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버릴 수 있지만 팀은 버릴 수 없어."
"엄마보다는 팀을 선택할래요."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이 말을 듣던 날, A는 몇 시간을 오열했다. 자신보다 사역팀을 선택하겠다는 남편과 아이들 말이 비수로 날아와 박혔다. 20년간 모든 것을 바쳐 헌신했던 사역과 가정, 모든 것을 잃을 판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이 사역팀은 일본 오사카 예수전도단(오사카YWAM)이다. A는 1993년 20대 나이에 오사카로 건너가 DTS(예수전도단의 훈련 프로그램)를 마치고 오사카YWAM에 헌신했다. 20여 년간 스태프(사역자)로 일했다. 오사카YWAM에서 회심하고 크리스천이 된 일본인과 결혼했다. 아이도 네 명 낳았다. 올해로 큰아이가 고3, 막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다.

A는 최근 오사카YWAM을 떠났다. 남편과 아이들, 가능하다면 거기 있는 스태프들도 다 데리고 나오고 싶은 심정이다. 팀에서 일어나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편과 아이들은 오히려 A의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고 말한다. 아내와 엄마를 버리더라도 이 팀에 남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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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는 지난 2주간 오사카YWAM을 취재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A를 직접 만나고, 오사카YWAM에서 사역했던 전현직 스태프 및 오사카 DTS 수료자 10여 명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오사카YWAM 설립자 김정환 선교사와 현재 리더급으로 사역하는 스태프들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오사카YWAM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매달 2,500만 원 이상 수입 추측…"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

오사카YWAM은 한국YWAM에서 파송된 김정환 선교사가 1989년 개척했다. 무일푼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스태프가 40여 명 되는 단체가 됐다. 싱글 스태프 20여 명은 4층짜리 건물(베이스)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김정환 선교사의 남편 일본인 목사는 베이스 인근에서 BCI(Blessing Church Int.) 교회를 목회한다. 매년 대여섯 명 정도의 한국인·일본인이 DTS를 받으러 온다. 일본 기독교인 비율을 감안할 때 이 정도 규모면 상당히 큰 사역에 속한다.

겉으로 보면 복음에 척박한 땅 일본에서 자리 잡고 성장하는 기독교 공동체로 보인다. 그러나 이곳에서 사역하다 떠나거나 지금도 사역하고 있는 몇몇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오사카YWAM 내부는 완전 딴 세상이다. <뉴스앤조이>가 만난 제보자들이 주장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제보자들은 지난 20여 년간 회계 보고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면으로 된 보고는 물론, 오사카YWAM 예산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아는 사람은 김정환 선교사와 남편 목사, 비서급 스태프 한두 명이 전부였다고 했다. 단체 구성원들은 돈이 얼마 들어와서 어떻게 나가는지 궁금해하지 않았고, 궁금해도 김정환 선교사 카리스마에 눌려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람들이 공동생활하는 베이스. ⓒ뉴스앤조이 구권효

오사카YWAM 스태프들은 돈을 받고 일하는 게 아니라 돈을 내고 일한다. 매달 '스태프비' 명목으로 싱글 스태프는 5만 엔(한화 약 55만 원), 결혼한 스태프들은 한 사람당 1만 엔(한화 약 11만 원)씩 단체에 낸다.

이 돈이 오사카YWAM에 들어오는 가장 큰 수입이다. 한 스태프에 따르면, 현재 스태프비로만 매달 1,500만 원 이상 들어온다. 여기에 스태프들이 BCI 교회에 내는 십일조와 기타 헌금, 20여 명의 멤버(교인)가 내는 헌금을 합치면 매달 2,500만 원 이상은 들어올 것이라고 추측했다. 정확한 액수는 20년 넘게 있던 스태프도 모른다.

YWAM 활동 자체가 자비량 사역이고, 오사카YWAM 같은 경우 싱글 스태프들이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돈을 내고 일하는 건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달 식비나 베이스 건물 운영비로 2,500만 원이나 들어간다고 추측하기는 어렵다.

