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멘토링사역원과 공동체지도력훈련원은 10월 31일(월) 전남 광주벧엘교회(리종빈 목사)에서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을 엽니다. 워크숍에서 총 9개 교회 사례를 발표합니다. 교회 본질을 추구하면서 마을을 아름답게 섬기는 9개 교회 이야기를 연재 글을 통해 미리 소개합니다. 워크숍 참여하시는 데  도움 받으시길 바랍니다.

첫 3년은 정말 힘들었다. 맨땅에 헤딩도 유분수지, 다시 하라 그러면 고개를 저을 거 같다. 도시 작은 교회의 분투기는 그렇게 3년 동안 지속됐다. 필요한 시기였단 생각은 들지만, 결코 수월했다고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분연히 투쟁한 시간들이었다.

숨쉼교회는 2010년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지구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 수완지구는 도심에서 좀 떨어진 외곽 지대이긴 했지만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상권도 발달하기 시작하던 곳이었다. 수도권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하던 안석 목사는 광주로 내려와 거기서 목회를 시작했다.

개척 교회의 성장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입지 조건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다만 교회 주변으로 또 다른 교회들이 넘쳐난다는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욕심을 가져 볼 만한 곳임에는 틀림없었다.

숨쉼교회는 성장과는 영 딴판으로 움직였다. 애초에 성장 패러다임을 내려놓았다. 교회 건물을 짓되, 예배당은 2층에 작고 아담하게 꾸몄고, 1층 넓은 공간은 한편은 카페, 한편은 도서관으로 이웃들에게 내줬다. 건물 외관도 누가 보면 교회인지 카페인지 문화 공간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 2010년 광주 수완지구에 복합 문화 공간을 짓고 마을 사역을 시작했다. (사진 제공 숨쉼교회)

숨쉼교회가 성장 목회 대신 내건 것은 '마을과 함께하는 교회'였다. 마을 주민과의 접촉면을 넓히려고 공간을 대폭 열었다. 카페는 이웃들이 부담 없이 드나드는 곳이 되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주제로 마을 어린이와 주부가 각종 모임을 열 수 있도록 했다.

커피와 책을 발판 삼아, 지역 주민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지역에서 기발한 캠페인을 벌인 것도 대화가 밑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폭력 대화, 공정 무역 커피, 모녀 대화 캠프, 손전등 산책 등 지역 이웃들이 관심 가지고 있는 주제를 놓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대안을 찾는 모임을 꾸준히 개발했다.

이런 교회도 있나 하면서 이웃들이 신기해했다. 교회 문턱은 낮아졌다. 지역 일에 관심 많은 교회, 교회를 다니건 안 다니건 우리 마을 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잘 모여서 뭉치는 장소. 숨쉼교회는 수완지구에서 그런 교회로 통했다.

▲ 이웃들이 모여 지역 일을 의논하고 필요한 모임을 함께 열었다. (사진 제공 숨쉼교회)

여기까지가 숨쉼교회의 개척 초기 3년 동안의 이야기다.

2013년 숨쉼교회는 목회멘토링사역원이 주최한 마을 사역 워크숍 사례로 소개되었다. 그때 안석 목사를 처음 만났고, 워크숍에서는 성장 모델이 아닌 마을과 함께하는 모델로서의 작은 교회의 값진 성과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3년이 또 흘렀다. 2016년 마을 사역 워크숍에서 숨쉼교회를 다시 한번 다루기로 했다. 3년 차 숨쉼교회와 6년 차 숨쉼교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워크숍을 앞두고 숨쉼교회를 다시 찾았다. 안석 목사에게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3년 차와 6년 차의 가장 큰 차이는 뭔지.

"3년 차까지는 몸에 배어 있는 것들을 내려놓는 시기였어요. 성장형 목회를 탈피하겠다고 선언하긴 했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쉽나요? 사실 저는 여전히 성장 지향적 교회, 성장형 목회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니 하루아침에 그게 변할 수가 없는 거죠. 좌충우돌하는 시기를 겪었고, 가능성과 시도, 낙심과 갈등이 교차하던 시기를 보냈어요.

카페와 도서관, 각종 캠페인을 열면서 이웃들을 만났는데, 이분들을 전도해서 교인 등록을 시키고 교회의 외형을 갖춰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장형 목회의 대안이 되는 목회 여정이 아직 몸에 배지 않았던 거죠. 내적인 고민이 적지 않게 있었어요.

저는 이 고민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반드시 건너야 하고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한편 저는 그 시기가 희망을 찾아가는 시기였다고도 생각해요. 새로운 목회, 대안적인 목회. 하루아침에 그렇게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고민하고 분투하는 시기가 꼭 필요하다고 봐요."

▲ 첫 3년은 희망을 찾아가는 시기였다. (목회멘토링사역원)

다음 3년

3년 차에서 6년 차로 이어지는 다음 3년은, 이웃과 함께 만들어 가는 시기였다. 이제 교회가 나서서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지 않아도 이웃들이 먼저 찾아와서 교회와 함께 마을의 필요를 챙기고, 교회는 그들과 근거리에서 파트너가 되어 준다. 마을 사역의 주체가 이웃이 되게 하고, 교회는 그들과 함께하며 돕는다.

올해 숨쉼교회는 카페에서 책방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웃들의 요청과 지역의 실제적인 필요가 맞물려서 작용을 했다. 서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결국 동네에 변변한 책방 하나 없이 지내다 보니, 안타까워 하는 이웃들이 많았다. 더군다나 인근 수완중학교 학생들이 읽을 책들을 공급해 줄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았다. 교회는 이런 필요와 요청을 수용해 올초부터 책방을 시작했다.

책방에는 다양한 코너가 있다. 이웃끼리 서로 책 선물을 하고 싶을 때, 책방에 와서 쪽지와 함께 책 선물을 해 놓고 간다. 그러면 선물 받는 당사자가 나중에 책방에 들려 편지와 책을 함께 가지고 간다. 광주의 역사, 광주의 인물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고, 광산구에서 하는 여러 활동과 지역을 소개하는 책자를 비치한 코너도 한쪽에 마련돼 있다. 지역 친화적, 마을 맞춤형 작은 책방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지역 친화적, 마을 맞춤형 책방을 가꾸고 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숨쉼교회는 '교회를 키워서 선교한다' 대신 '마을 안에서 선교적 삶을 사는 것이 곧 교회다'라고 말한다. 첫 3년은 생각만 있었지 몸이 아직 덜 적응되었던 때였고, 다음 3년은 첫 3년의 좌충우돌을 자양분 삼아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 선교적 삶이 곧 교회임을 체득해 나가는 시기였다.

목회멘토링사역원과 공동체지도력훈련원이 주최하는 10월 31일(월) 전남 광주 마을 사역 워크숍에서 숨쉼교회는 도시 작은 교회가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마을 사역을 펼쳐 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첫 3년 동안은 어떻게 이웃과 만나 왔고, 다음 3년은 어떻게 이웃과 함께 마을 사역을 해 나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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