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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목사의 동네 교회 개척기

울타리 낮춰 '미션얼 처치' 지향하는 교회 엿보다

최유리   기사승인 2016.09.28  17: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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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교회 부목사다. 설교와 심방을 한다. 성경 공부도 한다. 새벽 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가끔은 체육대회에서 나눠 줄 수건도 만든다. 수건에 새길 폰트도 찾아야 한다. 한국교회 부교역자라면 으레 하는 일이다.

교인들 대소사를 함께하고, 같이 울고 웃고 싶지만 일에 치여 여력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정든 교인들을 떠나 또 다른 사역지를 알아봐야 한다. 교회를 개척할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쉽지 않다. 사람을 모으는 것과 건물 임대료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9월 26일 저녁, 효창교회. 부목사 자리를 거쳐 교회를 개척한 목사 셋이 모였다. 국형준 목사(예수가족교회), 손연국 목사(그십자가교회), 박종현 목사(함께심는교회). 세 교회 모두 개척한 지 1년 반이 안 됐다. 이들은 모두 미셔널 처치를 지향한다.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눴다. 개척을 시작한 이유, 개척을 시작한 장소, 교회가 동네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개척 멤버는 어떤지 등의 이야기였다. 현장에서 나온 대화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미션얼 처치를 시작한 세 목사가 자신들의 개척기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개척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개척 멤버는 누구였나.

국형준(이하 국) / 15년간 교회 두 곳에서 사역했다. 사역을 하다 보니, 목회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많지 않다는 걸 알았다. 처음 목사가 될 때 한 영혼을 찾아 나서겠다는 다짐을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졌다. 기존 교회에서 내가 원하는 사역을 하려면 너무 많은 걸 포기해야 했다. 한편으로 '참으면 가능하기는 한 건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당시 후원자가 있던 것도 아니고, 가정이 있기에 혼자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교회에서 반년 동안 안식월을 받았다. 제자들과 책 모임을 했다. 교회에 안 다니는 제자 셋이 도움을 요청했다. 8개월간 대학로에서 분당을 찾아가서 소그룹을 했다. 자연스레 성경 말씀을 나누게 됐고, 이들이 공동체를 만들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생각은 해 보겠다고 했지만 정말 하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함께 공부하던 제자 세 명이 자신들처럼 방황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요청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이들을 위한 교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부르심이라고 생각해 가족들에게 이야기했고 큰 반대 없이 시작하게 되었다. 멤버 셋으로 시작했다.

손연국(이하 손) / 기존 교회에서 20여 년 사역하고 있었다. 늘 교회가 무엇인가 물음이 있었다. 사역을 한다고 알아지는 게 아니었다. 고민 도중 사역을 그만두었다. 내가 알고 성경이 현 교회와는 무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위해 달려왔나 싶었다. 좌절감이 깊었다.

그러던 중 신장결석까지 걸렸다. 40일간 기도하고 고민하며 <슬로 처치>(새물결플러스)를 읽기 시작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고 가정이 교회다'라는 결론을 냈다. 부교역자로 불러 주는 곳에 가지 않기로 가족들과 결정했다. 그렇게 개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족들만 모였고 현재는 35명 정도 온다.

박종현(이하 박) / 그간 대형 교회 3곳을 거쳤다. 각자 특성 있던 교회였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늘 남았다. 마지막 교회는 강남에 있었는데 예배하기는 좋지만 교인 삶을 건드리는 게 없었다. 삶의 고민도 없었다. 아파트 안에서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듣기 좋은 설교였다. 자연스럽게 개척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교회 대신 창업을 했다. 고정 수익이 나면 괜찮을 거라 오판했다. 그러다 대학원을 다니며 상담 센터를 시작했다.

목사가 갖고 있는 색과 기질을 최대한 빼기 위해 쉼을 가졌다. 성경도 읽지 않았다. 개척 후에도 오후 2시에 하는 예배만 집도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구성원은 식구 네 명뿐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정착은 하지 않아도 교회를 찾는 분들이 꽤 늘었다. 지금은 동네 사람들까지 10명쯤 예배한다. 많이 올 때는 20명도 온다.

   
▲ 박종현·손연국·국형준 목사(오른쪽부터)는 기존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해 왔다. 개척의 필요성을 느껴 교회를 세웠다. 현재는 각자 다른 형태로 동네 사람들과 교인을 만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장소는 어디에 구했고 재정은 어떻게 했나.

국 / 개척을 결정한 뒤, 원래 사역하던 교회 목사님께 후원 요청을 했다. 목사님이 2년간 사례비를 지원해 주시겠다고 했다. 대신 모임에 사용하는 비용은 멤버들이 직접 충당하는 것으로 했다. 그 때문에 초기에 무리하게 장소를 얻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접는 경우도 많이 봤다. 집을 얻어 놓은 상태라 집에서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쉽지 않았다.

