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통합 101회 총회 기간에 여성 부스가 설치됐다. 전국여교역자연합회는 '여성 총대 할당제'를 위한 서명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단 정체성과 관련한 결의가 이루어지는데 그중 여성 목소리가 1.6%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여성의 목소리는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성희 총회장)은 101회 총회에서, 각 노회별로 여성 총대 1명을 의무적으로 파송해 달라는 여성위원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체 총대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6%, 요청을 받아 줘도 4.4%밖에 안 된다. 남성 총대들은 "의무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며 반발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25대 여학우회 '휴먼'은 1996년부터 여성 안수를 시행해 온 예장통합 총회가 다른 교단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단 안에서 여성을 대하는 남성들의 태도는 20년 전과 다를 바 없고, 정책 수준 또한 비슷하다는 것이다.

휴먼은 여성 총대 할당제는 단순히 여성의 권익을 높이고자 하는 집단 이기주의의 일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성의 목소리가 제외된 총회는 반쪽짜리 총회라면서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한국교회 개혁의 시작! 여성 총대 할당제부터!

지난 2016년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안산제일교회에서 101회 교단 총회가 열렸습니다. 교단 총회는 장로교회의 최고 치리 기관이며 의결기관으로서 전국에서 총대인 목사와 장로 1,500명이 모이는 교단의 대대적인 행사입니다.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 가운데서 우리는 현 우리 교단의 민낯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예장통합은 장자 교단으로 올해 101회 총회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장자 교단으로서 타교단의 모범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101회 총회에서 여성 총대의 비율은 1.6%로 전체 1,500명 중 24명입니다. 예장통합은 1996년 첫 여성 안수를 시작하였지만, 현재는 다른 교단들보다 훨씬 뒤처진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2010년 총회에서 여성 총대 할당제가 통과되어 현재는 10명 이상 총대를 내보내는 노회들은 여장로 1인, 여목사 1인을 총대로 보내고 있습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16년 1월 입법총회를 통해 여성 총대 15% 할당제를 만들었습니다.

101회 총회시 여성위원회에서는 각 노회당 목사든 장로든 단 1명만이라도 여성을 총회에 파송해 달라 청원하였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4.4%로 개선된 사항이어도 다른 교단들보다도 훨씬 뒤처져 있습니다.

총대는 예장통합 교단 전체의 대표인 대의원입니다. 총회 총대는 교단 총회의 정책을 수립하는 입법 기능과 재판국의 보고를 받는 사법 기능을 수행합니다. 나아가 신학과 신앙, 곧 교단의 정체성에 관한 결의도 이루어집니다. 교단의 정체성과 관련한 결의가 이루어지는데 그중 여성의 목소리가 1.6%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여성의 목소리는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번 101회 총회에서 여성 총대 할당제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정서와 문화에 맞게 생각해 보자는 의견이 가결되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1998년부터 중앙 행정기관에 속한 400여개 위원회의 여성 위원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우리 교단의 모습은 20년 전과 다를 바 없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서와 문화가 여성 총대 1.6%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의 경우 여학생의 비율이 30%입니다. 해마다 대략 100여 명의 여학우들이 사역 현장으로 나가게 됩니다. 여성 목사 안수는 통과되었지만 20년 전에 비해 그에 따른 정책은 얼마나 개선되었습니까? 매년 교단 산하 신학교에서 30%에 해당하는 여자 신학생들이 배출되는데, 그 책임은 본인들이 져야만 한다는 말입니까.

여성 총대 할당제는 여성의 권익을 높이고자 하는 집단 이기주의의 일환이 아닙니다. 지난 100회기 통계위원회 보고에 의하면, 교회에서 여성도 비율이 전체 교인 수의 57%에 불과해 여성들의 교회 이탈이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교회에서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함의 반증입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제외된 총회는 반쪽짜리 총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함께함으로 만들어 가는 총회는 더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 나감에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을 시작으로 종교개혁이 시작되었습니다. 루터는 이신칭의와 만인사제주의를 주장하며 모든 그리스도 교인들에게 영적 자유와 평등을 외쳤습니다. 이는 동시대 여성들에게 종교적 자유와 평등의 개념을 고취시켰고, 결과적으로 개혁 운동 초기 여성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며 자랑스러운 개혁교회의 후예인 예장통합이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통합'을 이루길 원합니다.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25대 여학우회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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