리 건강하게 자란 그는 오늘날 무대에서 찬양을 부르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희망을 노래하는 기적의 청년

장애인 음악회 '꿈과 함께 날다'가 15일 서울홍성교회(서경철 목사) 크라운홀에서 열렸다. 박모세 씨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자, 음악회에 참석한 교인들 눈시울이 빨갛게 물들었다. 박모세 씨가 장애를 이겨 내는 모습이 교인들 가슴을 울렸다.

영상이 끝나자 조영애 집사가 나와 "하나님 은혜로 우리 모세가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목청껏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게 됐다"며 간증을 전했다.

"사람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하나님은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 우리의 연약함으로 영광을 받으시고, 우리에게 능력을 더하셔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축복해 주신다. 모세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 누가 부르든지 곧바로 달려갈 것이다. 이것은 모세의 사명이다."

박모세 씨는 '하나님의 은혜(신상우 곡)', '사명(이권희 곡)' 두 곡을 불렀다. 조 집사 손을 꼭 쥔 채 조심스럽게 무대에 오른 그는, 반주가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하고 씩씩한 목소리로 찬양하기 시작했다. 높은 고음도 매끄럽게 처리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발성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 장애인 연주단 '땀띠'가 사물놀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공연 실력이 수준급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13년 차 장애인 연주단 '땀띠'

이번 장애인 음악회는 서울홍성교회 아름공동체와 장애인 전문 음악 교육 기관 브릿지뮤직(김수진 대표)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개최했다. 아름공동체는 한 달에 한 번 장애인 예배를 진행하는 부서다. 교회가 장애인 사역을 본격화하기 전,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교회 안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이번 음악회를 개최했다.

음악회에서는 장애인 사물놀이 연주단 '땀띠'도 공연을 선보였다. 땀띠는 뇌병변장애,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등을 가진 이들로 구성된 연주단으로 2003년 결성됐다. 초등학생 때 음악 치료를 목적으로 국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게 계기였다. 몇 차례 대회에 나가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연주를 못 할 이유는 없다. 다만 배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다. 땀띠는 다른 팀에 비해 연습량이 많았다. 처음 공연을 준비할 때, 자정 가까이 연습실 바닥에 앉아 엉덩이에 '땀띠' 나게 연습했다. 1곡을 완성하기 위해 3박 4일 합숙하기도 했다. 그래서 연주단 이름이 '땀띠'다.

땀띠는 1시간 동안 '설장구', '공간', '휘모리', '사물놀이', '아리랑' 다섯 곡을 연주했다. 징·장구·북·꽹과리 등 전통 국악기로 구성된 연주뿐만 아니라, 어쿠스틱 기타·젬베·쉐이커 등 현대 악기를 조합한 퓨전 국악 공연도 펼쳤다.

곡과 곡 사이에 단원들 이야기가 담긴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조형곤 씨가 생김새 때문에 사람들 이목을 끌었던 기억, 취업을 이유로 연주 활동을 그만뒀다가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잊지 못해 연주단에 복귀한 박준호 씨 사연이 소개됐다.

▲ 박모세 씨(뒷줄 가장 왼쪽)와 땀띠 연주단이다. (뒷줄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태욱 씨(북), 박준호 씨(장구), 조형곤 씨(징), 이석현 씨(꽹과리)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공연을 본 교인들이 박수를 치며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지역 장애인 끝까지 책임지는 공동체 되겠다"

음악회가 끝나자 곳곳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교인들은 좋은 공연을 봤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장애가 있는 주민들도 자기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들이 선보인 공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무대에 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서경철 목사는 지역 안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웃들이 많다고 했다. 박모세 씨와 땀띠가 헌신적인 사랑과 지도로 이렇게 멋진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처럼, 교회가 지역 장애인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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