교회 사역에 들어가는 돈을 합쳐도 마찬가지다. 인건비가 들 일도 없고, 베이스나 교회 건물에는 채무도 없다. 게다가 공동생활하는 스태프들은 항상 수도세·전기세 등을 아끼기 위해 노력했고, 식사도 그리 좋은 것을 먹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제보자들은 단체 운영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지, 남는 돈은 얼마인지, 어느 계좌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고 했다. 항상 재정 상태가 어렵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은 점점 늘어 갔다. 오사카YWAM은 2003년 13억 원가량 되는 교회 건물을 샀고, 2008년에는 10억 원 정도 되는 베이스 건물을 구입했다. 명의는 종교법인 BCI. 법인 이사장은 김정환 선교사의 남편이고, 이사들은 그와 가까운 스태프들이다.

2010년에는 서울 마포구 중동에 있는 아파트를 4억 800만 원 주고 구입했다. 정확한 주소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경기도 양평에도 집을 샀다. 한국에 있는 이 두 집은 모두 김정환 선교사 명의로 되어 있다. 제보자들은 당시 오사카YWAM에 있었지만, 이 부동산들을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돈으로 구입했는지 알지 못했다.

스태프비 못 내면 고스란히 채무로…잇따르는 '명품 백' 증언

YWAM 사역은 자비량이라 스태프들은 대부분 한국에 있는 파송 교회나 지인들로부터 후원을 받아 생활한다. 여기서 스태프비, 십일조와 각종 헌금을 내고 남는 돈으로 생활한다. 싱글은 공동생활을 한다고 쳐도 월 55만 원씩 내야 하고, 결혼한 커플은 11만 원씩 낸다고 하지만 월세와 아이들 양육비가 들어간다.

매달 나가는 돈을 빼고 나면 손에 남는 게 별로 없다. 후원금이 수백만 원씩 들어오는 게 아니기에 생활이 넉넉할 리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생활하기 위해 사역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스태프도 많았다.

그런데도 스태프비 제도는 가혹했다. 제보자들은 리더급 스태프가 누가 돈을 못 내는지 체크하고, 못 내는 만큼 채무로 기록한다고 말했다. 스태프비를 제대로 못 내던 한 스태프는 "너는 헌금 갉아먹는 헌금 도둑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스태프들은 생활 비용을 줄이려고 물·전기를 아끼며 안간힘을 썼는데 김정환 선교사는 달랐다. 제보자들은 "김정환 선교사는 자주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고, 신발도 명품 브랜드만 신었다. 스태프들과 멤버(교인)들에게 자신은 유기농만 먹는다고 말하곤 했다"고 입을 모았다. 제보자들은 김 선교사가 실제 샤넬, 프라다, 버버리, 까르띠에, 페라가모, 토즈 등 유명 브랜드 가방을 들고 다녔다고 증언했다.

김정환 선교사 "회계 보고 한다…싸우고 나간 사람들이 꾸며 낸 말"

기자는 10월 10일 오사카YWAM 베이스에서 김정환 선교사와 리더급 스태프 4명을 만났다. 나중에는 김정환 선교사의 남편 목사, 제보자 A의 남편과 아이 둘도 베이스에 들어왔다. 그들과 3시간가량 여러 의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정환 선교사와 스태프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금시초문'이었다. 기자가 제보자들 증언을 토대로 질문을 할 때마다 코웃음을 치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고개를 저었다. 김 선교사는 "우리가 같이 살다 보니 관계가 가족처럼 형성된다. 그러다 보니 뭔가 틀어져서 여기를 나갈 때는 아예 원수처럼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말썽을 일으키고 나간 몇몇이 이런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회계 보고는 "한다"고 답했다. 그것도 서면으로 한다고 했다. 그 서면을 볼 수 있냐고 물었더니, 회계 담당 스태프에게 서류를 가져오게 했다. 김정환 선교사는 "원래 나는 3개월에 한 번씩 보고를 하라고 얘기하는데, 담당자가 자기 일도 있고 바빠서 잘 못한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씩은 꾸준히 해 왔다"고 말했다.

담당자가 가져온 서류는 2013년, 2014년, 2015년 회계 자료였다. 그런데 한 해에 해당하는 문서가 A4 용지 네다섯 장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공동생활, DTS 등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한 분야당 A4 한 장, 수입·지출을 포괄적으로 정리한 게 다였다.

