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데이터'의 사전적 의미는 관찰이나 실험, 조사로 얻은 사실이나 정보를 말한다. 쉽게 말해 '자료'를 뜻한다. 어떤 현상을 논하기 위해서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 가령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말하려면 근거 자료가 있어야 한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인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사하고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진행한 심층 인터뷰와 설문 조사 자료를 한데 묶어 <한국교회를 그리다>(CLC)를 9월 30일 출간했다.

<한국교회를 그리다>는 정리가 잘된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다. 한국교회 교세가 줄고, 사회와 동떨어져 겉도는 이유 등을 '데이터'로 제시한다. 조 교수는 책을 펴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목회자들뿐만 아니라 믿음이 좋다는 교인들 역시 자신에 대한 것, 그리고 교회가 가지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한 것에 대해서 막연한 추측과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편견에 따라 교회를 이야기하고 사회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설문 조사와 심층 인터뷰는 한국교회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국교회를 명확하게 살펴보는 것과 함께 이 사회를 보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7쪽)

조 교수는 주류 기독교가 관심 가지지 않는 사안에 집중했다. △목회자 이중직 △자살 △청소년 △부교역자 처우 △한국교회 신뢰도 △가나안 교인 등을 다뤘다. '이런 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재단하지 말고, 일단 책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 조성돈 교수는 주류 기독교가 관심을 두지 않은 사안들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물을 한데 묶어 책으로 출간했다. <한국교회를 그리다>(CLC). ⓒ뉴스앤조이 이용필

조성돈 교수는 일찍부터 '가나안 교인'에 집중했다. 신앙은 있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조 교수는 2010년 '바른교회아카데미' 후원으로 가나안 교인 18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사고의 변화'다. 가나안 교인은 주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자발적으로 교회를 찾은 이전 세대와는 달리 부모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신앙과 관련해 내적 갈등을 겪으며 성장했다.

"이들은 신앙 내적 갈등 가운데서 질문을 만들어 냈고, 기존 교회의 구조와 권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됐으며, 주일성수와 같은 교회의 규율 등에 대해서 답답함을 가지게 된 것이다. (중략) 교회라는 구조에서 자신들을 구하려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15쪽)

가나안 성도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부담은 '강요'다. 구원에 대한 확신이 있는지, 신앙 간증을 요구받았는데 그 방식이 폭력에 가까웠다고 입을 모았다. 교회 안에서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는 종교 표현은 잘 맞지 않는 옷과 같았다. 통성기도와 방언 등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감성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가나안 교인은, 그럼에도 자신을 받아 줄 공동체를 찾았다. 조 교수는 가나안 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교회라는 이름, 예배의 형식, 기도의 나눔 등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분명 영적 방황은 하고 있지만, 아니 어쩌면 영적 순례의 길을 가고 있지만, 분명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믿음의 형제요, 자매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들의 순례가 끝나기를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26쪽)

하루 평균 38명 자살…"교회가 관심 쏟아야"

조 교수는 자살 문제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기독교 자살 예방 센터 '라이프호프'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하루 평균 38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조성돈 교수는 자살을 시도했던 7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그는 교회가 이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단순한 생각이 과연 오늘날 만연되어진 자살의 경향 속에 사는 우리들에게나 자살로 주변의 사람을 먼저 보낸 유가족이나 친지들에게 긍정적이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을 생각하면, 이 문제를 교회에서 진지하게 다루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29쪽)

연구 결과, 자살 시도 원인은 남자와 여자가 차이를 보였다. 남자는 충동으로, 여자는 우울증이 주원인이었다. 자살 직전까지 갔을 때, 그들을 붙잡아 준 것은 신앙이 아니라 '어머니'였다.

"늙으신 어머니가 자신이 죽으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하는 생각에 그 행동을 멈추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33쪽)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극복 여부에 따라, 극단에 설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 조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교회가 바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목회자들도 이 문제와 관련해 교육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한다. 지역별로 기존 단체들과 연대해 상담소를 운영하거나, 지역 안에 있는 자살 예방 상담소를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천하보다 귀한 생명에 관한 일이기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비기독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교, 기독교

한국교회 미래는 청소년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교회는 2012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래 세대가 있어야 교회도 존재할 수 있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은 교회를 어떻게 바라볼까.

조 교수는 2014년 기독 청소년 500명과 비기독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2014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3대 종교(개신교·천주교·불교) 신뢰도 조사를 보면 개신교 신뢰도가 가장 낮다. 하지만 청소년층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기독교 청소년이 희망하는 종교 중 기독교(개신교)가 46.8%로 1위를 차지했다. 천주교(25.5%), 불교(19.1%), 기타(8.6%) 순이다.

