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특조위가 전원위원회를 열어 참사 관련 자료 보관에 대해 논의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이석태 위원장)가 9월 28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자료 일체를 서울특별시에 이관하기로 했다.

특조위는 자료를 공공기록물관리법 제2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기록원'이 아니라,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및안전사회건설등을위한특별법' 제4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추모 관련 시설로 이관하기로 했다.

특조위가 자료를 서울시에 임시 이관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서울시가 전국에서 가장 큰 세월호 관련 기억공간과 기록물 전시 및 보관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행정기관이기 때문이다. 향후 특별법에 따른 추모 시설이 건립되면 그곳에 최종 이관하기로 했다.

특조위는 서울시에 자료 원본과 사본을 이관하고, 국가기록원과 안산시에 사본을 이관하기로 했다. 안산시에 자료를 보관하는 이유는 세월호 참사 관련 자료의 안전한 영구 보존을 위해서다. 안산시에 이관하는 자료는 밀봉 상태로 옮길 예정이며, 이것 또한 추모 시설이 건립되면 그곳에 다시 이관하기로 했다.

참사 관련 자료를 이같이 이중 보관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국가기록원에만 자료를 놓았다가 나중에 추모 시설로 이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특조위 활동 기간이 끝난 후 자료 처리를 맡은 공무원들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이런 조치는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불신에 기초한다. 상황이 지난 다음 '안 됐네' 하는 건 무책임하다. 정부에 의한 불법 강제해산을 앞두고 있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서울시·안산시와 이미 협의를 마쳤다고 했다. 결의 후 조속히 예비 이관을 실시하기로 했으며, 세부 일정은 위원장에게 일임했다.

▲ 회의를 주재하는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 ⓒ뉴스앤조이 구권효

벼랑 끝에 몰린 특조위

특조위는 9월 30일 부로 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특조위 활동 기간 기산점을 특별법이 시행된 2015년 1월 1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별법에 따라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최대 1년 6개월 + 3개월(보고서 및 백서 작성 기간)이다. 정부와 여당 주장대로라면 9월 말로 특조위는 해체해야 한다.

그러나 특조위에 인원과 예산 배정이 완료된 건 2015년 8월 4일이었고, 이에 따라 2017년 2월 3일까지 조사 활동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특조위와 세월호 가족, 야당 의원들, 참사 진실 규명을 원하는 국민의 뜻이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 기대했던 특조위 활동 기간 보장과 특별법 개정은 이미 물 건너간 모양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도 정부와 새누리당 주장이 틀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9월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4년 10월 법제처가 '6·25전쟁납북피해진상규명및납북피해자명예회복위원회' 존속 기간에 대해 답변한 내용을 제시했다.

당시 법제처는 "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을 개시한 날은 2010년 12월 13일인 바, 바로 그날이 위원회 존속 기간의 기산일이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위원회 구성의 근거가 된 '6·25전쟁납북피해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명예회복에관한법률'은 2010년 3월 26일 공포 후 그해 9월 26일 시행됐다.

이런 경우는 또 있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 시행일은 2000년 4월 13일이었다. 그러나 위원 임명이 2000년 8월 28일에 마무리돼, 존속 기간 시작일은 8월 28일이었다.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 시행일은 2004년 9월 23일이었지만, 존속 기간 시작일은 2년 뒤인 2006년 7월 13일이었다.

특조위 활동 기간을 2015년 1월 1일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하는 해양수산부는 법제처에 특조위 활동 기간에 대한 유권해석도 의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률적으로 보나 국민 여론으로 보나 특조위 활동 기간이 끝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정부는 9월 말 특조위 해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조위는 이런 상황 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세월호 참사 관련 자료들을 조속히 예비 이관하려는 것이다.

박종운 안전사회소위원장은 "한마디로 직장이 폐쇄되어 버린 것이다. 불법이지만 직장이 폐쇄됐으니 이제 특조위 이름으로 일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