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멘토링사역원과 공동체지도력훈련원은 10월 31일(월) 전남 광주벧엘교회(리종빈 목사)에서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을 엽니다. 워크숍에서 총 9개 교회 사례를 발표합니다. 교회 본질을 추구하면서 마을을 아름답게 섬기는 9개 교회 이야기를 연재 글을 통해 미리 소개합니다. 워크숍 참여하시는 데 도움 받으시길 바랍니다.

새벽 예배가 끝났다. 교인들은 집에 가지 않고 교회 옆 작은 공터에 모였다. 트럭에 시동을 건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뭔가를 부지런히 트럭에 싣는다. 박스, 신문, 이면지 등 폐지 무더기다.

12년 동안 폐지를 모아 팔았다. 해남읍에서 제법 유명한 교회가 됐다. 폐지 모으는 교회로 유명해진 건 아니고, 그렇게 돈 모아서 다른 데 안 쓰고 지역 위해 일하는 부지런한 교회로 유명해졌다. 사연은 이렇다.

끼니 거르는 동네 어르신들

해남새롬교회는 작은 교회다. 폐지를 줍기 시작한 2004년, 교인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 교회가 왜 폐지를 모으려고 했을까? 미자립 교회니까 재정에 보탤려고? 아니면 교회 건축하려고?

대답은 의외였다. 동네 어르신들 밥해 드리기 위해서였다. 교회 옆에 작은 공원이 있다. 어르신들이 장기도 두고 친구도 만나고 소일거리 하는 장소다. 폐지 모아 번 돈은 모두 어르신들을 위해 썼다.

어르신들은 갈 곳 없는 분들이었다. 끼니 거르는 일은 다반사다. 무료 급식을 하는 단체가 있어 주중에 어르신들 밥을 해 드렸다. 그런데 주말에는 운영을 안 한다. 어르신들은 별 수 없이 굶어야 했다.

교회 바로 옆에서 하릴없이 끼니를 거르는 어르신들이 눈에 밟혔다. 교회가 나서서 돕고 싶지만, 작은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돈도 없고 일손도 없으니 눈감은 채 지내고 있었다.

일손이 정말 없나. 찾아보니 꼭 그런 건 아니었다. 몇 안 되는 교인들이지만 교회에는 음식 솜씨가 일품인 집사님이 한 분 계셨다. 무슨 요리를 하든 교회는 행복했다. 우리만 먹으면 미안할 정도로 솜씨가 아까웠다. 어르신들에게 한 끼라도 대접하면 어떨까?

한 달에 두 번만이라도 교회가 어르신들 밥을 해 드리자. 망설이는 분들도 있었다. 한 번만 하면 어떻겠나. 한 달에 두 번 밥 짓는 것도 힘든 형편인 건 사실이었다. 그래 우선 한 번만 하자. 어르신들이 고마워했다.

한두 명 밥상도 아니고 급식을 하려니 돈이 든다. 작은 교회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액수다. 어디 손 벌리기는 그렇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이웃 한 분이 폐지를 모아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교회도 안 다니는 분이었는데 고마웠다.

일주일 꾸준히 하니까 5만 원을 벌었다. 한 달 하니 20만 원. 한 달에 두 번도 하겠다. 그렇게 폐지 모으기 운동을 벌였다. 동네에 소문이 퍼졌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사무실 폐지 모아서 드릴게요."

▲ 작은 교회가 나서서 어르신들 밥을 지어 드리겠다고 나서니, 이웃들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사진 제공 해남새롬교회)

폐지 모아 좋은 일 한다고 하니 곳곳에서 연락을 먼저 걸어왔다. 학기가 끝나면 문제집을 몽땅 바꿔야 하는 학원, 안 쓰는 이면지가 쌓여 가던 각종 읍내 단체 및 관공서, 여러 사무실에서 폐지를 모아 주었다. 조용한 읍내에 폐지 주우러 다니는 분들이 별로 없기도 하거니와 지역에서 좋은 일 한다는데 같이 힘 모으자 해서 모두들 선뜻 뜻을 모아 주었다.

