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디 가서 자신을 목사라고 밝히기가 부끄러워진다." 어느 중견 목회자의 가슴 아픈 고백이다. 저급한 목회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정상적인 목회자들보다도 저질 목사들이 더 다수가 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비인가 신학교나 불량 신학교 탓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교회 수와 교인 수에 비해 신학교와 목회자가 너무 많다. 심지어 수백만 원만 내면 신학교 학위와 목사 자격까지 단기간에 부여하는 곳이 있다.

고장난 정화 장치

하지만 그게 문제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제대로 인가된 정규 신학교 출신 목회자들도 저질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 대학에 비해 워낙 실력이 떨어져서 학문적 저질이 많기도 하나, 사실 어찌 보면 학력과 경력이 높은, 고도로 지능화한 악성 저질이 더 큰 문제다.

근자에 일부 대형 교회나 교단 총회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그 좋은 예이다. 정규 신학교 출신의 석사 박사 목사들도 얼마든지 무당 설교하고, 헌금 횡령하고, 뇌물 거래하고, 성추행하고, 표절하고, 그리고 교회를 자식에게 세습한다.

이들이 섬기는 신은 자기 배다(빌3:19). 종교 영업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교회의 위신 실추와 교인 수 감소는 크게 신경쓰지만, 하나님의 공의 실추와 복음이 막히는 건 별로 관심 없다. 이들은 "교인과 땅콩은 달달 볶을수록 맛이 난다"고 이죽거린다. 양심이라고는 쥐뿔만큼도 없고 정의감은 터진 만두보다도 부실한 위선자들이 맹신적 사교 집단을 가꾸며 교주처럼 거들먹거린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한국에서는 도적이나 사기꾼이나 인격 결함자도 얼마든지 목사가 될 수 있다. 현행 신학교 과정이나 목사 제도 아래에서는 누구도 그걸 막기 힘들다. 교단마다 제도가 서로 다르고 장로교 교단만 해도 무려 100개가 넘는다. 전국의 대학교를 다 합한 것보다 신학교 수가 훨씬 더 많다. 게다가 사이비와 이단들도 여기에 합세하고 있다.

그러나 목회 저질화 문제는 단순히 신학교 수와 목회 지원자 수를 줄여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학교를 다그쳐서 아무리 그 과정을 소수 정예화하더라도 가짜들의 목회 진출을 막기는 힘들다. 목회로 사기 쳐서 출세하려는 가짜는 진짜 이상으로 매우 필사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건 문제의 본질을 과소평가하는 거다.

문제의 핵심은 목회자로서의 인성과 자질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한국교회에서는 그것을 제대로 검증하고 걸러내는 정화 장치가 고장난지 아주 오래다. 목사 청빙시 그저 신학교 학력과 목회 약력과 몇 개의 추천장과 직접 설교를 몇 번 들어보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사실 그런 정도의 검증은 현실적으로 완벽할 수 없고 또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안다.

목사 임기제가 필수

그래서 가장 필요한 것은 목회 사역 중에 지속적으로 목사를 관리해 주는 강력한 제도다. 특정인의 목회가 정상적인 사역에서 벗어나면 이를 즉시 교정하거나 또는 교체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우선 '목사 임기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영구직으로 청빙된 담임목사를 해임하기란 아주 어렵다. 오히려 교인들의 분열만 조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목사 임기제(5~7년, 연임은 1~2회로 제한)를 시행할 경우 부적격한 목사를 별 잡음이 없이 자연스럽게 퇴출할 수 있다. 그리고 고질적인 교회 세습 문제도 저절로 해결된다.

특히 중대형 교회는 계급적 부목사 제도를 폐지하고 복수의 설교 사역자를 세우는 '공동 목회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목사면 다 동등한 목사지 무슨 정목사 부목사가 따로 있나. 당회 관할 아래 모두 실무적인 '시무목사'로 동역하면 된다. 돈 삼키는 하마로 변신한 담임목사직을 폐지하면, 교권 독재와 목회 부패를 크게 예방할 수 있으며 예산도 절감하고 교인들은 더 다양한 설교를 들을 수 있다.

