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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죄'라 정죄하기 전에

"유가족을 품어 주세요"…라이프호프 '자살 이후, 한국교회 목회 매뉴얼' 포럼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6.10.06  16: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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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36년 전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난 직후였다. 오래전 일이지만 남자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싸늘한 주검을 마주한 그는 2년 가까이 악몽에 시달렸다. 그때 그 장면은 시시때때로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견디기 어려웠지만, 가족들에게조차 말할 수 없었다.

아버지를 잃은 남자는 커서 '목사'가 됐다. 이제는 자살 예방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노용찬 목사(빛고을나눔교회) 이야기다.

특별한 경험은 사람을 변화시켰다. 노 목사는 죽음(자살)과 관련된 일에 주목한다.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와 같다. 특히 떠난 이보다 남은 유가족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고민한다. 유가족을 국가적·사회적·목회적 돌봄 대상으로 인식한다.

   
▲ 기독교 자살 예방 센터 라이프호프는 5년 전부터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사역들을 해 오고 있다. 크리스천 유가족을 위한 추모 예배, 정기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10월 6일, '자살 이후, 한국교회 매뉴얼'이란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10월 6일 '서울시 마음이음프로젝트 성직자 인식 개선 포럼'이 열린 보라매열린교회(육성수 목사)에서, 노 목사는 '자살 유가족을 위한 목회적 배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기독교는 '자살'을 금기시한다. 성경에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가장 큰 죄로 여긴다. 교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 교회는 당사자뿐 아니라 남은 유가족을 외면할 때가 많다. 노 목사 이야기를 들어 보자.

"가슴 아픈 경험들도 있다. 한 교인 친척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문을 갔는데, 장례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분명 교회에 다닌다고 들었는데 조문 예배도 없었다. 찾아오는 교인도 없었다. 자살했다는 이유로 교회가 장례를 해 주지 않았다. 큰 충격을 받았다."

노 목사는 "과연 목회란 무엇인가?", "무엇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질문을 던진 뒤 "목회적 돌봄이 중요하다"고 자답했다. 노 목사에 따르면, 세상 사람 모두 목회적 돌봄 대상이다. 특히 자살자 유가족에 대한 목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살아남은 유가족들이 겪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유가족 중에는 치유하기 힘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일이 알려질까 봐 사람들을 피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극심한 외로움과 소외감에 시달린다.

더 큰 문제는 자신에게도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우울감이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도 많다.

이들을 위해 목회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노 목사는, 목회자가 삶의 고난과 질병, 죽음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자살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자살은 많은 죽음 유형들 중 하나일 뿐이며, 또한 많은 죄의 유형들 중 하나일 뿐이다. 십자가를 통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과 구원의 은총으로부터 비켜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노 목사는 목회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 지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변화는 목회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양적 성장을 목표로 하던 목회에서 유턴하여 영혼의 돌봄을 위한 생명을 보듬는 목회로 변화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죄와 죽음의 세력에 고난당하고 있는 인간을 구원하시고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해 친히 우리 삶 속으로 찾아오셨듯이, 교회와 목회자 역시 급변하는 물질 만능과 인간소외 환경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교인들을 직접 찾아가는 더욱 적극적인 생명 돌봄의 목회가 요구되고 있다.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이 삶의 희망을 북돋아 자살을 예방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노용찬 목사는 한국교회가 고난과 죽음의 문제를 깊이 다루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믿음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살은 교회 안에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자살자 위한 장례 예배 매뉴얼

교인 중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목회자는 고민에 빠진다. '장례를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한다면 무슨 설교를 해야 할까', '자료는 어디서 구하나' 등 평소 하지 않았던 생각들이 밀물처럼 몰려든다.

라이프호프 대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낯선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자살 이후, 한국교회 목회 매뉴얼'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조 교수는 △신자의 자살로 그 사실이 알려진 경우 △신자의 자살로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 △불신자 자살의 경우 △자살자 장례 관련 성경 구절 등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자살에 대한 설교 지침도 제시했다. △자살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자살 방법이나 장소, 자살 경위는 상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유명인의 자살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지 않는다 △자살을 고통 해결의 방법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흥미 중심이나 흥미로운 예화로 사용하지 않는다.

자살 예방을 위해 반드시 언급해야 할 말도 있다.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자살의 사회적 심각성을 강조한다 △어려움이 있을 때 상담할 수 있는 기관을 소개한다 △자살의 현실을 설명한다 △자살 경고 신호나 위험 요소들을 소개한다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울증을 영적 문제가 아닌 정신 건강의 문제로 소개하고 치료를 권한다.

"힘들면 두드리세요"

   
▲ 조성돈 교수는 한국교회가 자살자 유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크다면서 보듬어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2012년 3월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시행했다. 현재 중앙자살예방센터를 정점으로, 각 시도에 광역자살예방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각 시군구에는 지역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증진센터 등이 마련돼 있다. 현재 200여 곳이 넘는다.

정부 기관 외에도 민간 부문에는 '생명의전화'가 있다. 생명의전화는 전국적인 조직망을 가지고 실제적으로 사역하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사이버 상담실 '생명의친구들'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상담가들의 도움의 손길이 생사 기로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조성돈 교수는 "자살 위험에 있는 사람들은 전문가 도움이 절실하다. 전문 기관이나 단체들을 연결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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