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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트럼프, 기독교 지지층 균열 낼까

조직신학 대가 웨인 그루뎀 "대화 읽고 속 뒤틀려"…여전히 굳건한 보수 기독교인들도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6.10.11  13: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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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10월 9일(현지 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2차 토론회가 열렸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음담패설 음성 파일이 공개된 이후 처음 맞는 토론회였다. 다수의 미국 언론은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을 이번 토론회 승자라 평했다.

트럼프를 보는 미국 기독교인들 심정은 이전과 조금 다른 듯하다. 전통적으로 기독교인들은 공화당을 지지했다. 오바마 집권 8년 동안 동성 결혼 합법화, 낙태 등으로 종교 자유를 침해받았다고 느낀 기독교인들은 트럼프가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그를 지지해 왔다. 딱히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 비하 발언? 더 이상 못 참아!

논란이 되는 파일이 공개된 후, 트럼프를 바라보는 기독교인들 사이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보수 신학자 웨인 그루뎀(Wayne Grudem) 교수(피닉스신학교)다. 그루뎀 교수는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대학원에서 20년 넘게 조직신학을 가르쳐 온 이 분야 전문가다.

그루뎀 교수는 지난 8월 '트럼프를 뽑는 것이 왜 도덕적으로 옳은 선택인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힐러리가 당선되면 미국 기독교인에게 닥칠 일상을 열거하며 트럼프가 결점이 있는 후보지만 그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기독교 가치와 전혀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웨인 그루뎀(Wayne Grudem)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직신학자다. 그는 지난 7월 트럼프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공개했는데, 약 2개월이 지난 뒤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그랬던 그가 불과 2개월 만에 트럼프 지지를 철회했다. 그는 10월 9일 과거 트럼프를 지지하는 글을 게재했던 보수 성향 누리집 '타운홀'에 새로운 글을 썼다. 트럼프 지지를 철회한 것이다. 덧붙여 과거에 작성했던 트럼프를 옹호하는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타운홀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루뎀은 "트럼프가 하워드 스턴과 나눈 음란한 대화 내용을 읽으니 속이 뒤틀린다. 하나님의 눈으로 봤을 때 그의 행동은 혐오스럽다. 트럼프가 회개하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것은 물론, 그가 해를 끼친 사람들에게도 용서 구하길 바란다. 하나님은 그 남자(트럼프)가 여성을 존중하고 존경하도록 지으셨지 여성을 성적 도구로 학대하라고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트럼프를 외면한 그루뎀은 힐러리를 지지할까? 아니다. 그루뎀은 글에서 힐러리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루뎀 교수는 대통령으로 힐러리를 선택한다면 종교 자유, 낙태, 젠더(성별) 정체성, 군대 재건, 급진 이슬람 테러로부터 보호, 국경 보안, 세금 감세 등에서 기독교인이 기대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성 비하 발언? 우리는 여전히 트럼프 편!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히는 기독교인이 하나둘 나오는가 하면, 흔들림 없이 그를 지지하는 기독교인도 있다. 동성 결혼과 낙태,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종교 양심을 이유로 동성애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주장한다. 보수 기독교계를 대변하며 워싱턴 정계에서 활동하는 신앙과자유연맹 랄프 리드(Ralph Reed)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종교고문으로 활동하는 리드는 "두 딸의 아버지로서 트럼프의 '부적절한' 발언에 실망했다. 하지만 믿음의 사람들은 어떤 후보가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지, 종교 자유를 수호하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현재 위기에 처했다. 11년 전 방송 진행자 하워드 스턴과 나눈 음담패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는 스턴과 대화에서 비속어를 쓰면서 여성을 비하했다. (NBC 방송 갈무리)

또 다른 로비 단체 가족연구위원회 토니 퍼킨스(Tony Perkins)도 트럼프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퍼킨스가 여성을 '돼지', '창녀'라고 부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이유는 리드와 비슷하다. 퍼킨스는 "누가 우리 자유를 가장 적게 훼손할지 결정하는 투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음성 파일 파동 이후 말을 아끼는 사람도 있다. <디트리히 본회퍼>(포이에마) 저자 에릭 메탁사스(Eric Metaxas)는 그동안 트럼프를 지지하고 힐러리를 비난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꾸준히 올렸다. 하지만 이번 파동 이후에는 별다른 말이 없다.

여성 비하 발언? 원래부터 그는 아니었다!

기독교인이라고 모두 다 공화당과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복음주의자'라고 규정한 교계 리더 100명은 10월 7일 연서명을 받는 누리집 '체인지'에 글을 올렸다. 현장에서 목회하는 목사들, 현직에 있는 신학교 교수들 외에 한국에도 잘 알려진 기독교 작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대통령 예수>(죠이북스) 저자 셰인 클레어본, <다시, 그리스도인 되기>(비아) 저자 조너선 윌슨-하트그로브, <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온다>(IVP) 저자 브라이언 맥클라렌, <하나님 편에 서라>, <회심>(IVP) 저자 짐 월리스가 그들이다.

이들은 언론이 '복음주의자' 단어를 잘못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비치는 '복음주의자'는 대부분 △백인 △정치적으로 보수 △나이 든 사람이라며, 이렇게 편협한 시각으로는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묘사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자신을 '다른 복음주의자'로 규정하는 이들이 트럼프를 반대하는 이유는 인종차별 때문이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이민자를 모욕하고 유색인종을 비난했다.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흑인이 사망하는 미국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공분을 자아냈다.

"트럼프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굴욕감을 주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꾸준하게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며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따라서 그가 진정한 미국 시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민자, 외국인, 유색인종, 종교가 다른 사람들을 악마화하고 비하하기 위해 공포심을 이용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가 그동안 인종차별을 묵인해 온 미국 사회와 교회가 회개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런 흐름 속에 연서명을 준비했고 미국 기독교인들에게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10월 10일(한국 시간) 현재 1만 8,398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미국 대선이 11월 8일로 다가왔다. 미국 기독교인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트럼프 막말에 귀 막고 전통적인 가치에 표를 던질까. 아니면 최악을 막는 차원에서 힐러리를 선택할 것인가. 그 결과가 28일 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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