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반찬 교실, 공부방, 젊은 부부와의 만남을 하고 있어요. 한 4년쯤 됐어요. 주민들에게는 목사 대신 손주, 아들, 친구로 통해요. 그러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어요. 처음부터 교회 안으로 불러오기 위해서 했던 건 아니지만, 회의감이 들 때가 있죠. 어느 선까지 해야 이분들이 공동체로 들어올 수 있을까 싶어요. 결실이 한두 분이라도 나타나면 계속 갈 텐데, 그러지 않으니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죠."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당진에서 4년째 사역하고 있는 백두산 목사(영천교회). 어르신 15명, 학생 15명과 함께 교회를 하고 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 활동하는 미션얼 처치를 접한 뒤, 사역 방향을 이쪽으로 잡았다. 호기롭게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과 만나는 게 재밌었다. 그러나 외줄 위를 걷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복음을 전하며 전도해야 하는가 고민도 든다.

9월 26일 청파동에 위치한 효창교회에서 미션얼 처치를 고민하는 목회자들이 모였다. '미션얼, 벽 앞에서 다시 길을 묻다'를 주제로 백두산 목사(영천교회), 김종일 목사(동네작은교회), 양민철 목사(희망찬교회), 나유진 목사(작은나무교회), 정성규 목사(예인교회)가 패널로 나왔다. 다섯 목사들은 동네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교회를 꾸려 가고 있다. 여기에 관심 있는 목회자 7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우리 교회'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위해서!

미션얼 처치는 무엇일까. 전통적 교회와는 색감이 다르다. 지역사회, 주민들과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레 스며드는 걸 목표로 한다.

지난 8월 방한한 영국 성공회 '파이오니아' 교육 책임자 조니 베이커는 주민과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를 미션얼 처치라고 보았다. 자전거 타기, 개 산책을 하면서 사람 만나기, 뉴에이지 기도 모임 찾아가기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정해진 형태는 없다.

한국에서 직접 활동하는 목사들이 보는 미션얼 처치는 무엇일까. 백두산 목사는 '관심의 방향'이라고 정의했다. 우리 교회에만 집중된 관심을 동네 주민에게로 옮기는 것. '어떻게 사람들을 우리 교회로 오게 할 건지가 아니라 어떻게 그들에게 찾아갈까' 생각하는 게 미션얼 처치의 시작이라 했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나유진 목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지역의 필요가 무엇인지 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면 교회가 하고, 주민이 할 역량이 되면 교회가 옆에서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 목사는 프로젝트보다 일상이 더욱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삶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여러 행사를 하는 대형 교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성규 목사는 미션얼 처치를 이끌어 가는 교회 내부 시스템을 언급했다. 예인교회는 민주적 운영을 중요하게 여긴다. 떠나는 교인들 이야기를 듣다가 교회 내 원활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미션얼 처치 개념이 없던 15년 전이었지만, 일단 교회에서 소통이 되면 새로운 사역이 자연스레 등장할 거라고 생각했다. 현재 예인교회는 생활 공동체, 문화 사역, 농사, 공동육아 등을 하고 있다.

▲ 미션얼 처치를 고민하는 목회자들이 뭉쳤다. 희망찬교회를 목회하는 양민철 목사(아래)는 사회적 영성을 강조한다. 기존 교회와는 다른 길을 걸으면서 기쁨도 있지만 어려움도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미션얼. 의미는 좋지만 미래가 생각처럼 장미빛은 아니다.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힐 때가 많다. 고민은 다양하다. 동네 안에서 목사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듯한 생각이 드는 백두산 목사. 전통 교회에 길들어져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때 주저하게 되는 나유진 목사.

작은나무교회는 새벽 기도, 철야 예배 등을 하지 않는다. 동네를 돌보느라 교인들 모임도 많지 않다. 교인들이 이런 점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지만, 나 목사는 정말 괜찮을까 혼자 되묻게 된다. 기존 교회에서 하는 걸 않을 때, 또는 기존 교회에서 하지 않는 걸 할 때, 동일하게 '이거 해도 괜찮을까' 물음이 생긴다.

재정적 어려움도 한몫한다. 양민철 목사는 100여 명이 모이는 교회에서 목회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이후 사역 방향이 바뀌었다. 광화문 천막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사회적 영성을 강조했다. 교회가 사회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사회적 약자는 배제하고 교인들끼리만 즐거운 교회. 그런 교회 모습에 회의감이 들었다. 동의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떠나갔다. 헌금을 많이 하던 교인들도 떠나갔다. 자신의 월급도 줄여야 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미션얼 처치, 전도는 언제?

발제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질문을 꺼냈다. 한 목회자는 이 시대에서 복음을 전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건강하지 않은 교회가 많은데 그런 공동체로 데려오는 게 과연 그 사람에게 구원을 제시하는 것인가, 고민이 든다고 했다. 이 질문은 소그룹에서도 나왔다. 미션얼 처치는 전도하지 않고 봉사만 하다 끝나는 것 아니냐는 도발적인 의견이었다. 나유진 목사가 답했다.

"동네에 있다 보면 사람들은 제가 목사라는 걸 다 알아요. 교회에서 하는 도서관이라는 걸 알아요. 그런데 또 굳이 전도를 해야 할까 싶어요. 왜 목사가 동네에서 활동하냐고 진지하게 묻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면 '예수 그리스도' 때문이라고 답해요. 거기까지인 거 같아요. 교회에 오라고 더 보태지 않아요."

나 목사는 종교, 교회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 맞는 답을 하지만, 굳이 교회 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는다. 전도하지 않는데도 교회로 사람들이 조금씩 온다. 최근에는 교회 4주년을 축하한다며 동네 사람들이 왔다. 교회를 처음 접한 사람, 7년 만에 온 사람, 가나안 교인이 함께 왔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 이후로 그 사람들이 다시 교회를 방문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나 목사는 이번 경험을 통해 교회 문턱이 낮아지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복음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 목사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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