결국 남는 장소를 빌리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원칙은 주 10만 원을 넘지 말자는 거였다. 이 원칙은 지금도 지키고 있다. 공간을 찾는 데 서로 품을 많이 들였다. 대안 학교, 연습실 등을 빌려서 사용해 왔다.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매주 예배에 필요한 짐을 싸고 풀고 정리하는 게 고된 일인데 서로 이해했기에 가능했다.

손 / 가정 예배로 시작했다. 집이 교회가 된 셈이다. 사역을 20여 년 했지만 가정 예배는 손에 꼽힐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많이 해 보지 않았던 거라 분위기가 어색했다. 일을 하지 않으니 생계도 걱정됐다. 그러다 한 부부가 집에 왔는데 자기들 십일조를 두고 갔다. 그 돈으로 상가 건물에 교회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박 / 우리 역시 상가 건물이었다. 3층이었는데 세가 비싼 편이었다. 모자라는 금액은 부인이 일하면서 메웠다. 돈이 없어 간판을 4개월 뒤에 달았다. 잘 안 됐다. 센터 이름이 생명나무였는데, 종교가 없는 사람은 종교색이 있다며 센터를 꺼리고,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신천지냐고 물었다. 교회를 하는 지금도 자립은 안 된 상태다.

- 주로 교회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

국 / 한 사람과 만나는 소그룹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그룹에는 목사, 목사를 소개해 주는 사람, 소개받는 사람, 세 명이 한 팀이다. 인원이 적으니 어디서든 모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민을 듣고 책이나 성경을 읽는다. 사람들은 자기 쓴 뿌리, 수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매일 저녁 이런 소그룹을 한다.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교회로 오는 건 아니다. 주일에는 거의 오지 않는다. 그래도 공동체나 사람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손 / 교회에서 라임작은도서관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부흥할 목적으로 도서관을 시작했다. 거기서 시민 강좌도 하고 커피 교실도 했다. 세월호 리본을 동네에 나눠 주는 활동을 했다. 도서관이 접점이 되어 동네 사람들을 만난다. 개척 교회 특성상 교회가 필요한 분들이 많이 온다. 우리 교회는 우울증 있는 분만 4명이다. 가끔은 하나님께 저도 힘든데 좋은 분들 좀 보내 달라고 한다. 서로 이야기 나누고 함께하는 교회가 되고 있다.

박 / 소박하고 진실되게 더불어 살아 내는 하나님나라가 교회 모토다. 동네 흔한 목사가 되려고 한다. 친구로 만나 서로의 대소사를 묻고 이야기한다. 동네 사람들과 재밌게 만난다. 도서관에서 한 달에 한 번 콘서트도 하고,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여도 한다.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해 이야기도 듣는다. 넓은 의미에서 동네 사람들을 교인이라고 생각한다.

   
▲ 박종현 목사(함께심는교회)는 흔한 동네 목사다. 동네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대소사에 귀 기울이고 교회에 오면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대접한다. 다시 오라는 말을 꺼내진 않는다. 교회에서 온전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새로운 사람이 오면 어떻게 환대하나.

국 / 예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우리는 세대 통합 예배를 드려서 원하면 누구든 함께 예배한다. 끝나고 티타임이나 저녁 식사에도 참여하시고 싶다면 한다. 만약 멤버십으로 들어오고 싶을 때는 따로 만나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오셨는지, 교회상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고 교인들에게 소개한다.

손 / 우리는 주로 기존 교회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분들이 온다. 별다른 방법이 있진 않다. 오시면 잘 이야기 듣고 공감해 준다. (멤버십으로 들어오실 때는) 작은 교회 특성상 의사 결정이 빠른 점을 살려 멤버들과 이야기한 후 결정한다. 교인 중 한 분은 왜 이런 문제를 논의하냐고 묻는 분도 있었다. 논의 없이 공동체가 필요한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박 / 환대는 우리 교회의 키워드다. 기꺼이 맞이한다. 기존 교인이 자신을 나그네라고 인지하면 새로 오는 사람을 더욱 쉽게 환대할 수 있는 것 같다. 정성껏 차린 밥을 나눠 먹고 편히 있다가 가실 수 있도록, 교회에 있을 때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그러면 가끔 그 인연이 이어질 때도 있다. 그러다 또 떠나기도 하고. 방문하신 분에게 다시 오시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 교회 개척 후 새롭게 보이는 게 있는가.

국 / 가끔 다른 교회에서 사역하는 청년도 찾아온다. 청년부 200명쯤 되는 곳에서 임원을 하는데 전도사님이 늘 바빠서 차마 자기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겠다는 거다. 나한테 와서 도와 달라고 했다. 교적이 있는 사람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고민을 많이 했다. 동시에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복음에 대한 갈증이 있으니, 이야기를 들어 주기로 결론 냈다.

박 / 사람들은 생각보다 영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답을 들을 수 있는 상대를 원한다. '우리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이런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묻고 싶어 한다. 동네에서 내가 목사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 많이 질문한다. 뜻밖이었다. 사람들이 영적인 문제에 관심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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