12년 폐지 모아서 얼마를 벌었을까. 1억 8,000만 원을 벌었다. 12년 동안 이웃들이 매일 폐지를 모아서 후원해 준 귀중한 사역비다. 모은 돈은 모두 무료 급식과 이웃 섬기는 데 썼다. 그나저나 1억 8,000만 원어치 폐지를 모으면 규모가 어느 정도 될까. 웬만한 아파트 한 동은 너뜬히 집어삼킨다고 한다.

집에 가 봤자 아무도 없어요

시골 아이들은 아직도 교회랑 벗 삼아 지내는 걸 좋아한다. 교회에 번듯한 주일학교는 없지만, 아이들은 교회에 꾸준히 놀러 왔다. 일단 교회에 가면 사모님이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씩 주시니까 그게 좋아서이기도 했다.

이왕 아이들이 모이니 뭐라도 좀 도움을 주자 생각해서 숙제하는 걸 도와주기 시작했다. 학원 다닐 형편 안 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어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숙제도 하고 일석이조였다. 아이들 발길이 이어졌다.

그중에 한 아이가 눈에 밟혔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친구들은 다 집에 가는데 혼자 집에 안 가고 교회에 남았다. 목사님 식구들이 저녁 먹는데 끼어서 같이 먹는 때가 많았다. "집에 가 봤자. 아무도 없어요."

12년 동안 동네 애들 먹이고 공부시키고 하면서 이젠 제법 유명한 지역 어린이 공부터가 되었다. 학교 끝나면 20명 남짓 되는 어린이들이 책가방을 휙 던지면서 예배당 옆 작은 공부방으로 뛰어 들어온다.

교회가 만나는 마을 아이들, 어르신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기발한 이벤트도 종종 연다. 독거 어르신 생신 잔치가 바로 그것인데, 공부방 아이들을 몰고 독거 어르신 집에 찾아간다. 생신 축하 잔치를 벌이기 위해서다. 자식들도 안 오는 생일. 손녀뻘 되는 마을 애들이 찾아와서 축하 노래를 불러 준다. 할머니 얼굴에 미소가 함박꽃이다.

▲ 아이들을 몰고 어르신들 집에 가서 생신 축하 잔치를 열어 드렸다. (사진 제공 해남새롬교회)

해남새롬교회 교인은 3만 명

해남 지역 신문 기자가 한날 취재를 왔다. 첫 질문이 교인 수였다. 이호군 목사는 대뜸 '3만 명'이라고 대답했다. 실제로는 50명 남짓 모인다. 해남읍에 사는 사람이 2만 7천 명인데, 웃기는 소리 한다는 반응이었다. 해남읍민 전체가 해남새롬교회 교인이라 생각한다고 다시 답했다.

해남새롬교회는 해남읍을 섬기는 데 행복한 상상을 계속 펼쳐 가고 있다. 이제 재정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서 폐지를 안 모아도 어르신들 밥을 해 드릴 수 있게 됐다. 지역 봉사단도 꾸렸다. 그늘진 곳 소외된 이웃들을 섬기는 데 발 벗고 나선다. 소규모 별동대처럼 작은 교회의 기동성을 십분 활용한다.

처음에 이웃 돕기 바자회로 시작한 재활용품 모음터는 2만 여 점을 취급하는 번듯한 초록가게가 되었다. 읍내 외국인 노동자 가정 주부들한테 인기 만점이다. 최근에는 해남 재능 기부 센터를 만들어서 해남읍민 누구나 자기가 가진 재능 및 재산을 이웃들과 나눌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해남 유스호스텔은 청소년 모임 장소로, 해남 명창은 할머니들을 위한 재능 기부 공연으로. 다양한 재능들이 교회로 모여서 이웃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작은 교회라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마을 사역을 힘 있고 줄기차게 실천하고 있는 땅끝마을 작은 교회 해남새롬교회. 흔히 해남을 땅끝마을이라고 하는데, 해남새롬교회 교인들은 해남이 땅이 시작되는 마을이라고 스스로 부른다. 해남이 땅끝마을이 아니고 땅이 시작되는 마을이듯 해남새롬교회도 흔히들 얘기하는 그런 작은 교회가 아니다.

▲ 해남새롬교회는 '교인이 3만 명'인 작은 교회다. 해남읍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은 교회. (목회멘토링사역원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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