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길을 가다 '하나님의교회' 간판이 걸린 건물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원래 공공기업체나 교회가 사용하던 건물을 하나님의교회가 매입한 경우가 많다. 하나님의교회는 2010년부터 예배당을 적극 매입해 오고 있다. 

명칭 때문에 친근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하나님의교회는 대표적 이단이다. 최근 잠실주경기장에서 행사를 연 15만 신천지보다 교세가 크다. '안상홍증인회'라고도 불리는데, 정식 명칭은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김주철 총회장)다.

하나님의교회는 장길자 씨와 창립자 고 안상홍 씨를 신격화한다. 하나님의교회 정관을 보면 안 씨는 '재림 그리스도'다. 그가 지상 마지막 교회인 하나님의교회를 설립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나님의교회는 국내 신자만 10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는 교회 예배당과 관공서 건물을 사들이고 있다. 부채로 허덕이는 교회가 주 타깃이다.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할 교회가 '빚'으로 주저앉는 어이없는 상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하나님의교회는 도시, 시골을 가리지 않고 기존 교회 건물을 사들이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이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보도했다. 하나님의교회는 재정 형편이 어려운 교회에 접근해 신분을 속이고 건물을 사들인다. 이단인 줄 모르고 예배당을 팔았던 포항의 한 교회는 예배당을 되찾기 위해 소송까지 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교세 확장을 위해 기성 교회를 사들이는 이단도 문제지만, 빌미를 제공한 교회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의든 타의든 교회를 매각한 교회들 공통점은 은행 '빚'이다. 판교 충성교회가 대표적이다. 교회를 지을 때 은행에 돈을 빌렸는데,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했다. 애초 교회를 크게 짓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한 달 나가는 돈만 600만 원…"교회 어려워지니 교인들 떠나가"

경북 경주에 있는 A교회도 충성교회와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A교회는 7월 26일 하나님의교회에 예배당을 매각했다. 2층으로 된 건물 전체 면적은 290평 정도. 하나님의교회는 2003년에 지은 A교회 건물을 16억 주고 사들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인 A교회는 은행 빚에 시달렸다. 목사가 아파트와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수억 원을 빌려 교회를 지었다. 최근 들어 원금과 이자를 합쳐 한 달 600만 원씩 갚고 있다. 100명도 안 되는 교인으로, 빚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판단한 B 목사는 노회와 타 교단 소속 교회에 예배당 매각을 시도했다. 원금에 그간 들어간 이자만 쳐도 족히 10억 이상은 받아야 했다. 한 교회가 7억에 사겠다고 제시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열악한 재정 상황은 교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교인들은 하나둘씩 교회를 떠났다. 남은 교인은 이제 20~30명밖에 되지 않는다. B 목사는 어쩔 수 없이 부동산에 교회를 내놓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하나님의교회가 A교회 예배당을 덥석 사들였다. B 목사는 9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단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알았다면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이단에게 (예배당을) 팔았냐는 항의 전화가 여기저기서 온다. 내 손으로 개척한 교회를 이단에게 넘길 수 있겠는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교회 예배당은 내 생명과 맞바꿔 세운 거나 다름없다.

부동산업자에게 예배당 매매를 맡겼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나 역시 괴롭다. 이미 계약서를 찍은 마당에 어떻게 무를 수 있겠는가. 이미 돈도 받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내일(23일)까지 비워야 해서 이사하고 있다."

B 목사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빚을 갚고 난 나머지 돈으로 논을 샀다. 이곳에 교회를 지을 생각이다. 이번에는 절대로 빚내서 짓지 않을 것이다."

"이단인 줄 알고 팔았다" VS "돈 벌 목적이라면 해외로 떠났을 것"

<뉴스앤조이> 보도 직후, B 목사가 소속된 노회 관계자에게서 제보 메일이 왔다. 내용인즉 △A교회는 한 대형 교회 후원으로 지었고 △예배당을 팔아야 할 만큼 재정 상황이 열악하지 않았고 △B 목사가 이단인 줄 알고 교회를 팔았다는 주장이다.

제보자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B 목사가 시세보다 두 배 넘는 돈을 받고 하나님의교회에 예배당을 넘겼다. 본인은 부동산업자에게 맡겼다고 하는데,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등기부 등본을 보면 '하나님의교회' 김주철 총회장 이름만 나온다. 중간에 다른 사람 이름이 있었다면 '사기'도 의심해 보겠다. 정황상 알고 팔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목사에게 재차 확인해 봤지만 돌아온 답변은 같았다. 이단인 줄 몰랐다고 잘라 말했다. B 목사는 "우리 교회 사정을 잘 모르는 일부 목사들이 삐뚤어진 시각을 가지고 공격하고 있다. 교회를 지을 때 도움을 받긴 했지만, 증축하며 수억의 빚을 떠안았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이단에게) 예배당을 팔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럴 목적이었으면 뭐하러 또 목회하겠는가. 이 돈 가지고 당장 해외로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A교회가 소속된 노회는 10월 정기노회에서 A교회 예배당 매각과 관련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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