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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 선생님 징계 철회 미리 못 한 것 사과"

예장통합 이성희 총회장 등 임원진, 기장 총회 방문…김재준 목사 제명 결의 철회 통지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6.10.12  16: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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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장통합 임원진은 기장 총회 회관을 직접 방문해 고 김재준 목사에 대한 징계 철회를 알리고 사과했다. 기장 권오륜 총회장(사진 왼쪽)과 예장통합 이성희 총회장. (사진 제공 한국기독교장로회 이수찬)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장공(長空) 김재준 목사(1901~1987)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기장 교단과 조선신학교(현 한신대학교)를 설립하는 데 일조했다. 신학자, 교육자, 운동가로 불린다.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인권 운동에도 앞장섰다.

김재준 목사는 1930년대부터 근본주의 신학에 맞서 싸웠다. 성서무오설을 비판하고, 성서비평학을 신학 교육에 도입했다. 교권주의에 맞서 싸우다 김 목사는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총회)에서 징계를 받았다.

예장총회는 1952년 37회 총회에서 김 목사를 파면하고, 이듬해 제명 처리했다. 김 목사를 공격한 이들은 그를 자유주의 신학자라고 문제 삼았다.

김재준 목사를 공격했던 이들은 △김재준 교수가 웨스트민스터 신조 제1조를 범하고 있다 △조선신학교(설립자 김재준)가 문서설을 주장하고 성서에 오류가 있다고 가르쳐 성서의 권위를 파괴한다 △성서의 고등 비판 연구를 사용하는 자유주의 신학을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압박에도 김재준 목사는 흔들리지 않았다. 신구약 성서무오설에 대해 "하나님 구속의 경륜을 수행하신 역사적 계시로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본분에 대하여 정확 무오하며 계시적 권위를 갖는 것이다. 성경의 문자 하나하나를 절대 불변의 신탁적 문서로 받아들이는 것은 도리어 성경의 신적 계시의 권위와 절대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재준 목사는 보수적이고 교권화해 버린 기존 장로교회와 차별성이 있는 교단을 만들고자 했다. 이와 함께 교단이 에큐메니컬 운동에도 적극 동참하게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에 가입하는 데 일조했다. (사진 제공 장공기념사업회)

김재준 목사는 성경을 이해하는 관점도 교단 주류 신학자들과 달랐다.

"지금 우리도 이 살아 계신 그리스도의 심정을 가지고 쓰여진 계시의 문자를 다시 읽고 당하는 온갖 사위를 재비판, 재인식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말씀은 과거의 말씀이 되고 현재를 영도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 있어서 크리스천은 언제나 진보주의요 자유주의다. 그러나 쓰여지기 전 그리스도의 본 심정, 성령의 본의에 소급하는 의미에서 크리스천은 가장 철저한 보수주의자다. 그리스도의 심정! 그 무한대의 아가페. 이 심정이 있으면 내 마음 하늘이다. 이 사랑 없으면 낙원도 황천이다. 이 심정 잃으면 교리도 신학도 발 뿌리에 널리는 '스텀블링 블록'이다." (<장공 김재준의 삶과 신학> 108쪽)

제명당한 김 목사는 1953년 6월, 조선신학교 출신들을 중심으로 '호헌총회'를 열었다. 기장은 호헌 선언문에서 의존 사상을 배격하고 자조자립 정신을 함양하는 교단이 될 것을 공포했다. 예장과 기장이 갈라지게 된 역사적 배경이다.

   
▲ 행사 이후 예장통합과 기장 관계자들은 단체 사진을 찍었다. 어색했던 모임은 시간이 흐를수록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사진 제공 한국기독교장로회 이수찬)

그로부터 63년이 흐른 뒤, 김재준 목사에 대한 징계 철회가 이뤄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성희 총회장)은 9월 27일 101회 총회에서 김 목사 제명을 철회하기로 결의했다. 안건을 상정한 예장통합 임원회는 과거 총회가 "권징 없이 책벌할 수 없다"는 헌법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제명을 철회하자는 의견에 반대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10월 12일, 예장통합 임원회는 서울 종로에 있는 기장 총회 회관을 직접 방문, 김재준 목사에 대한 제38회 총회 제명 결의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예장통합 이성희 총회장, 최기학 부총회장 등 임원진이 내방했다. 기장에서는 권오륜 총회장, 윤세관 부총회장, 이재천 총무가 배석했다.

모임 분위기는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화기애애하게 바뀌었다. 행사 시작 전 윤세관 부총회장의 "마치 남북이 만난 것 같다. 다 이 동네 사시죠?"라는 말에 참석자들이 동시에 웃었다.

사회를 본 이재천 총무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만나게 된 건 하나님 은혜다. 새로운 역사의 한 걸음을 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성희 총회장은 '고 김재준 박사에 대한 제38회 총회 제명 결의 철회 통지서'를 직접 낭독했다. 이 총회장은 "장로교회가 김재준 박사님을 그렇게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장공 신학에 시비하는 사람도 없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모이게 된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 장공 선생님 (징계를) 미리 철회 못한 것 죄송하다. 뭔가 숙제를 풀었다고 생각한다. 기장과 예장은 서로 다르게 지내왔지만, 하나님나라 확장에 힘써 왔다. 앞으로 양 교단이 영적‧심적‧지리적 모든 면에서 가까이 교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장 권오륜 총회장은 "비록 우리는 38회 총회 이후로 나눠졌지만, 돌이켜 보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였다. 마치 바나바와 바울이 나뉘어서 복음을 전한 것처럼, 우리는 (나뉘어서)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 교회를 세웠다. 이 일을 계기로 예장통합과 기장이 연대해서 희망의 역사를 일궈 가자"고 말했다.

장공기념사업회 김경재 이사장은 "중요한 역사적 결정을 총회에서 내렸다.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역사 사건으로 본다. 장공 선생님도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이다. 잘못된 교권 구조로 하나님의 자녀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는데, 두 교단이 서로 교류하고 일치 협력해서 주님의 뜻을 이뤄 가면 보상이 될 것이다. 예장통합이 (제명 철회를) 해 주셨으니, 다른 교단들도 뜻을 헤아리고 본을 받기 원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예장통합의 '고 김재준 박사에 대한 제38회 총회 제명 결의 철회 통지서' 전문.

故 김재준 박사에 대한 제38회 총회의 제명 결의 철회 통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문안드립니다.

본 교단 제38회 총회(1953. 4. 24~28일, 대구서문교회당)의 故 김재준 박사 제명 결의는 권징 없이 책벌할 수 없다는 헌법을 위반하고 총회가 제명 결의를 한 것이기에 제101회 총회(2016. 9. 26~29, 안산제일교회당)에서 故 김재준 박사에 대해 제명을 결의한 제38회 총회의 결의를 철회하기로 결의하였기에 이를 귀 교단에 통지하여 드립니다.

양 교단이 앞으로도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연대 활동에 함께 힘을 모아 협력하기를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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