아울러 가톨릭처럼 목회자가 한 교회에서 너무 오래 사역하지 않고 '순환 사역'을 하도록 제도적으로 적극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이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사제나 군인이나 일부 직장인들도 하는 순환 사역을 목사라고 굳이 못 할 이유는 없다. 공교회가 특정 목사나 그 자손들의 평생 직장이 될 이유는 결단코 없는 것이다.

추가로 목회자가 교회 재정에 전혀 간섭할 수 없도록 제어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목회 부패는 대부분 재정 비리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매년 세부적인 결산 내역과 교회 장부를 제직들에게 공개하는 게 필수적이다. 하여튼 재정 장부의 공개를 반대하거나 방해하는 목회자는 무조건 삯꾼으로 보면 틀림없다.

개신교 실패는 '목사 관리'의 실패

개신교 사역의 실패는 목사를 아무나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웬만한 동네 학원의 강사가 되기보다도 목사되기가 더 쉽다.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가능하다. 문턱이 낮은 신학교를 하나 골라서 교인들을 상대하는 목회 기술만 몇 년 배우면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다. 전직 고문 경찰, 아내를 상습적으로 구타한 연예인, 성추행범, 그리고 백수 건달도 목사를 한다. 따라서 목회 비리가 그치지 않는다.

어떤 경우 소위 개신교 목사란 명함의 위인들이 무당질, 도적질, 사기질, 그리고 난봉질까지… 도대체 시정잡배보다도 더 저질이다. 교회 직분자의 향기와 고상함이란 약에 쓸려고 찾아도 없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과거 중세의 배도한 사제들에게 교권을 통째로 바친 것처럼 '개신교'란 간판을 아예 이 저질 목사들에게 내어 줄 상황이다. 한때는 교황이 동시에 3명이나 있었던 막장 시대도 있었다. 적그리스도는 언제나 인간 역사의 승자들 속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 "개신교가 왜 개판이 되었나"고 다시 묻는 건 시간 낭비다. 사역자 관리에 실패한 공동체는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있다. 저질 목회자가 저질 신도를 양산하는 건 극히 당연하다. 2000년 교회사가 그 명백한 증거다. 중세 교회는 성직자 관리에 실패해서 망했다.

그 일차적인 책임은 개교회에 있다. 당회와 제직회가 중요하다. 교인들이 자각해서 지역 교회를 정의롭고 지혜롭게 운영해야 한다. 오직 소명을 받은 사람만이 목회를 하도록 해야 한다. 신실한 목사들이 결코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목회자 그룹 스스로는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게 정설이다. '신자들의 각성'만이 개신교 역사상 가장 부패했다는 한국교회의 마지막 희망이 된 절박한 이유다.

그러니 이제라도 목사를 위해 교회가 있는 건지 교회를 위해 목사가 있는 건지 생각 좀 하고 살자는 거다. 요즘 어떤 교회들을 보노라면 정말 목사가 '종의 직분'이 맞기나 한 건지 그마저 의문이 간다. 종의 모습이 없다. 그저 교인들 100명만 모아놓으면 그때부터는 종이 아니라 상전이다. 세상 어디를 살펴보아도 저렇게 느끼하고 질펀하게 사는 종놈들이 없다.

진짜 종다운 종, 그런 귀한 종들이 하도 그리워서 하는 말이다.

"말썽을 일으켜 떠드는 사람들이 가르치는 일이나 다스리는 일을 경솔하게 맡지 못하게 하려고 소명을 받지 않은 사람은 교회의 공적 직분을 맡지 못하도록 특별히 주의했다." - 장 칼뱅, <기독교강요>

신성남 /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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