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안민교회는 안양에 있는 작은 교회다. 어린이집과 무료 경로 식당을 운영하면서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 봉사했다. 작은 교회지만 1987년 태동한 민중 교회로 교단 내에서는 이름이 알려져 있다.

담임 정상시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통일위원장을 역임했고, 지난해부터는 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를 맡는 등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민주화 운동 시절부터 교단 안에서는 상당한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다.

최근 그가 '카드깡' 논란에 휘말렸다. 정부에서 지급한 보조금 카드를 이용해 750여 만 원을 현금화해 교회가 관리하는 통장에 넣은 것이다.

▲ 과거 공무원이나 회사 임직원들이 법인카드로 속칭 '카드깡'을 해 처벌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카드깡이란, 카드로 결제한 금액만큼을 현금화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물건은 구매하지 않는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6월 정 목사에게 보조금 관리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 300만 원을 약식으로 구형했다. 정 목사가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서 형은 확정됐다.

법원은 "농협과 정육점으로부터 식자재를 구입한 것처럼 보조금 카드로 결제한 후, 소위 '카드깡'을 하여 안민희망둥지 명의 계좌로 현금 입금했다. 이후 이를 안민교회 운영비 등 정해진 용도 외로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이뿐 아니라 식자재를 후원받은 것처럼 꾸며 450여 만 원을 횡령한 혐의도 인정했다. 총 1,200여 만 원 규모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형 확정 이후 이 사건으로 안양시 공무원 6명이 징계 조치를 받았다.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용도 외로 빠져나간 보조금 1,200여 만 원은 환수 절차에 들어갔다.

문제를 제기한 안민교회 ㄱ 집사는 독단적인 운영과 의사 결정 방식이 이런 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름만 민중 교회지 매번 정 목사 의중이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권위적 리더십이 교회 안에 팽배하다고 주장했다.

"억울하다…법이 우리처럼 약자 섬기는 사람들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상시 목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 목사는 9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안양시 묵인 하에 식당 조리원 월급을 주기 위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시에서 월급을 보조해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할 형편이 못 돼 자구책을 썼다는 것이다. 일종의 관행이라는 주장이다.

정 목사는 "나를 수사한 검사 또한 억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상적으로는 범법이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책임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퉈 볼 여지가 있지만 목사로서 더 큰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정식재판 청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한 교인이 교회 건물 사용 용도를 놓고 회의하던 중 자기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앙심을 품고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정 목사는 주장했다. 무엇보다 ㄱ 집사는 경로 식당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어 내막을 잘 아는데도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했다며, 불순한 목적이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정 목사는 "우리 같은 사람을 도리어 법이 보호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름도 빛도 없이 교회와 지역을 섬기고, 수십 년간 생명 살리는 일에 힘써 왔는데 졸지에 범법자라는 낙인이 찍혔다고 호소했다. 정 목사는 보조금 환수에 대해 억울한 부분을 따지고 탄원서도 제출하는 등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로 식당은 폐쇄, 애꿎은 노인들만 피해 

사실 안민교회는 전 교인이 20여 명인 작은 교회다. 그러나 갈등의 양상은 중대형 교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는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행태를 꼬집는다. 7년 넘게 이 교회를 출석한 ㄱ 집사는 "교회 안에서 다른 교인에게 '영적 아버지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ㄱ 집사는 정상시 목사와 그의 친동생 정 아무개 장로를 권징해 달라며 노회에 고발장을 냈다. 다만 ㄱ 집사 또한 정 목사가 카드깡한 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정 목사의 행동은 카드깡일까 관행일까. 어쩌면 이 논란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 노인들이다. 결국 경로 식당은 이 사건으로 문을 닫았다.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고 법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운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노인들은 쉼터와 밥 먹을 곳을 잃어버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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