조 교수는 "청소년 시기에 그래도 가장 호감이 가는 종교로 기독교(개신교)가 꼽혔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결과"라고 봤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성인이 된 후 기독교에 대한 호감은 급격히 줄어든다며 이에 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독 청소년을 살펴보자. 이들 신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어머니(47.2%)로 나타났다. 교회 친구/선후배(12%), 목사·전도사(11.9%)가 뒤를 이었고, 교회학교 선생님은 2.8%에 불과했다.

▲ 설문 조사 결과, 기독 청소년의 경우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돈 교수는 "신앙은 종교 기관인 교회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 특히 가정 내에서 자주 보게 되는 어머니에 의해 배우게 된다"고 분석한다. 이는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생에게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이런 현상이 한국교회 전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성(性)과 관련된 질문에서 기독 청소년과 비기독 청소년은 차이점을 보였다.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기독 청소년 36.8%가 그렇다고 답했다. 비기독 청소년은 18%에 그쳤다.

'서로 사랑한다면 동성애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기독 청소년은 37.7%가 가능하다고 봤다. 비기독 청소년은 65.8%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조 교수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교회 인식이 기독 청소년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청소년 조사와 관련해 조 교수는 '가정 종교'를 주창하며, 교육 대상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제 기독교 교육은 그 대상을 전환해야 할 때이다. 단순히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하는 교육이 아니라 그들에게 가장 큰 신앙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어머니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어머니가 바로 서고, 훌륭한 신앙인으로 서게 된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새롭게 피어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의식이 과연 기독교적일까 또는 신앙적일까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어머니들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경쟁의식을 부추기고, 목적 중심의 사고를 만들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앞선다. (중략) 이런 면에서 어머니를 대표로 하는 신앙의 어른들에게 바른 가치관 교육이 선행되어져야 한다." (112쪽)

피할 수 없는 이슈, '이중직'

조성돈 교수는 2년 전 월간 <목회와신학>과 함께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조사했다. 목회자 904명의 경제 수준부터 이중직에 대한 인식까지 다방면으로 조사했다. 반향은 컸다. 몇몇 교단들 사이에서 이중직에 대한 논의가 일었다.

이중직을 주제로 설문 조사 결과, 일부 대형 교회 담임과 부목사를 빼놓고 많은 목회자가 경제난에 시달렸다. 월 사례비로 120~180만 원을 받는 이들이 21.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180~250만 원(18.9%), 80만 원 미만(16%)이 뒤를 이었다.

경제난 때문인지 몰라도 이중직에 대한 여론은 찬성이 압도적이다. 73.9%가 경제적인 이유라면, 목회자가 이중직을 해도 된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목회자들의 경우, 이중직 찬성 비율이 92.3%로 매우 높았다. 나이가 어릴수록 이중직에 대한 찬성 비율이 높게 나왔다.

이중직을 찬성하는 이유는 '목회자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해서'(70.4%), '신학적으로도 가능해서'(20.4%)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소수지만 '교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교회가 형편이 안 되어서'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중직 반대 비율은 26.1%다. 반대하는 이들 중 90.5%는 "목회 사역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성돈 교수는 목회자 이중직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분석한다. 목회자들이 마음 편히 일하면서 사역을 감당할 수 있게, 각 교단과 노회가 제도를 바꿀 때라고 말한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은퇴 목회자들의 노후와 복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조사를 하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가정을 가진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가정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대학을 나오고, 대학원까지 공부를 해서 목사가 되었는데 자녀들 학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때 그가 겪게 될 그 갈등을 같이 경험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또 소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을 다 까먹어서 목회를 접고, 심지어는 사역자가 아닌 교회를 떠난 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이 변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이제 목회자의 정체성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 (176쪽)

▲ 한국교회가 위기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회개, 성령 운동을 벌이기 전에 어떤 이유로 위기에 직면하게 됐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뉴스앤조이 이용필

회개·성령 운동도 좋으나…

대형 교회 목사를 포함한 한국교회 지도자들도 너나없이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말한다. 각종 기도회 때마다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하자", "나부터 회개하자", "성경으로 돌아가자", "성령 운동을 펼치자"는 이야기를 듣는다.

한국교회가 정말로 위기라고 생각한다면, 위기가 어디서 오는지부터 알아보는 게 순서 아닐까. <한국교회를 그리다>를 읽고 자가 진단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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