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참관기는 교회개혁실천연대 교단 총회 참관 활동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 편집자 주

기독교장로회(기장) 제101회 총회가 9월 27~30일,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리조트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내 교회를 세우리니'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 9월 27~30일, 기장 교단 총회가 열렸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회의장에는 700여 명이 넘는 목사·장로 총대가 참석했다. 이번 총회의 분위기가 여느 때와 같지 않은 것은 총회 전 매스컴에 보도된 내용들 때문이다. 사실 기장은 민주화 운동과 한국의 현대사에서 정의와 인권에 예언자적 목소리 내며, 사회 선교와 교회 일치를 위한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는 진보적 교단이다. 이러한 교단이 이번 총회에는 총장 선출 논란과 총무의 공금유용, 성 추문 등으로 곤혹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총회에서 이루어지는 결정 사항들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회무 처리에 앞서 주제 강연이 있었다. 강연자는 종교개혁이 오늘날 주는 교훈을 '교회의 교회다움 회복'이라고 했다. 기장 교단 차원에서 볼 때 '기장다움 회복'으로 들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지금 기장이 정체성 혼란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기장의 '기장다움 회복'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음을 느꼈다.

회의장 안은 회무 처리와 안건에 대한 이견들을 조율하느라 애쓰는 분위기였다. 회의장 밖은 이와는 달리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번 기장 총회 안건 중에는, 총장 인준과 총장 선출 과정 빚어진 이사회의 학생 고발로 학생들과 교수가 사법 당국에 기소된 '한신학원 학내 문제 처리'라는 민감한 사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불법 총장 선출 문제를 지적하며 총대들에게 뜻을 전하는 막바지 시위를 하고 있었다.

▲ 피켓 시위를 진행 중인 학생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이날 총장 인준안은 부결로 일단락되었다. 회의장 안에 있던 학생과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환호하며 박수했다. 뜻이 관철되었음에 환영하는 눈치였다. 분명한 사실은 기장이 이번 학교 사태를 통해 행정의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다는 것이다. 지금 사법 당국에 조사받는 학생들과 교수의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해법을 찾으려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초기 대처 미흡으로 지금은 손쓰기가 매우 힘겨워 보인다. 사건 발단이 된 공권력 개입에 대한 논란이 많다. 과거 한신이 공권력과 맞서 싸웠다면, 현재 한신 운영자들은 공권력에 보호받으려는 모습이다. 아이러니하다. 학내 소요 사태를 공권력 힘에 의지했어야만 했을까? 그것이 적법한 조치였을까?

여기에 덧붙여, 외국 이민노동자 선교의 대부라는 한 목사의 성추행 사건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 보도 내용의 심각성에 비해, 총회에서는 별다른 구체적 언급 없이 넘어가는 모습이었지만 결국은 감싸기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말았다.

이런 차에 물러나는 총회장이 남긴 말은 기장 교단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교회 안에서 '우리는 남다르다'는 묘한 자긍심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우리도 별수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 안에 교만이 없지는 않았을까?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먼저 추스를 겸손함이 과제로 던져졌다. 자정 능력을 키우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이번에 드러난 기장의 두 얼굴은 사회선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인지 총회에 참석한 총대들은 교단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말을 아꼈다. 좋지 않은 사건들이 여론에 부각되면서 교단의 위신 실추와 교인 수 감소를 우려하는 게 아닐까 했다. 기장도 현실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 생태 환경 보호를 위해 이번 총회는 특별히 '에코 총회'를 지향한다고 했지만, 일회용 물통이나 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이번 101회 총회는 특별히 '에코 총회'라 했다. 회의장 밖에는 이를 홍보하는 부스도 있었고, 사전에도 여러 차례 홍보가 있었다. 일회용품 사용 자제는 생태 환경 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이다.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총회 취지와 달리 회의장 밖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나 식당에서는 주변에 비치된 일회용 종이컵 등을 사용했다. 그뿐 아니라 회의장 탁자에 일회용 물병이 놓여 있기도 했다.

총회 한 직원은 이러한 주변 모습들이 에코 총회에 비협조적인 게 아닌가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좋은 취지를 앞으로도 계속 살려 나가려면 총대들의 자발적 참여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처하는,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총대는 각 노회를 대표해 참석한 목회자나 장로를 가리킨다. 회의장을 메운 총대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상정된 안건에 관심을 두고, 이를 지켜보면서 제안과 질의를 하며 회의에 참석했다.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 회의록, 주제 강연 자료집, 그 외 여러 서류를 이해하며 회무 처리를 하는 게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오전과 오후 회의 참여율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많이 피곤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총대의 회의 참석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 장소가 넓어 구석이나 뒤에 있는 총대들은 발언하기가 힘들었다. 일회용 물통도 곳곳에 보인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총회 진행에 있어 발언 시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기장 총회는 총대들 발언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해 왔다. 총대들은 제한 시간 안에 발언하려 노력했다. 시간제한은 발언자로 하여금 발언 내용과 발언 취지를 더 정확하게 정리할 수 있게 했다. 장황한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됐고, 회의 진행 시간을 아끼는 데도 매우 효율적이었다.

다소 아쉬운 것은, 장소가 넓어 의장이 뒤에서 손 들고 발언하려는 총대를 발견하지 못해 주변 총대들이 발언권을 달라고 고함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의장은 발언 기회를 공정하게 주려고 나름대로 애를 썼다. 한 사람당 발언 횟수 제한은 없었지만 같은 안건에 너무 많이 발언을 하는 총대를 제재하기도 했다.

제안하거나, 회의 진행 혹은 안건과 관련해서 발언할 때 특별히 상대를 비하하거나 모독적인 발언을 일삼는 경우는 없었다. 듣는 이들 역시 다른 발언자 의견에 경청했다. 사투 속에서 총회의 많은 안건이 처리되었다. 이제 처리된 총회 안건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도록 총회 산하 각 노회와 교회는 함께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마무리하면서, '총회는 무엇을 위한 기구일까?' 질문을 던져 본다. 총회는 노회를, 노회는 각 노회원인 목사를, 목사는 맡겨진 노회의 지교회를 섬겨야 하는데 바뀐 듯한 인상을 받는다. 교회 위에 목사, 목사 위에 노회, 노회 위에 총회… 교단 총회가 가장 최상의 기관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가장 상부의 기관이라 해서 군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목사나 장로, 일반인들도 총회에서 일하는 경우 목이 곧아지려 한다. 섬기라고 주어진 역할임에도 갑질하려는 위치를 확고히 해 나가려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왜 자꾸 군림하려고 할까. 총회의 근본적이고도 본질적인 구조적 모습이 바로 세워진다면 노회, 지교회, 목사는 그 역할에서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고, 섬김의 바른 모습으로 맡겨진 일들을 해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은수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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