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두고 '시체팔이'라고 막말하는 '청년'이 나타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백남기 농민의 사망과 검찰의 부검 영장 청구로 슬픔과 분노가 뒤엉킨 가운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칼럼이 하나 발견됐다. <뉴데일리>에 실린 이 칼럼은, 백남기 농민이 사망에 이른 것에 경찰이나 정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태일, 효순이 미선이, 세월호, 백남기까지 전문 선동꾼들이 '사망 유희'를 하고 있다고 비하한다.

제목은 '지긋지긋한 시체팔이'(지금은 '시체팔이'가 '사망 유희'로 바뀌었다). 제시하는 팩트나 논리 전개도 황당하지만, 시민들은 이 글을 쓴 사람이 20대 초반 대학생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글을 쓴 정은이 씨는 자신을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했다.

칼럼이 게재되고 하루 뒤인 9월 27일, 성신여대 정외과 학생회는 사과문을 올렸다. 학생회는 "논란이 되고 있는 글은 성신여대 정외과 공식 의견이 아니며 학생 개인의 의견임을 알린다. 저희는 고 백남기 농민분의 죽음과 세월호 사건을 진심으로 애도하며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학생회는 또 "민주주의국가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고인을 욕보이는 언행을 하거나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날조하여 퍼트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애국 크리스천 리더' 만드는 30클럽

칼럼을 자세히 살펴보니, 정은이 씨의 자기소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그는 스스로 '거룩한대한민국네트워크'(거대넷) 회원이라고 소개했다. 기독교 냄새가 물씬 난다. 확인해 보니 거대넷은 이호 목사가 대표로 있는 기독교 청년 단체였다.

이호 목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지도자로 추앙하고, 이 전 대통령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전형적인 뉴라이트 사관을 가진 인물이다. 이런 내용으로 강연도 많이 했고 책도 냈다. 그는 '대한민국건국회청년단' 대표이기도 하다. 

▲ 거대넷 홈페이지에서 정은이 씨를 비롯한 다른 대학생들의 글을 더 찾을 수 있었다. (거대넷 홈페이지 갈무리)

거대넷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캠퍼스 모임, 국토 대장정, 탈북민 사역, 아카데미 등을 진행한다. 이 중 아카데미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우리 시대는 기독교적 애국심으로 무장되어 통일 한국을 이끌어 갈 청년 인재들을 절실히 요청합니다. 통일 한국 리더십 아카데미(30클럽)는 애국 크리스천 리더(Leader)/라이터(Writer)/스피커(Speaker) 양성을 위한 교육 사역입니다.

30클럽에서는 10명 내외의 청년 리더들이 매주 1회 모여서 1년 동안 30권의 책을 읽고 30편의 소감문을 작성하여 발표하고 토론합니다. 30권의 책은 기독교/리더십/한국 현대사/자기 계발/내면세계 분야에서 선정됩니다.

2년간의 과정을 마친 참여자들은 우리 시대의 기독교적 애국을 주제로 소책자를 집필하게 됩니다. 30클럽은 교육과정을 수료한 회원들의 학교, 언론, 교회,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강연, 저술 활동을 지원합니다. 현재 30클럽 회원들은 경인여자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마이뉴스>(www.mynewsnet.kr)를 비롯한 인터넷 신문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30클럽 회원이 되기 위한 가입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통통코리아 국토 대장정을 완주한 기독 청년
2) 현재 각종 단체·모임의 리더로 섬기고 있는 기독 청년
3) 종북 척결, 자유 통일, 민족 복음화, 세계 선교의 리더로 쓰임받기를 꿈꾸는 기독 청년

홈페이지에는 아카데미 학생들이 쓴 글을 모아 놓은 탭이 있다. 글이 30여 개 있는데, 모두 정은이 씨의 글과 결을 같이하는 내용이다. 정은이 씨의 글도 있는 것을 볼 때 그도 '30클럽' 회원인 것으로 보인다.

이슈마다 내용이 다르지만, 크게 보면 대한민국이 종북 좌파 계략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는 식이다. 국정교과서를 찬성하고 사드 배치를 환영한다. 글 대부분은 20대 대학생들이 썼다. 정은이 씨의 이번 칼럼과 같이 <뉴데일리>에 기고한 글이다.

<뉴스앤조이>는 이번 정은이 씨 칼럼 논란과 함께 기독교인 청년에게 편향된 역사의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지 묻기 위해 거대넷 대표 이호 목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거부의 뜻을 알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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