앉은 자리에서 눈으로 대충 계산해도 한 해에 3,000~5,000만 원 정도 잉여금이 남는데, 그 잉여금이 정확히 얼마고 어디에 남아 있는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1년 치 회계 보고 자료 치고는 허술하지 않냐고 물었다. 김정환 선교사와 스태프들은 "우리가 이런 걸 잘 모르고 관심도 없어서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들은, 재정 상태는 매년 열리는 일본 YWAM 컨퍼런스와 종교법인을 관리하는 일본 문화성에 보고한다고 했다.

보고 내용은 전 스태프와 공유하고 있으며, 회계 보고를 안 한다거나 예산과 결산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제보자들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 김정환 선교사 남편이 목사로 있는 BCI. ⓒ뉴스앤조이 구권효

김정환 선교사와 스태프들은 부동산도 사역자들과 상의 후 구입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 있는 집 두 채가 김 선교사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도 충분히 스태프들과 논의했다고 했다. 한국이라 일본 종교법인 이름으로 살 수도 없고, 리더급 사역자들도 연금이나 여러 문제 때문에 자신 명의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한국에 있는 집은 자신뿐 아니라 오사카 DTS를 마친 사람들, 스태프들이 한국에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했다고 했다.

스태프비를 못 내는 사람에게 그만큼 채무를 지우는 것은 수년 전에 없어진 제도며, 이는 10년 전 오사카YWAM을 떠난 스태프 B가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B가 이제와 여러 뜬소문으로 팀을 공격하고 있다며 황당해했다.

김정환 선교사는 명품 백이나 신발, 유기농 식사 같은 부분도 모두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했다. 김 선교사는 "일본은 한국과 달라서 그런 걸 해 줘야 한다. 내가 초라하게 하고 있으면 일본인들은 기독교 자체를 우습게 본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미국에 명품 같은 걸 싸게 파는 곳이 있다. 나는 거기서 한꺼번에 많이 구입해서 스태프들에게 다 나눠 준다"고 해명했다.

김정환 선교사와 스태프들은 A와 B, 그리고 또 다른 전 사역자 C 이름을 언급하며 그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고 주장했다. 김 선교사의 남편 목사는 "팀 안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김정환 선교사가 누구 편을 더 드는 것 같고 누구를 더 인정하는 것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곳을 안 좋게 떠난 사람들은 그런 오해로 다른 스태프를 질투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김정환 선교사는 "그들이 회계 문제를 제기하지만, 그들 중 스태프비 10원이라도 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고 강조했다. 김 선교사는 "그 아이들 안쓰러워서 다 내가 먹이고 입혔다. 그런데 어떻게 이제 와서 이럴 수가 있느냐"고 했다. 김 선교사와 스태프들은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팀 안에서 성실하지 않았고 다른 사역자와 갈등을 자주 빚었다"고 말했다.

C가 끝이 아니다…돈 문제가 끝이 아니다

제보자들과 오사카YWAM 김정환 선교사 및 스태프들의 입장은 정반대다. 하나의 사건을 이쪽에서 바라보고 저쪽에서 바라보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사건 자체가 있었다 없었다고 하는 모양새다. 회계 보고가 극명한 예다. 한쪽에서는 회계 보고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있었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둘 중 하나는 거짓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종교법인법은 종교법인 사무실에 항상 준비해 놓아야 하는 서류와 장부 목록을 명시하고 있다. 그중에는 "재산 목록, 수지계산서 및 대차대조표"도 포함돼 있다. 또 신자거나 신자가 아니더라도 정당한 이익이 있고 부당한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된 사람이 장부 열람을 신청하면 이에 응하도록 되어 있다.

김정환 선교사와 리더급 스태프들은 모든 사역자가 재정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전현직 스태프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김 선교사와 스태프들이 주동자로 생각하는 A와 B, C가 끝이 아니다. 이들 외에 적어도 5명 이상의 오사카YWAM 관계자가 회계 보고는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

명품 가방을 비롯한 김정환 선교사의 사치스러운 모습에 대한 증언도 많았다. 제보자들은 일본과 한국 각지에 떨어져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서로 연락도 잘 하지 않는 사이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재정 문제 외에도 오사카YWAM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른 문제점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회계 보고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다음 기사에서는 오사카YWAM의 폐쇄적인 구조 때문에 나타나는 의혹들과 김정환 선교사 및 스태프들의 반박을 쓸 예정이다. A가 남편과 아이들에게 정신이상자로 몰리면서까지 왜 이곳을 뛰쳐나가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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