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사가 차고 넘치는 시대다. 임지를 찾지 못하는 목사가 늘고 있지만, 공급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장통합 신학교육부는 보고서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은 101회 총회가 열린 예장통합 총회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오늘날 한국교회는 위기다"라는 말에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개신교 신뢰도는 3대 종단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사회적 영향력도 예전만 못 하다. 꾸준히 증가하던 '교세'도 2012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십 년 안에 한국교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말이 단순한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요 교단 통계를 보면 신자는 줄어들지만, 교회와 목회자는 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엇갈리는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말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걸까. 목회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2015년 100회 총회에서 목회자 수급 문제를 연구하기로 결의했다.

총회 신학교육부는 장로회신학대학교 박상진·이만식 교수에게 연구를 의뢰했다. 두 교수는 △지난 30년간 교인·교회·목사 수 추이 변화 △향후 10년간 교인·교회·목사 수 추이 예상 △지난 30년간 신학대학원 졸업생 수 추이 변화 및 향후 10년간 변화 예상 △목회자 수급 정책 및 신학 교육 설정 등을 분석했다.

연구는 '시계열분석'을 바탕으로 진행했다. 시계열분석은 과거 관찰치를 이용, 현재와 미래를 예측 분석하는 방법을 말한다. 교세 통계자료(1987~2014), 총회 산하 7개 신학교 지원자 및 졸업생 자료(1987~2016) 등을 참고했다.

2010년 이후 교인 수 주춤…교회, 목사 쉬지 않고 증가

목사는 교회·교인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2014년 기준) 목사 수는 1만 8,121명인데, 2023년에는 2만 3,098명으로 예측됐다. 4,977명 늘어난 셈이다. 통계 원년이 되는 1987년 목사 수는 3,804명에 불과했다.

1988년 167만 명이던 교인은 2010년 285만 명으로 늘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6년 교인 수는 279만 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예측값의 경우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0년 300만 명을 넘어, 2023년 315만 명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수는 통계가 시작된 1988년 이후 단 한 번도 감소한 적이 없다. 항상 예측값보다 실제 측정한 교회 수가 더 많았다. 4,556개로 출발한 교회는 8,731개로 1.9배 성장했다. 2023년 교회 수는 9,920개로 예측됐다.

지역별로 비교해도 목사 수 증가는 확연하다. 2014년과 2023년 예측치를 비교했을 때 수도권의 경우 교인과 교회 수 증가는 각각 19.1%와 20.8%로 나왔다. 그러나 목사 수 증가는 29.3%로 더 높게 나타났다.

다른 지역 상황은 이보다 심하다. 교인은 감소하고, 교회와 목사는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중부권의 경우 교인 수는 –33.8%지만, 교회 수는 10.5%, 목사 수는 25.2%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권 교인 수는 –7.4%지만, 교회 수는 12.5%, 목사 수는 32.6%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권도 마찬가지다. 교인 수는 –10.8%지만, 교회 수는 13.7%, 목사 수는 32.2% 느는 것으로 나왔다.

목사 수 1987년 비해 4배 증가…문제는 신학교!

목사 수가 늘 수밖에 없는 배경에 신학교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예장통합은 1990년 75회 총회에서 산하 7개 신학대학교(장신대·호남신대·한일장신대·영남신대·대전신대·부산장신대·서울장신대)에 신학대학원(M.Div) 과정 개설을 허용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장신대 신대원만 교단 목회자 후보생을 양성할 수 있었다. 1990년 이후 7개 신대원 체제로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목회자 배출도 증가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신학교는 말 그대로 '부흥'했다. '신학 교육 1번지'로 통하는 장신대의 2000년 입학 경쟁률은 5.83을 기록했다. 236명 뽑는데 1,377명이 지원했다. 장신대는 3년 뒤 정원을 300명으로 늘렸다.

부흥기를 지나면서 신대원 지원자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장신대 2016년 지원자는 694명으로, 2.31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른 신학대 사정도 비슷했다. 서울장신대 2.26, 부산장신대 1.25, 영남신대 1.07, 대전신대 1.06로 나타났다. 호남신대와 한일장신대는 0.98, 0.96로 정원 미달을 기록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신대원 지원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 전체 지원자는 2,344명이었으나, 2021년 1,239명으로 예측됐다.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봤다.

신학교 통합 및 입학 정원 감축 필요

▲ 목사, 교회, 교인 중 목사 증가 폭이 가장 가파르다. 예장통합은 2023년 목사 수는 2만 3,098명으로 예측됐다. (사진 제공 예장통합 총회 신학교육부)

입학생이 감소한다고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 박상진·이만식 교수는 "현재 운영하는 7개 신학대학원 체제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하나의 신학교로 전환 △권역별 신학교 통합 △현 체제 속 정원 조정 및 일체감 강화 등을 예로 들었다.

신학교를 하나로 만들자는 이야기는 2003년 88회 총회에서도 거론된 적 있다. 7개 신학교의 모든 구조와 기능을 존속하되 신대원만 하나로 통합하자는 내용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에 무산됐다. 교육법상 시행하기 어렵고, 교육 시설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가 뒤따랐다.

플랜 'B'는 권역별(지역별) 통합이다. 지역별로 부분적인 통합을 이루면서 동시에 전체적으로 연합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방식은 지역 목회자 수급 요구에 적극 부응할 수 있고, 발전적으로 통합하면 교수 요원, 교육과정, 교육 시설 등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정원 정책 재설정이다. 신대원을 축소하더라도, 타 대학원 정원을 늘려 신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신대원이 다른 '전공'을 유치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각 학교 호응도가 낮다는 게 함정이다.

"비인가 신학교가 배출하는 목사 때문에 전도 문 막혀"

▲ 목회자 공급이 높은 이유는 신대원이 많기 때문이다. 예장통합 산하에 신학대만 7개나 된다. 높은 경쟁률로 이름을 떨쳤던 장신대 인기는 예전만 못 하다. 경쟁률도 2.3:1로 떨어졌다. (장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별도로 목회연구과정(목연)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목연은 과거 신대원 신학과에 지원 못 하는 지방 신학교 졸업생들에게 목사 후보생 교육을 실시하려고 만든 제도다. 현재 목연을 운영하는 학교는 장신대, 한일장신대, 서울장신대 3곳이다. 2016년 정원은 각각 23명, 25명, 20명이다.

보고서 말미에는 예장통합뿐 아니라 범 교단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한국교회 문제를 '비인가 신학교'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자질과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목회자들이 비인가 신학교에서 배출되고, 이들로 인해 전체 기독교 명예가 훼손되고, 전도 문이 막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ATS처럼 초교파적인 신학 교육 인증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교회가 신학교와 목사 후보생 자질 관리에 실패한다면 지속적으로 목회자 윤리 문제와 일탈 행위가 발생하게 될 것이며 한국교회 신뢰도가 계속해서 하락하게 될 것이다."

"양보다 질"을 강조하는 다소 뻔한 결론은 아쉬움을 남겼다.

"신학 교육은 양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목회자 수급 계획에 맞는 정원을 책정하고 목회자 후보생들을 영성과 소명, 자질과 목회적 역량을 갖춘 미래 목회자로 양성하는 것이 신대원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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